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초급속 맞아? 현대車 하이차저 충전소, 급속 수준 느린 충전속도에도 '요금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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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초급속 맞아? 현대車 하이차저 충전소, 급속 수준 느린 충전속도에도 '요금은 그대로'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2.02.19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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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분 동안 20kWh충전...충전속도 평균 80kWh수준
- 하이차저 충전속도, 급속 충전기 수준...비용은 25%나 더 비싸
- 대영채비 "날씨 추우면 충전 속도 떨어져"
- 전문가들 "느린 충전속도에도 요금은 그대로 받는 것은 고객 기만 행위"
현대차가 운영하는 하이차저에서 아우디 이트론 차량을 충전하는 모습 [사진=제보]

현대차가 운영하고 대영채비가 설비를 관제하는 초급속(260kWh급) 충전소 하이차저의 충전속도가 급속(100kWh급) 충전기 수준의 속도로 충전돼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가 내세우는 '초급속 충전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요금은 그대로 부과되자,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정 충전속도 이하에서는 요금을 할인하는 등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아우디 이트론 스포트백 전기차 차주 A씨는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하이차저 충전소에서 충전을 진행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초반 충전 속도는 40kWh수준에서 시작해 15분이 지나도 104kWh밖에 나오지 않아서다. 충전을 마치고 평균 속도를 계산해 보니 80kWh 속도로 충전이 진행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차 하이차저에서 충전중인 아우디 계기판 모습. 초반 속도는 58kWh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제보]

아우디 이트론의 문제인가 싶어 옆에서 충전중인 아이오닉5 차량을 확인해 보니 아이오닉5 차량도 97kWh 수준의 낮은 속도로 충전되고 있었다. 충전 정보가 뜨는 키오스크에는 현재 50%가 충전됐으며 80% 충전까지 26분이 추가로 소요될 것이라는 안내가 제공되고 있었다. 97kWh는 환경부나 한국전력 등이 운영하는 급속충전소의 충전 속도 수준이다.

충전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8대 충전이 가능한 하이차저 충전소에는 아이오닉5와 아우디 이트론 차량 두 대만 충전되고 있었으며, 서로 떨어진 곳에 설치된 충전기를 이용하고 있었다. 정상적으로라면 260kWh 수준의 충전 속도가 나왔어야 한다는 것이 업체측 설명이다. 

해당 충전소는 최대 8대까지 충전이 가능하며, 당시 하이차저 충전소에는 2대의 차량만이 충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사진=제보]

현대차의 아이오닉5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초급속 충전시 배터리 잔량10%에서 80%까지 충전되는 데 18분이 소요된다고 설명한다. 350kWh수준의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충전소는 현대차의 하이차저와 이피트로, 해당 홈페이지나 어플리케이션에도 아이오닉5 보도자료와 동일한 내용이 담겨있다.

아이오닉5 롱레인지의 배터리 용량은 72.6kWh다. 현대차의 설명대로라면 10%에서 80%까지인 50.82kWh가 18분만에 평균 169.4kWh 속도로 충전된다는 의미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현저히 낮은 속도로 충전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피트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대 아이오닉5 차량 기준,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18분 이내에 충전할 수 있지만, 실제론 이보다 오래 걸린다. 하이차저도 이피트와 마찬가지로 350kWh급 초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사진=이피트 홈페이지]

문제는 비용이다. 하이차저의 경우 일반 급속 충전소보다 충전비용이 25% 이상 비싸기 때문에 충전속도가 느리다면 굳이 비싼 하이차저 충전소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차주 A씨는 녹색경제신문에 "급속 충전보다 더 빨리 충전하려고 이용하는게 초급속 충전소인데 100kWh도 안나오면 돈을 25%나 더 내고 하이차저를 이용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나"라며 하소연했다.

하이차저에서 충전중인 아이오닉5 차량의 키오스크 화면. 현재 배터리 잔량은 50%이며 80%까지 충전되는 데 26분이 걸린다는 내용을 제공하고 있다. 충전시간 대비 누적 충전에너지 계산 결과 97kWh 수준의 속도로 충전이 되고 있었다. 현대차가 내세우는 '18분만에 80%까지 충전'이라고 보기 어려운 속도다. [사진=제보]

느린 충전속도와 관련해 대영채비 측은 기온이 낮으면 충전 속도가 느리다는 입장이다.

대영채비 관계자는 해당 충전기 점검 후 녹색경제신문에 "해당 충전기는 추운 날씨에는 최대 120kWh 나온다고 보면 된다. 기기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라며 "차량의 상태에 따라 충전 속도는 다르고, 기온이 낮으면 충전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초반 충전 속도가 느린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느린 충전속도에 대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은 따로 마련돼 있을까. 

하이차저를 운영하는 현대차측은 녹색경제신문에 "처음부터 260kWh로 충전되는건 아니다. 또 겨울철같이 온도가 낮은 경우에 충전이 느려지기는 한다"라며 "(80kWh수준의) 느린 속도로 충전이 진행됐다고 할지라도 환불이나 요금 할인과 같은 정책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8대가 충전 가능한 곳에서 단 두 대만이 떨어져 충전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260kWh급 충전이 진행됐어야 했다. 말로는 초급속이라고 하면서 80kWh 수준으로 충전되면서 요금은 그대로 받는다면, 이는 고객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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