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지원사업 '봇물'에도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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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지원사업 '봇물'에도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들...왜?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2.03.22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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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7년 레벨4+ 자율차 상용화 목표...제도 및 인프라 기반 구축
- 국토부,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시범사업 모집
- 모집 공고 조건 완화 및 재정비 필요
- 미래차와 관계된 부서 통합 및 총괄 부서 마련해야
- 기업 참여 수요조사가 우선..."국내 산업 생태계부터 이해해야"
[사진=벨로다인 홈페이지]

자율주행 기술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정부 각 부처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기업 모집 공고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에따라 레벨4+기술 개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기업들이 규제가 적은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규제 샌드박스와 기업의 요구사항의 탄력적 수용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시범사업 모집 공고를 올리고 오는 25일(금)부터 신청을 받는다. 모집 규모는 2개 이상의 법인 또는 단체로, 사업자별 총 40억원을 지원한다.

1차년도에는 차량 3대 내외로 제작해 2022년 4분기 내에 2~3개월간 서비스를 운영하고 2차년도에는 차량 3대 내외를 추가제작해 운영구간을 확대하고 서비스 또한 7~10개월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부·경찰청이 공동으로 자율주행과 관련한 국가연구개발사업 및 연구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정부 각 부처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기업 모집 공고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사진은 C-ITS 개념도 [사진=기획재정부]

문제는 지금까지 정부의 규제나 지원 부족 등으로 인해 자율주행 시범서비스 등을 통한 우리 기업들의 상용화 수준은 해외 주요업체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경우 1000대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시범서비스에 참여해 돌발상황 등 다양한 환경에서 대규모 실증 데이터 확보와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국내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는 7개 지역 일부 구간에서만 그것도 정형화된 노선에 30여대 시범서비스 차량이 투입되는데 그쳐 미국·중국 등 선도국가에 비해 데이터 축적과 기술개발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과제에 적합한 신청 조건이나 규제 샌드박스 등을 마련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정부의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 사업에 지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정부가 전문성을 갖춰 중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어야 기업들이 국내에서 R&D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만기 KAIA 회장은 "자율주행차 산업에 대한 규제 프리 적용과 대규모 실증단지 지정 등을 통해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성과 사업성 테스트를 마음껏 자유롭게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해 R&D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력'은 상당히 앞서 있다. 기업이 기술개발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방법은 바로 정부의 규제인데, 우리나라는 이 부분이 상당히 취약하다. 기술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이유"라고 말했다.

기술에 대한 경쟁력은 통상적으로 자원·시장·기술력·규제 4가지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 면적 대비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장'은 중국의 27분의 1 수준이다. 수출을 반드시 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규제마저도 실정과 맞지 않다 보니 기업의 기술력만으로는 R&D를 통한 기술력 확보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규제가 무르익지 않아 국내에서 사업을 펼치기 어려운 회사들이 해외 합작법인 등을 통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해외에서 기술을 완성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정부 지원 사업에 지원하는 기업은 적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교수는 정부의 구조적인 문제점 중 하나로 공무원의 순환근무제를 꼽는다. 우리나라의 공무원은 순환근무제로 인해 2년 3년마다 부서가 바뀐다. 부서가 바뀌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규제가 새로 생기거나 바뀌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제작사가 항의를 하는 등 니즈가 발생했을 때 관련 규제가 만들어지다 보니까 시장보다 규제가 늦다.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시험범위가 나중에 책정되는 격" 이라며 "10년, 20년 이상 장기적으로 준비하고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제도로 그럴 능력이 되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2022년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 신규지원 대상과제 공고'를 다시 올렸다. 참여 신청 기업수 미달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한 산업 생태계 조성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의견과 함께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많이 이동했기 때문에 참여하려는 업체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해결책으로는 모집 공고의 조건을 완화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힌 기업들이 원활하게 컨소시엄을 이룰 수 있도록 공고를 재정비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미래차와 관계된 부서를 통합하거나 총괄하는 부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부는 부서가 너무 쪼개져 있다. 신차는 산업부에서, 배출가스는 환경부에서 컨트롤한다. 똑같은 테스트를 산업부도 하고 국토부가 또 진행한다. 한 부처가 집중하는 국가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구조" 라며 "선진국처럼 자동차 관련 부서가 따로 마련돼야 미래차 보급에 집중할 수 있다. 너무 많은 부서가 종합적으로 정책을 총괄해서는 선진화된 자동차 정책을 만들기 어렵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요구에 대해 더 폭넓은 수렴을 하고, 현재 규제에 위반된다 하더라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완화하는 등 정부나 부처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정부는 어떤 과제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철저한 수요조사와 기반을 가지고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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