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CEO, ‘줄소송’ 이어지나…금융권 “CEO 규제 선례 남겨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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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CEO, ‘줄소송’ 이어지나…금융권 “CEO 규제 선례 남겨선 안돼”
  • 김호연 기자
  • 승인 2021.04.23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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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업계 “금융사 CEO 징계, 제재기준 모호해”
- 신한은행 “금감원 결정 존중”…금융권 “대놓고 불복 못할 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회장이 3월 25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제20회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지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회장이 3월 25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제20회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가 금융당국의 징계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금융감독원의 라임자산운용 사태 관련 징계를 그대로 수용하면 향후 비슷한 경우에 금융사들의 '방어 능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선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법을 빌미로 금융사 CEO(최고경영자)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우려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23일 이와 관련 “이번 금감원의 제재는 수위를 떠나 법적 처벌 근거가 모호한 상황에서 과도하게 결정된 부분이 있다”며 “우리은행의 선례가 있는 만큼 진 행장과 신한금융이 적법한 수단을 활용해 금감원 제재에 대응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라임자산운용 사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 '주의'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겐 ‘주의적 경고’를 의결했다.

신한금융지주에는 기관주의와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에 대해서는 업무의 일부정지 3개월과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에 건의한다.

앞서 금감원이 사전 통보했던 조 회장과 진 행장의 징계는 각각 ‘주의적 경고’와 ‘문책경고’였다. 특히 진 행장이 사전 통보받은 징계는 중징계 수준으로 3~5년간 금융사 재취업이 제한돼 향후 연임과 금융지주 회장 도전에 치명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지난 21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라임사태 피해자에게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하라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고, 조 회장과 진 행장의 징계 수위는 한 단계씩 내려갔다. 금감원이 신한은행의 조정안 수용 등 소비자 피해 구제 노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업계 “금융사 CEO 징계, 제재기준 모호해”

금융업계에선 금감원의 제재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사 경영진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근거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조용병 회장이 라임 펀드 판매 과정에 직접 관련은 없지만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펀드 판매 규모가 6000억원을 넘어 이에 대한 통제 책임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회사 간 협업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매트릭스 조직’과 은행·증권 등 서로 다른 금융업무를 한 영업점에서 할 수 있도록 한 ‘복합 점포 시스템’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상 지주사는 자회사의 내부통제체계를 총괄하고, 지휘·보고 체계를 갖춰야하기 때문에 지주사 책임이 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업계는 금융지주사 대표가 방대한 규모의 상품 판매 행위를 하나하나 감독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라고 억울해한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금감원의 임원 개인에 대한 제재방침은 법제처와 법원의 기본입장인 명확성 원칙과는 비교적 거리가 있어 보인다”며 “대표이사를 감독자로 징계하는 사례는 모든 임직원 행위를 감독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결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강하게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무리한 행정 처분이 이어지면 지주사 대표에게 결과적 책임을 강요해 금융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신한은행 “금감원 결정 존중”…금융권 “대놓고 불복 못할 뿐”

신한은행은 일단 금감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와 조 회장 등 경영진은 금융당국에 눈치가 보이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며 “대놓고 당국 결정에 불복하기 어렵지만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적절한 대응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지주사 대표의 내부통제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한금융이 금감원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법원 판결을 통해 지주사 대표의 책임 소재 및 범위를 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호연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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