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위기 ②파운드리] GAA 신공정 발표했는데 분위기 왜 이러나...삼성이 TSMC 못 잡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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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위기 ②파운드리] GAA 신공정 발표했는데 분위기 왜 이러나...삼성이 TSMC 못 잡는 진짜 이유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1.10.21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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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들, 신공정 GAA 기반 3나노에 무리한 투자할까?...기존 핀펫 공정 강화하는 TSMC 선호할 거라는 지적
-당장 점유율 따라잡으려면 신기술보다는 라인업 증설 선행돼야...TSMC는 이미 라인업 구축 대규모 투자 선포
-파운드리 재진출 선언한 인텔, 2024년까지 1.8나노급 반도체 생산 계획 공개...갈 길 바쁜 삼성 ‘첩첩산중’

올 3분기 국내 기업 최초로 매출 70조원을 뛰어넘는 데 성공한 삼성전자. 그러나 박수보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다. 당장 4분기부터는 삼성의 오름세가 꺾일 거라는 말이 많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하락세에 접어든다. 메모리만 파다가는 안 되겠다 싶어 시스템반도체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갈아타고 있지만, 업계 1위 기업에 밀려 만년 2위에 머무르고 있다. 심지어 또 다른 굴지의 반도체 기업이 그 자리마저 호시탐탐 위협하고 있다. 스마트폰도 이제 어렵다. 그나마 가전 쪽은 괜찮은 편이지만, 이마저도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 등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물론 쉽게 무너질 삼성은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이 창설 이래 최대 위기라는 비관론을 가볍게 받아들일 상황도 아닌 듯하다. <녹색경제신문>은 현재 삼성이 봉착해 있는 위기와 불확실성의 구체적인 내용과 전망 등을 사업 분야별로 짚어보고자 한다.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서 기조연설하는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사진=삼성전자]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서 기조연설하는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메모리에 쏠린 자사 반도체 사업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강화하고 파운드리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금 상황에서 파운드리 사업은 그야말로 반도체 산업의 노다지로 지칭된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하나 같이 자체 반도체 개발을 선언하면서 이들의 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수주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인 가운데 현재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은 부동의 1위 TSMC에 밀려 만년 2위에 위치, 반도체 최강자 인텔까지 최근 삼성과 TSMC 기술을 뛰어넘는 1.8나노급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이 자리마저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실제 최근 삼성이 주요 고객사였던 인텔과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는 상황, 결국 삼성은 이달 7일 열린 파운드리 포럼에서 내년 말로 예상됐던 3나노 반도체 생산 시기를 6월 말로 하고, 더 나아가 2025년에는 2나노 양산도 시작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고 나섰다.

삼성이 이날 포럼에서 발표한 3나노 및 2나노 반도체 양산 계획은 그간 어떤 기업도 도전하지 않았던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의 신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최초’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삼성전자의 신공정 발표 후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어떤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일까.

고객사가 신공정 GAA 기반 3나노에 무리한 투자할까?...기존 핀펫 공정 강화하는 TSMC 선호할 거라는 지적

[사진=TSMC]
[사진=TSMC]

먼저, ‘GAA’라는 신공정에 고객사인 팹리스들이 과연 신뢰하겠냐는 것이다.

GAA는 기존 핀펫 구조 내 트랜지스터보다 전력효율, 성능, 설계 유연성 등 모든 면에서 트랜지스터의 효율을 극대화한 차세대 트랜지스터 제조 기술로 평가된다. 그간 기술 개념을 연구하는 정도였지, 실제로 이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양산에 도전한 곳은 삼성이 세계 최초다.

팹리스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데 어마어마한 투자금을 쏟아내야 하는데, 아무리 세계 2위의 삼성 파운드리라고 한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최초의 신공정에 과감한 투자를 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파운드리는 오랜 노하우와 숙련된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사들의 신뢰가 밑바탕 돼야 하는 사업인데, GAA는 그간 실제 적용된 사례가 없는, 어떻게 보면 완벽한 신공정에 해당된다”라며, “팹리스가 천문학적인 개발비를 투입하면서까지 작업해 본 적도 없는 삼성의 신공정에 맞출지는 추후 두고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고객사들은 이미 경험으로 검증된 핀펫 공정을 선호할 것”이라며, “최근 핀펫 기반의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한 TSMC 라인업을 그대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상했다.

많은 투자금을 들여 반도체 생산을 파운드리에 맡기는 팹리스는 보수적인 투자계획을 펼칠 수밖에 없으며, GAA 공정이 기술적인 면에서 핀펫 공정보다 훨씬 앞선다 해도 어느 정도의 성공 데이터가 쌓이기 전까지는 당장 고객사들로부터 선택받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견해다.

당장 점유율 따라잡으려면 신기술보다는 3나노 라인업 증설 선행돼야...TSMC는 이미 라인업 구축 대규모 투자 선포

삼성전자 평택2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2라인. [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밀려들어 오는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신공정 기술 개발도 좋지만 당장은 생산 라인업부터 증설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TSMC보다 3나노 양산 시점을 빨리 잡았지만 당장 점유율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팹리스들의 막대한 주문량을 충족할 수 있는 3나노 라인업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라며, “TSMC는 이미 미국에 수십조원을 투자해 3나노 생산 설비를 구축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삼성은 그에 비해 아직 소극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TSMC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5나노 공정의 생산 라인을 증설한 데 이어, 3나노 이하 공정을 갖춘 라인까지 추가로 5개를 증설해 총 6개의 신규 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라인 증설과 관련해 이렇다 할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지 않아 왔다. 그간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천안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장을 파운드리 공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파운드리 분사설이 등장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나섰다.

다만, 이번 파운드리 포럼에서는 삼성도 생산 라인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음을 드러내며 추후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것을 시사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은 “삼성은 국내 기흥·화성·평택 공장과 미국 오스틴 텍사스에서 파운드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3나노 공정의 경우 안정적인 생산 수율을 확보하며 양산을 위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현재 평택에 4나노 이하 공정에서 제품을 생산할 새로운 공간을 추가 마련하고 있으며 미국 텍사스주 신공장 투자 계획과 관련해서는 조만간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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