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켓컬리는 왜 ‘계약직’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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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마켓컬리는 왜 ‘계약직’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할까?
  • 이용준 기자
  • 승인 2022.01.1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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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식 성과급 제도 '개인'보다 '공동체' 선호 경영
마켓컬리 측 "성과 평가 상관없이 재직기간 기준 지급"
계약직 성과급 지급은 권리보장 차원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가 올해 성과급 보상안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정규직뿐 아니라 계약직 근로자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밝혀 화제다. 마켓컬리는 왜 계약직 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할까? 마켓컬리식 성과급 제도를 통해 컬리가 지향하는 기업문화와 미래상을 살펴보자.

[사진=픽사베이]

마켓컬리, 성과급 통해 '협동'의식 고취    

새해 성과급 지급액을 놓고 기업마다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성과급은 기업체에 대한 근로자의 기여도를 평가해 차등지급 된다. 아직 성과급 지급의무에 관한 논쟁은 많지만 여러 기업이 업무 능률을 위한 성과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도 올해 성과급 지급안을 밝혀 이목을 끌고 있다. 컬리는 상장을 앞두고 컬리의 폭발적인 성장에 감사하다며 성과급 지급 이유를 밝혔다. 컬리의 성과급 제도가 흥미로운 점은 지급 액수나 이유보다 지급 방식에 있다. 우리는 성과급 지급 방식을 통해 해당기업이 지향하는 기업문화의 미래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성과급은 고정급과 달리 양적인 시간 보다 질적인 업무 성과를 판단한다. 반면 컬리는 근로자 개별 성과가 아닌 근로기간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관해 마켓컬리 관계자는 12일 “작년 기준으로 지급대상을 정했고 성과 평가와 상관없이 재직기간에 따라 지급될 예정”이며 “경영진은 제외하고 일반 평직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조정할 것”이라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성과급은 보통 개인성과급과 집단성과급으로 나눌 수 있다. 개인성과급은 개인이 성취한 성과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해 조직 내 근로자간 경쟁을 유도한다. 따라서 제도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기업은 조직 내 개인주의 성향을 강화하려 한다. 반면 집단성과급은 기업 전체 성과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배분한다. 따라서 개인 보다 조직 전체의 협동을 강조하고 모든 근로자가 집단의 성과를 위해 참여할 수 있게 독려한다.

컬리의 성과급 제도는 전형적인 집단성과급을 표방하고 있다. 집단성과급은 무임승차 논란이 잔존하지만 조직 내 불필요한 견제의식을 제거하고 참여 근로자간 협동의식을 고취한다. 따라서 수직적 조직 보다 수평적인 협력을 강조하는 조직문화를 강조한다. 또한 주관적인 성과물 보다 보편적인 시간성이 지급 기준이란 점은 성과급 지급과정에서 상호간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컬리는 집단성과급을 통해 개인보다 공동체를 지향하는 노무관리를 선호한다고 분석해볼 수 있다. 개인간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보다 협력적 사고방식을 지향하는 조직모델이 미래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된다. 

계약직 성과급은 '호혜'보다 '보장'이다 

한편 컬리는 정규직 아니라 계약직에게도 현금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밝혀 호평 받고 있다. 정규직에게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계약직에게는 현금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스톡옵션 행사 권리 기준이 최소 2년인 점을 감안해 계약직은 현금지급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통상 성과급은 정규직에게 지급되면서 기간제 근로자는 성과급을 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돼온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성과급 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합리적 이유’가 없을 경우 계약직 근로자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 요컨대 계약직에 대한 성과급 지급은 호혜적 처사 보다 권리보장에 가깝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 8조는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서 차별적 처우는 ‘합리적 이유’가 없이 근로자를 불리하게 처우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기업은 합리적 이유 없이 정규직에게만 성과급을 지급하고 계약직을 제외한다면 차별적 처우에 해당된다.

여기서 ‘합리적 이유’는 정규직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를 계약직 근무자가 행하기 어려울 때 인정된다. 쉽게 말해 정규직 업무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따졌을 때 계약직도 충분히 가능하다면 성과급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정규직 업무의 전문성이 높다면 차별적 처우의 정당성이 생긴다. 이외에도 기업 성과가 개인이 아닌 집단 전체의 기여라 한다면 계약직을 차별할 수 없다.

지금까지 성과급제도를 통해 컬리가 지향하는 기업문화와 노무관리를 간략하게 살펴봤다. ESG경영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포괄하지만 ‘공생’이란 가치가 세 개념을 관통하고 있다. 컬리의 ESG가 앞으로 어떤 공생경영을 추구하고 제안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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