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경칼럼] 우리는 왜 가상화폐를 버리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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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경칼럼] 우리는 왜 가상화폐를 버리지 못하는가
  • 이승제 기자
  • 승인 2021.05.25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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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의 쌍둥이 동생, '고급진 태생'이 장점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 가속화가 오히려 규제 불러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의 분리가 가능한가

#가상화폐가 또 다시 된서리를 맞았다. 그동안 이런저런 시련 속에서 나름 내성을 갖췄지만 이번에는 강도가 다르다. 그야말로 '뭇매'다. 미국이 '규제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데 이어 중국이 메가톤급 철퇴를 내렸다. 
중국은 비트코인 거래는 물론 채굴까지 옥죄기로 했다. 이는 시점의 문제였을 뿐 예고된 것이었다.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75% 이상이 중국에서 이뤄지는데, 중국내 채굴에 들어가는 전력의 50%는 석탄 발전에서 나오는 걸로 추정된다. 
중국은 탄소 중립을 국가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니 국가 경제에 실질적 이익을 주지 않는 비트코인 채굴 및 거래로 발생하는 막대한 전력 손실을 지금까지 봐 준 게 오히려 신기한 일이다. 
가상화폐는 최상의 먹깨비다. 가상화폐는 막대한 컴퓨터 자원을 활용해 복잡한 연산을 수행(채굴)한 뒤 받는 대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CCAG) 분석을 보면, 비트코인 채굴에만 매년 전세계 전력 소비량의 0.69%가량이 소비된다.  경제와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 없이 전력만 낭비한다는 게 각국 정부의 시각이다. 

(제공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의 쌍둥이 동생이다. 블록체인이란 든든한 뒷배를 둔 탓에 숱한 위기를 뚫고 지금까지 승승장구했다. 그동안 미국 등 각국 정부는 가상화폐를 두고 규제와 제도권 흡수 사이에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였는데, 가상화폐의 이 같은 '고급진 태생'이 결정적이었다. 가상화폐를 때려 잡자니 블록체인의 매력이 눈에 어른거릴 수밖에. 
블록체인 기술은 포기할 수 없는 미래 먹거리로 다가오고 있다. 개방성과 보안에서, 정보 처리량과 보존성에서 블록체인에 견줄 기술이 출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탄생에서부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된 블록체인은 미래의 각종 정보를 얼키설키 연결하는 신경망이 될 거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그것도 글로벌하게, 온갖 영역에서. 
 '공공거래 장부'라 불리는 데이터 분산 처리 기술이 블록체인의 핵심이다. 운영자에 의한 임의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잇점이다. 금융 보험 교통 헬스케어 에너지 물류 음악 IoT(사물인터넷) 공공분야 등 그 예상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민간 영역을 중심으로 이뤄진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은 역으로 각국 정부의 제재 강화를 불러왔다.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은 올해부터 가상자산을 금융·증권 상품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미국 5대 IB인 골드만삭스는 이달초 비트코인 가격에 연동되는 금융상품 거래를 선보였다. 
JP모건은 오는 하반기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 펀드를 제공했다.  
비트코인에 날개가 달리는 듯하자 미국 정부는 규제와 단계적 제도화라는 '투 트랙' 전략에서 제재 강화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414번 사망했습니다"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99비트코인이 운영하는 '비트코인 부고기사 모음(Bitcoin Obirtuaries)'에 담겨 있는 문구다. 이 사이트는 비트코인을 부정하는 언론보도, 비트코인의 소멸을 예고하는 유명인사 발언 등을 모아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비트코인 부정론자의 대표주자다. 그는 "가상화폐가 생명력을 유지하든 말든 상관 없다"며 "투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의 삶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낮춰봤다. 
지금까지 가상화폐는 온갖 비판과 어두운 전망에도 불구하고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자기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G2(미국·중국)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단호하게 제재에 나섦에 따라 심리적 불안을 넘어 대폭락 양상을 보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상승랠리에 마침표가 찍힐 거라 보고 있다. 최근 랠리였던 2017년과 너무도 비슷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2017년 비트코인 선물의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상장과 올해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이 겹친다. 두 사건 전후로 비트코인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랠리 뒤 상승세가 멈추자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가상화폐)이 랠리를 이끌었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가상화폐의 시대는 저물고 말 것인가. 이 물음은 앞서 말했듯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녔는가'라는 것과 연결돼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발전시키되 가상화폐를 배제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주요국 정부의 기본 입장과도 궤를 같이 하는 듯하다. 
반면 이 같은 전망은 "펜은 있지만 종이는 필요없다"는 말처럼 어불성설이란 주장도 나온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 하나로 묶여 작동하는 만큼 절대 떨어질 수 없다는 얘기다.  
지금 시장에선 "비트코인 가치가 0이 될 것"이란 비관론과 "연말 10만 달러까지 갈 것"이란 낙관론이 힘겨루기 중이다. "코로나 19에 따른 과잉 유동성이 해소되며 비트코인 거품이 급격히 걷힐 것"이란 전망을 무시하기 힘든 현실이다. 반면 "유례를 찾기 힘든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투자자들에게 최상의 기회로 다가온다"는 말은 여전히 솔깃하고 달콤하다.
다시 돌아와서, 물음은 현재진행형이다. 비트코인과 가상화폐는 '이란성 쌍둥이'인가, 아니면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아니 떨어뜨리면 안 되는 '샴쌍둥이'인가. 여기에 수많은 투자자들의 운명이 걸려 있다. 

 

 

 

이승제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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