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을 외치던 세계 각국이 이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시대가 왔다. 특히 경기 과열이 아닌데도 물가가 상승해 재정·통화당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공급한 유동성을 서서히 회수하려 한다. 긴축은 경기를 위축시키기 마련. 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떠올리게 한다.
◇ 소비자물가 9년9개월만에 최고
10월 소비자물가(CPI)가 1년 전보다 3.2%가 상승했다. 2012년 1월 3.3% 이후 9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석유류 물가가 27.3% 올랐다.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휘발유는 26.5%, 경유 30.7%, 자동차용 LPG는 27.2%가 각각 올랐다.
◇ 거세진 통화긴축 압박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긴축의 이유는 주택 가격 급등에 따른 금융 안정성 저해와 부의 불평등이었다. 최근에는 공급 병목현상과 에너지 가격발(發) 인플레이션 위험이 더해졌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강한 통화 정상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8월에 이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다.
DB금융투자 박성우 애널리스트는 “주요 선진국의 물가상승률은 내년 1분기까지 고공행진할 것”이라며 “이달부터 통화긴축에 참여하는 국가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 美 FOMC로 쏠린 눈
미 연준은 그동안 올해 말 테이퍼링(유동성 회수)을 시행할 뜻을 내비쳤다. 올해 남은 FOMC(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일정(현지시간 기준)은 11월 2~3일과 12월 14~15일. 이달 테이퍼링 계획 발표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미국의 테이퍼링은 악재다. DB금융투자는 ‘위드코로나와 테이퍼링’ 보고서에서 “경기 회복 강도가 약해진 상황에서 유동성이 줄어든다”고 현재 경기를 분석한 뒤 “에너지 가격 추가 상승 가능성은 긴축 강도는 더욱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동석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