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현대중공업그룹, ESG거버넌스 구축해 지속가능성 높인다
상태바
[ESG경영]현대중공업그룹, ESG거버넌스 구축해 지속가능성 높인다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6.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의 DNA는 성장이다. 생존과 증식, 성장을 향한 기업 DNA의 투쟁은 오늘의 문명과 과학, 기술, 높은 삶의 질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기업 DNA가 지나치게 치열해 더러는 반사회적, 반인류적이어서 성장에 걸림돌이 되거나 인류를 위기에 빠트리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기업들은 무한성장 DNA에 신뢰와 책임의 강화를 모색한다. 그것은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과 기업이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어떻게 ‘ESG’를 준비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시리즈로 심층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가삼현 현대중공업그룹 CSO [사진=한국조선해양]

현대重그룹, 각 계열사에 ESG위원회 설치해 거버넌스 구축

현대중공업그룹은 당초 중후장대 산업의 대표격인 조선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기업집단으로 ESG 경영과는 거리가 있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각 계열사마다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ESG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등 그룹차원의 ESG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 한국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 상장 5개사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등 비상장 2개사는 지난 4월, 현대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ESG위원회 설치했으며, 현대오일뱅크도 올 상반기에 ESG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각사 ESG위원회는 사외이사 3~4명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되며, 각사의 특성에 맞는 ESG전략방향, 계획·이행 등을 심의하고, ESG역량 개발과 내재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 ESG 거버넌스.
현대중공업 ESG 거버넌스 [사진=한국조선해양]

▲'그룹 ESG협의체' 구성해 각사 ESG경영 지원

현대중공업그룹은 각사 CSO로 구성된 ‘그룹 ESG협의체’를 구성해 그룹 차원의 주요 ESG정책과 적용 방법, 현안 등을 논의하고, 각사의 ESG경영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ESG정책 수립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환경, 동반성장, 컴플라이언스 등 분야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ESG자문그룹’도 운영한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초 한국조선해양 가삼현 사장을 그룹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SO, Chief Sustainability Officer)로 선임하고, ESG실무위원회 신설했다.

가삼현 현대중공업그룹 CSO(사장)는 “우리 그룹은 미래세대를 위해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기술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ESG경영 강화를 통해 주주, 고객, 투자자 등을 넘어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계열사별로도 ESG 경영 속도 높여

그룹 내 각 계열사의 ESG경영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수주...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 노린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현대미포조선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에서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컨테이너선 수주를 위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박은 3500TEU급 3척으로, 이 정도 크기의 메탄올 연료 추진선 건조는 세계 처음으로, 이를 통해 한국조선해양은 친환경선박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21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확인해 줄 수 있는 사항은 없다"며 "3500TEU급보다 작은 선박 8척을 미포 조선에서 건조한 것은 맞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유에 비해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0%, 온실가스를 25%까지 줄일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8일 메탄올 연료 추진선의 검사 기준을 개정한 한국선급의 '저인화점 연료 선박규칙'을 최종 승인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해 12월 '메탄올·에탄올 연료 추진선 임시 안전지침'을 마련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메탄올 연료 추진선은 전 세계에 20여 척이 운항 중이다.

현대일렉트릭, 친환경 가스절연개폐장치 개발 성공

현대일렉트릭은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가스를 사용하는 170kV 가스절연개폐장치(GIS)를 개발하는데 성공하는 한편, 친환경 절연유 변압기, 축발전기 등 친환경 제품군을 확대해 ESG경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11일 용인시 마북동에 위치한 R&D센터에서 ‘ESG경영 선포식’을 갖고, 친환경 전력기기 공급 등을 통해 전력시장에서 녹색 바람을 일으킬 것을 다짐했다. 이날 조석 현대일렉트릭 사장은 ESG경영 슬로건(Efficiency, Sustainability and Growth)을 알리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ESG경영 범위를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언문에는 ▲친환경 경영을 통한 그린 임팩트 창출 ▲상호존중 및 참여를 통한 동반성장 도모 ▲공정하고 투명한 ESG경영 실천 등 ESG경영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 전략과 함께 오는 2025년까지 수행할 단계별 핵심과제들이 담겼다. 

현대일렉트릭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조직개편과 더불어,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친환경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 지난해 정유사 최초 '탄소중립 그린성장' 선언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8월 국내 정유사 중 최초로 ‘탄소중립 그린성장’을 선언하며, ESG 중 환경(E) 부문의 개선을 적극 추진 중이다. 

새로운 성장 전략에 따라 현대오일뱅크는 탄소 포집·활용 기술 상용화, 친환경 발전 방식 도입 등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2019년 678만톤에서 2050년 499만톤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탄소 포집·활용 기술의 상용화다. 

그룹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는 탄소를 다양한 고부가가치 소재로 전환하는 기술을 상용화해 제품 판매와 온실가스 저감으로 인한 영업이익 개선 효과만 연간 1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을 3대 미래 사업으로 선정하고, 2030년까지 이들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70%로 높이겠다며, 이를 위해 기존 정유공장을 미래 사업에 원료와 친환경 유틸리티(전기, 용수 등)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RE플랫폼’으로 변신시킨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운영 중인 3기의 중유보일러를 2024년까지 LNG보일러로 교체 추진 중이며 외부에서 공급받는 전력도 2050년까지 전량 신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대체해 연간 총 108만톤의 탄소배출을 감축할 예정이다.

 

현대重·현대건설기계 등, 조선업계 최초 그린1 평가 받아 ESG채권 발행 성공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등 다른 계열사들도 올해 초 ESG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하며 친환경 기술 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NICE신용평가로부터 조선업계 최초로 녹색채권 최우량등급인 그린1(Green1) 평가를 받았다. NICE신용평가의 인증등급은 발행 자금으로 투자하는 프로젝트의 적합성, 프로젝트 선정의 적정성, 자금관리의 적정성, 외부공시의 충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부여받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선박을 건조, 유해물질 저감에 앞장서는 등 환경개선 효과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바탕으로 3000억원 규모 녹색채권 발행에 성공했으며, 향후 조달자금을 친환경 선박 건조 및 기술 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건설기계도 ESG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최초로 NICE신용평가 및 딜로이트안진 두 곳에서 복수로 친환경 인증의견을 받고, 지난 1월 4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현대건설기계도 동일한 곳에서 복수 인증을 받아 지난 4월 50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

현대중공업이 협력사의 맞춤형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모델 수립을 지원하며, 지속가능한 조선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협력사에도 ESG경영 확대...한국기업데이터와 평가기준 마련 방침

현대중공업은 지난 8일 울산 본사에서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데이터와 ‘협력사 ESG 평가 상호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ESG 평가 모델 개발을 위해 현대중공업은 협력사들의 자재, 블록공급 현황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한국기업데이터는 장기간 축적한 중소기업 신용평가 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양사는 이달부터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선업에 적합한 ESG 평가 모델 개발에 나서는 한편, 희망하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포괄적인 시범 평가를 수행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협력사의 ESG 경영 현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이렇게 마련된 ESG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연말까지 협력사의 ESG 경영을 위해 필요한 금융지원, 교육/컨설팅 제공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월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ESG 대응 수준은 선진국 10점 기준에 중소기업은 4점에 그치고 있어, 중소기업 맞춤형 ESG 경영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소기업들도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ESG 경영에 관심을 높여가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이번 ESG 평가모델 수립이 조선업종 협력사들의 ESG 경영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ESG 평가 기준은 대기업 중심으로 구성돼있어 중소기업에 적합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라며 “조선업종에 특화된 맞춤형 ESG 평가 체계를 수립해 중소 협력사들과의 동반 성장 기반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숙제도 남아...LNG 탈피하고 '2050탄소중립' 달성위한 로드맵 발표해야

여전히 숙제도 남아있다. 

아직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단계적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 선언이나 구호만으로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 단계적 로드맵을 만들고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협력사까지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소환원철과, 그린암모니아, 수소, 소형원전모듈(SMR) 등 탄소중립 에너지원에 대한 개발을 시작한 만큼 성과가 나올 때까지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기업의 이미지 개선보다는 현장 근로자의 안전과 작업여건 개선에 보다 진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후계 구도와 관련한 지배구조 문제도 투명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할 문제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좌)과 아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좌)과 아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사진=한국조선해양]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