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경칼럼] "지금까지 이런 시장은 없었다"…일론 머스크에 얼른 마스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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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경칼럼] "지금까지 이런 시장은 없었다"…일론 머스크에 얼른 마스크를!
  • 이승제 기자
  • 승인 2021.06.01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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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민하고 교활한 천재, 머스크...가상화폐를 놀잇감으로 삼다
-머스크의 머리 속에 무엇이 담겼을까

#지금까지 이런 시장은 없었다. 한 사람이 글로벌 시장을 쥐락펴락하다니. 게다가 한 두 번도 아니고 반복해서, 끊임없이. 
"도지코인, 달까지 급등한다." 열광한 투자자들은 일론 머스크에게 '도지파더'란 별명을 붙여줬다. 반면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입에 거품을 물었다. 머스크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라고 외치고 다녔다.  그리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어치 사들였다. 당연히 비트코인은 하늘 높이 날았다.(보다 정확한 표현으론, '떡상했다')
그러더니 도지코인으로 갈아 탄 머스크는 '비트코인 저격수'로 거듭났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비트코인 채굴·거래가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고 했다. 트위터 자기 소개란의 비트코인 해시태그(#)도 지워버렸다.( 머스크의 트위터 팔로우 숫자는 무려 5500만명이다) 비트코인을 전기자동차 결제수단으로 쓰겠다는 약속도 저버렸다. 

#머스크는 영민하되 교활하다. 직설적인 말 속에 그만의 셈법을 숨겨 놓는다. 지난달 중순 한 트위터리안이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각 여부를 문제삼았다. 그러자 그는 '정말이다(indeed)'라고 답을 달았다. CNBC 등 미국 언론은 그가 이미 비트코인을 팔았을 거라 보도했다.
이 충격으로 비트코인은 석 달만에 4만5000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입장 변화는 단 하루만이었다. 이튿날 머스크는 "어떤 비트코인도 팔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경우는 반복해서 나타난다. 머스크는 말한다(혹은 트윗한다) 사람들은 '이러저러할 거다'고 추측한다(혹은 상상한다. 아니면 기대한다) 언론은  이것저것 싸잡아 추측과 상상을 확대재생산한다. 
이걸 보면서 떠올린 단어는 '전략적 모호함'이었다. 딱 부러지는 입장을 취하는 대신 모호한 태도로 일관한다. 조바심 난 상대방은 이러저런 경우의 수를 그려본다. 그래봤자 명확해지진 않는다. 얼키설키 꼬인 실타래만 늘어날 뿐. 전략적 모호함이 국제외교에서 즐겨 쓰이는 이유다.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머스크에게 가상화폐는 무엇인가?' '이 모든 해프닝의 출발점은 어디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머스크에게 가상화폐는 최고의 놀잇감이다. 복기를 해 보면 대략 이런 그림이 나온다. 
'비트코인을 띄운다→비트코인이 사상최고가를 친다→투자자들은 머스크에 열광한다→흐뭇해진 머스크는 미소를 지으며 비트코인 손절 트윗을 날린다→곧바로 대안을 제시한다. 바로 도지코인!→도지코인 팬들이 비트코인발 공격을 막아준다→그러면 다음은?' 
굳이 도지코인을 선택한 이유도 뻔하다. 가상화폐 시장을 풍자하기 위해 장난식으로 만들어진 게 도지코인이니까. 괴짜 머스크에게 이보다 더 근사한 먹잇감이 있겠는가. 

#물음은 이어진다. '머스크의 머리 속에 뭐가 담겨 있길래 이럴까?'
마침, 그가 스스로 단서를 제공했다. 그는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의 'SNL'(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진행자로 출연해 커밍아웃했다. 자신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이것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방송 중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돌출발언이 이어졌다. 누군가 '도지코인이 사기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사기다"라고 답할 거라고 농지거리를 던졌다. 방송 이후 도지코인은 30% 이상 폭락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천재들의 병이라 일컬어진다. 추측이긴 하지만 찰스 다윈, 알버트 아인슈타인, 아이작 뉴턴, 빌 게이츠 등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았다고 한다. 이 병은 매우 특이하다. 대표적인 발달 장애인 자폐증과는 완전히 다르다. 지능이 정상적이고 학습에도 문제 없다. 특이한 화법과 리듬을 쓴다. 다만 사회성과 공감능력이 부족해 다른 사람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특정 물건이나 행동에 심하게 집착하는 경향을 지닌다. 
그렇다. 그에게 있어 비트코인과 도지코인은 말 그대로 '놀잇감'일 것이다. 마음껏 갖고 놀다 싫증 나면 미련 없이 집어던지고 다른 걸 집어든다. 그리고 또 싫증 내고 던지고 집어들고...... '관종' 성향을 지닌 그로선 가상화폐야말로 최고의 놀이터인 셈이다. 말 한 마디에 열광하고 트윗 한 개에 쓰러지는 관중들! 그걸 즐기는 지상 최고 수준의 '관종'! 이보다 재밌는 걸 찾기 어렵다. 

#비트코인을 공격해 대규모 손실을 불러일으킨 머스크는 시끌벅적 파티를 벌이곤 자랑하기까지 했다. 마치 승리한 장수처럼, 노리던 먹이를 낚아챈 독수리처럼,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선 환히 웃었다. 빼도박도 못하는 주가조작 수준의 범죄라는 비판은 또 다른 칭찬일 뿐. 
하지만 오르막 뒤엔 내리막이 기다리는 법. 한없이 치솟고 있는 머스크의 기세도 예외일 수 없다. 알량한 말과 트윗으로 고통과 슬픔을 증폭시킨 대가를 언젠가 치러야 할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절정과 추락은 늘 붙어다니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의 덫에서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지기 전에 지금 행동해야 한다. 하다못해 그를 위해서라도 힘차게 외쳐야 한다. 
일론 머스크에게 얼른 마스크를! 한없이 두꺼워 제아무리 소리쳐도 한 줌도 새어나오지 않을 마스크를! 일론에게 얼른 마스크를 씌우자.   

 

이승제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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