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사업 단계적 폐지 고려’ 첫 공식 언급…매각 실패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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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사업 단계적 폐지 고려’ 첫 공식 언급…매각 실패 현실로?
  • 김호연 기자
  • 승인 2021.06.04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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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매각 우선 기조 1보 후퇴…“인수자, 전체 고용승계 부정적”
- 단계적 폐지 언급에 숨은 2가지 메시지…통매각 배수진·노조 경고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사진=한국씨티은행)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사진=한국씨티은행)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 부문 매각에 대해 ‘단계적 사업 폐지(청산)’도 고려하고 있다고 처음 언급하면서 사업 매각에 대한 씨티은행의 기대감도 낮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씨티은행이 소매금융 부문 관련, 청산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매각’을 우선으로 진행한다는 기존입장엔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인수자들이 씨티은행 소매금융 부문 직원들의 전체 고용승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압박한 것이 청산 검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통매각을 강경하게 주장하는 씨티은행 노동조합에 대한 경고 메시지의 성격을 지녔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매각 우선 기조 1보 후퇴…“인수자, 전체 고용승계 부정적”


씨티은행은 지난 3일 이사회를 마친 뒤 “고객과 직원을 위한 최선의 매각 방안에 도달하기 위해 세부 조건과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해 논의하되 ‘단계적 폐지’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절차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복수의 금융회사가 소비자금융 사업 LOI(인수의향서)를 냈다”며 “다만, 이들이 전체 소비자금융 직원들의 고용 승계에 대하여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덧붙였다.

씨티은행의 매각 공식화 초기 전망과 달리 규모 있는 금융사 두세 곳이 인수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역시 기존의 우려대로 ‘통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씨티은행의 고비용 임금구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18.4년으로 대형 시중은행보다 길다. 평균 연봉은 1억1200만원에 이른다. 근속연수는 시중은행 대비 1~2년 길고, 평균연봉도 높다.

시중은행 대부분이 폐지한 퇴직금 누진제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고용 승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7월 안에는 출구 전략을 제시하겠다”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이르면 다음 달 소매금융 부문의 앞날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계적 폐지 언급에 숨은 2가지 메시지…"통매각 배수진·노조 경고"


관련 업계에선 씨티은행이 청산 검토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두 가지 숨은 의도가 있다고 분석한다.

통매각을 원하는 인수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청산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것과 강경행보를 거듭하는 노조에 대한 견제 의도라는 것이다.

앞서 씨티은행은 통매각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인수후보를 물색했다. 하지만 KB금융지주와 하나카드, 현대카드 등 굵직한 금융사들은 씨티은행 인수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LOI를 제출한 금융사 역시 본격적인 인수보단 소매금융 부문에 대한 탐색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들여다보되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따라서 씨티은행은 사실상 통매각에 대한 기대감을 접고, 마지막 배수진으로 청산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LOI를 제출한 인수자가 씨티은행의 의도와 다르게 부분매각에 관심을 보이면서 통매각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를 내려놓은 것 같다”며 “통매각을 타진하기 위한 배수진으로 청산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씨티은행 노동조합이 통매각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에 대해 씨티은행이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도 있다.

씨티은행 노조는 부분 매각이나 사업 폐지에 강하게 반대해왔다.

노조는 이사회를 앞두고 “국내 소비자금융 매각은 전체 매각에 대한 안정적인 인수 의향자가 나올 때까지 충분한 시간과 대책을 갖고 진행돼야 한다”며 “졸속 부분매각 또는 청산에 결사 반대한다”고 밝혔다.

다음날에도 성명을 통해 "(씨티은행이 부분매각과 청산을 검토하는 것은) 노동조합과 금융당국, 국회, 노동계의 공통된 요구에 대해 은행 측에서 적극적인 검토조차 없이 거부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교수는 “씨티은행 노조가 부분매각과 청산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경 일변도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소매금융 부문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인수자도 부담을 느끼게 하고 있다”며 “씨티은행의 청산 언급은 강경 일변도의 노조를 향한 경고의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씨티은행 노조가 처우를 시중은행 수준으로 낮추는 등 어느 정도의 희생이 있어야 통매각 가능성도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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