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데이터센터 세우는 IT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끓는 물’에 서버 넣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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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데이터센터 세우는 IT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끓는 물’에 서버 넣는 이유?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1.11.10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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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기업 최초 ‘액침 냉각’ 방식 활용...섭씨 50도 특수 용액에 서버 넣고 기화·응결
-최근 일부 칩셋 성능 20% 향상 도출...AI·머신러닝 탑재 고성능 칩 생성 가능성 입증
-‘해저 데이터센터’도 준비...스코틀랜드 북해 바닷속 센터 시험 가동 ‘나틱 프로젝트’ 진행

전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5G 시대에 들어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의 등장과 함께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이 막대하게 늘어났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비대면 문화의 확산이 이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문제는 이 데이터센터가 최근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는 수많은 서버와 저장장치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냉각 시스템이 필수이며, 여기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웬만한 전력발전소나 항공산업과 맞먹는 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이터센터가 점점 커지고 많아짐에 따라 탄소배출량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데이터센터의 트렌드가 ‘친환경’ 쪽으로 기우는 움직임이다. IT기업들은 너도나도 전력량을 최소화하고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을 총동원해 ‘그린 데이터센터’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기업마다 그린 데이터센터를 조성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녹색경제신문>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국내외 주요 IT기업들의 친환경 데이터센터 사례를 찾아보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의 액침 서버 냉각 시스템.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의 액침 서버 냉각 시스템.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을 제치고 세계 시총 1위 탈환에 성공한 ‘IT 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 최근, 이 기업이 계획하고 있는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 방식이 독특하다.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서버 냉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인데, 여기에서 MS는 ‘물’을 서버 냉각 해결책의 핵심으로 가져왔다.

6년여 전부터 해저 데이터센터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데 이어, 이번에는 전 세계 클라우드 기업으로는 최초로, 끓는 액체에 서버를 넣는 ‘액침 냉각’ 기술을 데이터센터 운영에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기존 공기로 서버를 냉각시키는 방식은 일종의 대형 에어컨을 이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량이 매우 크지만, 액체를 이용해 성능만 잘 구현할 수 있다면 효율적인 서버 냉각 방법이 될 수 있다”라며, “다만 절연성 액체를 이용한 냉각 시스템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관리가 쉽지 않아, 이따금 고성능 컴퓨터를 식힐 때를 제외하고는 아직 상용화된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MS의 액침 서버 냉각 시스템 역시 서버의 성능과 안정성을 얼마나 보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의 액침 서버 냉각 시스템.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의 액침 서버 냉각 시스템. [사진=마이크로소프트]

MS가 서버를 담그는 ‘액침’은 단순한 물이 아닌 끓는 점이 50도에 불과한 특수 용액이다. 다른 액체보다 낮은 온도에서 기화가 발생하기 때문에 서버를 이 용액에 담근다면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열을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이 MS의 설명이다.

MS 데이터센터개발팀 담당은 “액체에서 기체로 상태가 바뀔 때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흡수한다는 점, 액체 냉각을 통해 서버에 접촉하는 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액체에서의 열전달이 공기에서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라며, “서버의 발열로만 기화를 만들 수 있는 특수 용액이 필요했으며, 마침내 당사는 낮은 온도에서 끓을 수 있는 특별한 혼합물을 만들어 냈다”라고 설명했다.

MS의 액침 서버 냉각 시스템은 이 특별한 액체에 의해 이뤄진다. 먼저 침상 모양의 강철 탱크에 이 액체를 넣고 거기에 서버를 담근다. 일정 시간이 지나 서버가 발열되면 액체가 끓으면서 증기를 발생시키고 이 증기는 탱크 뚜껑에 있는 냉각된 응축기와 접촉해 다시 통 안에 비를 뿌리게 된다. 기화와 응결 두 과정을 거쳐 서버의 열을 냉각시키는 방식이다.

실제 MS에 따르면 해당 방식의 서버 냉각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 최근 관련 테스트에서는 일부 칩셋의 성능이 20%까지 향상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MS는 “끓는 액체에 서버를 담그는 이 프로젝트로 데이터센터의 지속가능성 목표 실현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으며, 고급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ML)을 위한 고성능 칩 생성 가능성도 입증했다”라고 강조했다.

‘해저 데이터센터’도 준비...스코틀랜드 북해 바닷속 센터 시험 가동 ‘나틱 프로젝트’ 진행

마이크로소프트의 나틱 프로젝트.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의 나틱 프로젝트.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앞서 MS가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진행하는 큰 프로젝트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해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나틱 프로젝트’가 되겠다.

나틱 프로젝트에 대해 MS 관계자는 “컨테이너 형태의 데이터센터를 해저에 설치해 운영하는 차세대 친환경 데이터센터 개발 프로젝트”라며, “당사는 2015년 처음 1단계 연구를 진행해 해저 데이터센터의 개념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성공적으로 입증한 뒤 2018년부터 스코틀랜드 오크니섬 인근 북해에서 친환경성을 입증하는 2단계 실험에 착수했으며, 해저 데이터센터가 지상보다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줬다”라고 설명했다.

MS가 나틱 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된 해저 데이터센터의 강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수중에서의 데이터센터 고장률이 지상 데이터센터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MS는 “수중 데이터센터의 고장률은 지상 데이터센터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라며, “산소에 노출된 지상 데이터센터와 달리 수중에서는 부식성이 덜한 질소에 노출된다는 환경적인 요인과 더불어 무인 시스템에서 기인한 물리적인 충돌의 부재 등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라고 설명했다.

MS는 해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지속가능성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바닷속에서 자연 냉각이 가능하기 때문에 데이터 입출력과 연산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조력 및 파력 발전으로 조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에 MS는 해저 데이터센터와 함께 해상풍력 발전소까지 공동 배치하는 계획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MS는 “최근 대형 데이터센터 대신, 고객에게 더 가까운 곳에 데이터센터를 배치해야 한다는 근접성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라며, “세계 인구 절반이 해안 인근에 거주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해저 데이터센터 확장을 통한 클라우드 서비스 지원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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