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신동주의 롯데 경영복귀 시도 6년... 읍소부터 소송까지, 결과는 매번 ‘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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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신동주의 롯데 경영복귀 시도 6년... 읍소부터 소송까지, 결과는 매번 ‘무위’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1.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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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하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 복귀 노력이 6년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롯데그룹과 신동주 전 부회장 사이에는 수많은 일이 오갔다. 그러면서 양측의 상처는 깊어만 갔다. 롯데그룹과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회사를 상대로 한 음해행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할 것이다. 반대로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를 넘어 일본 롯데까지 욕심을 낸다고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신동주 해임 후 복귀를 향한 노력이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롯데그룹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부침을 짚어봤다.

형제간 화해의 마지막 기회였던 신격호 창업주의 장례식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과 함께 있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형제간 화해의 마지막 기회였던 신격호 창업주의 장례식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과 함께 있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 그날

신동주 전 부회장의 신격호 창업주 거처 방문, 그리고 읍소

2015년 5월 경 신동주 전 부회장은 소공동 롯데호텔을 찾았다. 요양 중인 아버지 신격호 당시 롯데 명예회장의 집무실 겸 거처였던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에 자주 드나들며 읍소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4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에 걸쳐 일본 롯데 임원직에서 연이어 해임됐다. 신 전 부회장은 해임 직후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의 경영복귀 시도가 가시화된 것은 신격호 창업주가 머무는 롯데호텔을 자주 찾았던 2015년 5월부터로 볼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본인 해임에 대해 일본 롯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판결문은 그의 해임 이유를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이 해임된 이유는 몰래카메라를 활용한 일명 풀리카(POOLIKA)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배임행위와 외부업체를 통해 임직원 e메일을 불법적으로 취득했던 두 가지 사건에 기인한다.

‘풀리카 사업’은 일본 내 유통점 상품 진열 상황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하고 이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데이터 수집 및 활용 프로젝트였다. 2011년 기획 단계에서부터 소매점포의 동의 없이 사업 현장을 몰래 촬영하는 데이터 수집 방식으로 인해 일본 롯데 내부 반발이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주 장남이라는 위치로 인해 사업이 개시되기는 했으나, 과도하고 불투명한 사업비 집행으로 인해 수십억 원에 이르는 예산이 별다른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허공으로 증발했다. 이 과정에서 신 전 부회장은 회사가 규정한 사업비 집행 프로세스를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실무자를 압박해 추가예산을 배정하고자 하는 등 직권을 남용하기도 했다.

또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의 대학 동창이 대표를 맡은 ‘인포메이션 앤드 컨트롤 연구소(ICL)’와 계약을 체결해 일본 롯데 공용서버 유지·보수를 위탁하기도 했는데, 이 회사를 통해 일본 롯데 실무자나 임원들의 메일을 제공받아 풀리카 사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자신의 해임 안건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사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2018년 3월 도쿄 지방법원은 신동주의 해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신 전 부회장이 강행한 풀리카 사업에 대해 “해당 행위는 경영자로서의 적격성에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해임의 정당한 이유의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소매점포의 상품진열 상황을 몰래 촬영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만들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위법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롯데와 소매업자 간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법원은 판단했다. 또 법원은 신 전 부회장이 본인의 친구가 운영하는 이메일 시스템 제공업체를 통해 임직원들의 전자메일 정보를 부당하게 취득한 점도 인정된다면서 “준법의식이 현저히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즉, 신 전 부회장이 해임된 이유는 중대한 ‘컴플라이언스 위반’ 때문이라는 점이 법원에 의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신동주는 항소와 상고를 이어갔으나 최종적으로 패소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창업주를 만나기 위해 찾았던 소공동 롯데호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창업주를 만나기 위해 찾았던 소공동 롯데호텔.

◆ 그후

신동주, 경영 복귀 위한 분쟁조직 만들고 롯데그룹 공격

2015년 7월 말에 정신이 미약한 상태였던 고 신격호 창업주를 등에 업고 신동빈 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직을 빼앗으려 했던 신 전 부회장의 시도는 무위로 끝났다. 이후 신동주는 한국으로 무대를 옮겨 고 신격호 창업주 명의의 각종 지시서와 임명장 등을 만들어 본인에게 유리한 주장을 펼치는 데 활용했다.

하지만 고 신격호 창업주가 당시 법적후견인이 필요할 정도로 심신이 미약했다는 점과 신동주를 경영에서 배제시키라는 20년 전 작성된 고 신격호 창업주의 유서를 감안하면, 2015년 당시 신 전 부회장이 내민 고 신격호 창업주의 지시서와 임명장 진위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갖은 시도가 무위로 끝나자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소송전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신동주의 옆에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현 나무코프 회장)과 김수창, 조문현 변호사 그리고 홍보를 담당했던 정혜원 씨가 있었다. 이른바 분쟁조직이었다.

이들은 얼마 후 신 전 부회장의 이름을 건 SDJ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를 만들고 롯데 계열사의 ‘회계장부열람등사가처분신청’과 같은 소송전, 언론을 통한 각종 폭로전 등을 진행했다. 이런 소송전은 신 전 부회장뿐 아니라 롯데에 대한 이미지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양상이 효성그룹 경영권분쟁과 판박이처럼 닮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SDJ코퍼레이션의 주요 구성원들이 효성그룹 분쟁 전문가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국책은행장 출신으로 민간기업 경영권분쟁에 관여한다는 비난에 대해 당시 민유성 전 행장은 "신동주와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사이로, 한국에서 그를 도와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부탁을 받고 돕고 있다"며 신동주 측에 합류한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두 사람이 오랜 친구 사이라는 말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의 자문료 다툼 관련 법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이 양측 만남을 주선했고, 둘의 관계는 일시적인 상호 목적으로 결성된 계약관계에 불과했다.

신 전 부회장과 민 전 행장은 호텔롯데 상장 무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득 방해, 국적논란 프레임 만들기, 검찰수사로 인한 신동빈 회장 구속 등의 목적이 포함된 ‘프로젝트 L’을 공모해 진행하며 롯데그룹이 큰 시련을 겪도록 했다.

그간 많은 기업들이 여러 형태로 경영권분쟁을 치렀지만, 이처럼 회사 자체를 음해하는 행위는 흔치 않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었다.

실제 ‘프로젝트L’ 대로 2015년 11월 14일 롯데면세점 잠실월드타워점이 면세점 입찰에 탈락하면서 문을 닫게 된다. 이후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2017년 7월 11일 감사원 감사결과 롯데의 탈락 이유는 관세청이 점수를 부당하게 산정해 업체 간 순위가 뒤바뀐 결과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6년 6월 롯데그룹 검찰수사의 배경 중 하나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제보가 꼽힌다. 검찰에 따르면 2016년 2월부터 3월까지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 제보가 이어졌다고 한다. 롯데 검찰수사에서 신 전 부회장 측의 수사 협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도 많았다. 소송 과정을 통해 확보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회계장부 등을 검찰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기업수사의 ‘정석’대로 거액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하며 롯데그룹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그 결과 롯데그룹의 피해는 막심했다. 신동빈 회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였던 호텔롯데 상장은 눈앞에서 좌절됐고, 추진 중이던 미국 PVC 업체 액시올 인수 무산은 물론, 북남미 및 유럽 등 업체들과 추진 중이던 인수합병 작업도 중단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검찰수사로 인해 전산 등 내부 커뮤니케이션 루트가 마비되고 신규사업에 대한 검토나 계획이 잠정 중단되는 등 롯데그룹은 경영 뇌사상태에 빠졌다.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 그리고, 앞으로

“더 이상의 도발은 무의미, 그만 멈출 때 됐다”

“코로나19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그룹 상황을 외면하고, 본인의 경영 복귀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 신동주 전 부회장을 두고 재계에서 하는 말이다.

지난 4월 22일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기 위해 제기한 일본 소송에서 패소한 뒤 항소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오는 6월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또 다시 본인의 이사 복귀를 위한 주주 제안하겠다는 내용을, 본인의 입장 발표 등을 목적으로 만든 일본 내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6번의 일본 주총에서 경영복귀를 노렸지만 주주 및 임직원 신뢰를 얻지 못해 번번이 실패를 겪었다. 그 와중에 약 1조원에 달하는 국내 주식도 모두 매각하고 현금화했다.

롯데그룹 안팎에선 비록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오너가 일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그룹 경영을 방해하는 행위 이제 멈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더 이상 롯데그룹 같은 대기업을 개인의 소유처럼 여기는 행태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도발을 멈추고 롯데 오너 일가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야 할 것“을 신 전 부회장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 경영 복귀를 위한 6년의 노력은 그 스스로에게는 물론 롯데그룹과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돌아왔다. 신 전 부회장이 언제쯤 자기 파괴적인 행보를 멈출지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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