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졸속 개교 한전공대, 권불십년이라는데 백년지계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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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칼럼]졸속 개교 한전공대, 권불십년이라는데 백년지계 이룰 수 있을까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3.04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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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당대표가 지난 2일 나주시를 찾았다 [사진=민주당]

많은 우려와 기대 속에 지난 2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총장 윤의준, 한전공대)가 108명의 신입생과 함께 첫 페이지를 펼쳤다. 

권력은 무상(無常)하다고 한다. 권불십년(권력은 십년을 못간다)이라고도 한다. 교육은 백년지계(百年之計)다. 그만큼 멀리 보고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권력과 교육은 서로 섞이기 어렵다. 한전공대는 '세계유일의 에너지 특성화대학'으로 '세계 TOP 10 공과대학 목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한전공대설립은 지난 2016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민주당과 전라남도와 나주시의 핵심 추진 과제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민주당 대표를 맡았던 이들과 유관 지자체장들이 지난 5년간 권력을 집중해 불과 5년만에 세계 10위 공대를 지향하는 학교를 세웠다는 얘기다. 

무상한 권력으로 시작한 이 학교가 백년지계라는 교육의 이념을 이루기 위해서는 험하고 높은 산을 넘어야 한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이 한전공대 입학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한전공대]

한전, 눈덩이 적자 해소책 마련하고 민영화 방안 내놔야

한전공대의 학생과 교수 모집 조건은 가히 파격적이다. 이같은 약속을 지키려면 재정이 뒷받침 돼야한다. 그런데, 국립대가 아닌 한전공대의 재단이 부실하다. 

한전공대 설립과 운영을 떠맡다시피한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는 올해만 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3분기까지138조2000억원의 누적적자에 4분기 4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까지 누적적자는 총 142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최근, 석탄을 비롯해 대부분의 화석연료 가격이 치솟고 있는 데다,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패널 가격도 폭등하고 있어 올해 적자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상장기업으로 최대주주는 산업은행(32.9%)을 포함한 정부(51.1%)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산업부 차관 출신이다. 

한전공대 운영의 또 다른 축인 전라남도는 전국 광역시도 중 재정자립도가 22.2%로 꼴찌다. 전국 평균(43.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라남도는 일자리정책본부 한전공대 설립지원단을 만들어 설립을 지원했고, 운영을 위해 2000억원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적자 덩어리 한전과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으로 근근히 운영되는 전남도가 오는 2031년까지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재정 부담을 해야 한다. 한전공대는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탈원전 고집하면서 에너지 전환 가능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한전공대 개교를 축하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이번 정부가 탈원전정책을 고집하면서 한전의 경영구조가 더욱 악화됐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최근 유럽연합(EU)은 원전을 친환경에너지로 분류해 그린 택소노미(친환경 분류체계)에 편입시켰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원전 건설과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전 수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 25일 "향후 60여년 동안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으로 정부의 정책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언론이 오해했다.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라며 해명에 나서면서 실망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한전공대 임용된 총 48명의 교수를 전공별로 구분하면 에너지 AI 4명, 에너지 신소재 10명, 수소 에너지 10명, 차세대 그리드 5명, 환경·기후기술 10명, 교육혁신 9명이다. 원자력 전공 교수는 단 한명도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지금 나주는 광주에 이르는 인근 4개 산업단지와 함께 ‘에너지밸리’를 조성 중이며, 문재인 정부는 그에 더해 세계 최대의 신안 해상풍력단지를 비롯하여 서남해안을 신재생 에너지의 메카로 육성하고 있다. 광주·전남은 기존 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를 망라하는 대한민국 에너지의 중심이 되었고, 에너지 산학연 클러스터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허브로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에너지공대가 그 심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한 대목이다. 어쩌면 이는 여당의 텃밭인 해당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한 것으로도 읽힌다. 

그러면서 "한국에너지공대를 구심점으로 지자체와 공공기관, 지역대학과 에너지업체들이 협력하고 나주와 광주․전남은 성공적인 지역혁신 클러스터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탄소중립’이라는 인류의 새로운 질서 속에서 에너지 대변혁기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속에서도 나주, 광주, 전남이 강조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다소 무리하다 싶게 서두른 입학시기가 다음주에 있을 20대 대통령선거와 3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와 맞물린다.

전세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에 주목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이를 외면하고 탄소중립과 에너지 대변혁을 이루겠다는 말도 국제적인 흐름에 비춰보면 어불성설이다. 

무엇보다도 한전공대 설립과정에서 국민적 합의가 빠졌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지속하기 힘들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수십년 동안 운영해오던 주변의 사립대들이 문을 닫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의원들과 한전공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모습 [사진=민주당]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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