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車 부품업계 20% 소멸 위기..."사업 다각화 못하면 도태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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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 車 부품업계 20% 소멸 위기..."사업 다각화 못하면 도태될 것"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11.2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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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품업체 20% 미래차에 대한 계획 없거나 전업 고민
- 현대차 기아, 2040년부터 주요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 내연기관 부품, 전기차에 적용...사업 다각화만이 살 길
현대차가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 E-GMP [사진=녹색경제신문]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 차량 생산 및 판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부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기아는 2040년부터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중국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한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2025년부터 전기차만 선보인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에는 들어가지만 전기차에는 들어가지 않는 부품 생산업체들이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자동차부품산업재단이 내연기관차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기아협력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미래차 대응 실태조사'에 따르면 12%는 '미래차 대응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6%는 타업종으로 진출하겠다고 응답했다. 현대차·기아 협력사의 18%는 전기차 시대 대응을 포기한 셈이다. 

미래차 시대를 준비하는 부품사들도 속도는 빠르지 않다. 설문에 응답한 105개사 중 46곳(44%)은 제품을 개발 중이고, 22곳(21%)은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다. 실제로 미래차 부품을 생산 중이라고 답한 협력사는 18곳(17%)에 불과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부품업체의 현위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완성차업체와 직접 거래하고 있는 1차 협력업체수는 744개로 나타났다. 이중 대기업은 266개사(35.8%), 중소기업은 478개사(64.2%)다. 협력업체 수는 지난 2015년부터 0.8~2.8% 수준의 감소세를 보이다가 2020년에 들어 80개의 업체가 사라지면서 -9.7%를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업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서스펜션이나 엔진에 들어가는 스프링을 제조하는 대원강업의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전기차에는 엔진이 없기 때문에 엔진 내부에 들어가는 스프링 수요 전체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새롭게 연구개발하지 않는다면 현재 상황으로선 매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대원강업이 생산하는 엔진 스피링 및 서스펜션 스프링 [사진=녹색경제신문]

 

가장 좋은 방향은 기존 내연기관에 들어가는 부품을 전기차에 응용해서 적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춰주는 장치를 생산하는 (주)엔티앰은 기존 방식을 응용해 전기차의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냉각시키는 부품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현대차의 카니발·투싼·G80, 기아 스포티지·쏘렌토 등에 적용하는 엔진 냉각방식을 응용해 3WV(3Way Value Ass'y-Battery Cooling) 개발 및 적용에 성공한것이다. 해당 부품은 현재 현대차의 아이오닉5·G80 EV, 기아 EV6에 들어간다.

더 나아가 기존에 양산하고 있는 2웨이 밸브에서 워터펌프와 3웨이 밸브의 기능을 동시에 할 수 있는 EWP 통합 모듈 등을 선행 개발중이다. 

엔티앰이 개발한 전기차 전용 배터리 쿨링 모듈 [사진=녹색경제신문]

완전히 새로운 기술 개발에 성공한 업체도 있다. 세계 최초로 전류를 이용해 자동차 유리창의 끼임 방지 시스템을 개발한 비토넷 에이피는 이르면 내년에 국내 완성차와 손잡고 해당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연기관에만 들어가는 부품만 만들고 있는 업체들이다. 전기차와의 접점을 찾지 못해 존폐의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일례로 흡·배기 시스템을 생산하는 대지금속은 1990년 창립 이래 꾸준한 연구 개발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대 준비는 전혀 안된 상황이다. 

대지금속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흡기나 배기 시스템에서는 높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미래차에 대한 대비책이 없어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기차 시대의 대응이 늦는 가장 큰 이유는 연구개발이 수익성으로 이어지기까지 기약없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미래차 전환을 위해 업체당 평균 13억원을 3~6년간 투자하고 있지만 실제로 수익성을 확보한 기업은 17.8%에 그친다. 100억원을 투자하더라도 사업성 확보를 장담할 수 없음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냉정하게 보고 있다. 산업의 변화에 따라 필요한 기술력이 달라지는 것은 언제나 있는 일이라며, 기업이 스스로 적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서 (부품업체들이) 스스로 살아 남아야 한다. 물론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산업의 전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겠지만, 결과를 낼 수 있을 지 기약이 없는 기업들을 무턱대고 도와줄 수는 없다. 대기업 위주의 지원이 많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도 이 교수와 같은 의견이다. 

이 위원은 녹색경제신문에 "과거에는 내연기관 차에서 새로운 뭔가를 만들려고 해도 기존 것을 모방하면 됐다. 그런데 미래차는 완전히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품업체들이 힘든 상황"이라며 "미래차 시대가 되면 7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연구개발을 하라고 연구자금을 늘려도 이렇다 할 결과는 안나온다. 그저 중소기업의 운영비로만 쓰이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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