[기자수첩] MZ세대에서 더 견고한 ‘애플 충성도’, 삼성이 더 어려워질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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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MZ세대에서 더 견고한 ‘애플 충성도’, 삼성이 더 어려워질 수 있는 이유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2.04.0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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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기성세대 대비 애플 생태계 선호...특히 10대가 ‘열광’, 이탈자도 적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삼성 대비 압도적...실제 출하량 대비 매출액에서 큰 차이 보여
-모바일 게이머들도 애플에 충성 “저전력·저발열 넘사벽”...삼성은 GOS 사태로 신뢰 하락
[사진=애플 홈페이지]
[사진=애플 공식 홈페이지 캡처]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조사 양대산맥이라 하면 삼성전자와 애플, 두 회사가 가장 먼저 떠오를 테지만, 사실 시장에서 체감하는 고급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는 애플이 서너 수 위에 자리해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그냥 쓰던 걸 계속 쓰는 게 편할 뿐, 스마트폰 브랜드를 크게 따지지 않는 기성세대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는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삼성과 애플의 격차는 MZ세대들, 특히 10대 사이에서 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지난해 아이폰13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SK텔레콤이 발표한 유저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당시 아이폰12 시리즈를 사용하는 국내 고객 연령층 중 약 86%가 10~30대로 집계됐으며, 특히 아이폰12 모델의 경우 10대 비중이 37%를 차지했다. 최근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학생들 사이에서 아이폰이 아닌 갤럭시폰을 쓰면 친구들한테 왕따를 당한다는 사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0대들의 아이폰 사랑은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가 발표한 2021년 ‘10대 브랜드 선호도 조사(Taking Stock with Teens Survey)’ 가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10대의 아이폰 점유율이 87%로 사상 최고치에 육박했으며, 애플워치도 시계 브랜드로서는 처음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중 88%는 다음 스마트폰도 동일하게 아이폰을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이폰13. [사진=애플]
아이폰13. [사진=애플]

문제는 애플이 미래의 주축 소비자인 10대에서 현 높은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할 시, 삼성은 추후 스마트폰 점유율 경쟁에서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애플 생태계에 한번 발을 들여놓는 순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파다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타사 대비 고객 충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스마트폰 제조사다.

MZ세대 스마트폰 유저에게 그토록 애플 생태계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백이면 백, 고급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지목한다. 말 그대로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요즘 10대 20대들이 개성과 미의식을 중요시하는 것도 있지만, 사실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브랜드의 옷은 집에 꼭 하나씩 둬야 하는 것처럼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라며, “이러한 경향을 스마트폰에 그대로 대입하면 왜 젊은 세대들이 아이폰을 더 찾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왜 삼성에 비해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강하냐는 궁금증에 대해서는 실제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 실적만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부문은 삼성이 2억 7000만대로, 2억 3790만대에 그친 애플보다 높았지만, 매출액에서는 애플이 약 236조원으로 86조 7200억원을 기록한 삼성을 크게 압도했다. 애플의 판매실적이 프리미엄 모델 중심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결과다.

애플의 2022 세계개발자회의(WWDC) 예고. [사진=애플]
애플의 2022 세계개발자회의(WWDC) 예고. [사진=애플]

물론, 단순히 고급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만을 갖고 고객 충성도의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아이폰을 ‘있어 보여서’ 구매했는데, 실제로 써보니까 정말 좋은 제품이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모바일 게이머들 사이에서 프리미엄급 아이폰 모델의 성능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게이밍을 즐기는 유모(22)씨는 “갤럭시폰만 사용하다 작년 말에 처음으로 아이폰으로 갈아탔는데, 게임 실행 시 느껴지는 버벅거림이라던가 발열, 배터리 소모 모두 상당한 만족감을 받았다”라며, “스마트폰의 성능은 고사양 게임을 실행할 때 그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다는 말을 이번에 제대로 실감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아이폰에 장착된 애플 자체 설계 AP칩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아이폰13 시리즈에도 전작 대비 성능을 대폭 개선한 A15 바이오닉 칩을 탑재했으며, 모바일 게이머들의 게임 실행 후기와 분석기관 등에 따르면 아이폰이 경쟁사 제품 대비 저전력·저발열 효과가 매우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뒤늦게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도 스마트폰 전용 최적화된 AP칩 개발을 고민하겠다고 지난달 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언급한 바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사진=삼성전자]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사진=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지원폭에 대한 차이도 언급된다. 애플은 지난 2015년에 출시한 아이폰6s 모델의 운영체계 업데이트를 현재 6년째 지원하는 반면, 삼성은 기존 최대 3년까지 지원하는 데 그쳤다. 최근 들어 원 UI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업데이트를 최대 4회까지 지원한다고 밝혔다.

고객 충성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제품이 고객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GOS(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 사태로 곤욕을 겪었던 삼성전자가 반성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

애플은 국내 세 번째 애플스토어를 명동에 입점하고 오는 9일 정식 오픈한다. 국내에서는 가장 큰 규모이며 아시아 애플 매장 중에서는 최초 픽업 공간까지 마련됐다. 애플이 삼성이 주춤하는 틈을 타, 한국에서도 브랜드 충성도를 굳건히 하기 위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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