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산업계 전략] AI·6G·신소재·에너지·반도체 등 335조 투자...삼성전자, 오스틴에 선제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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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산업계 전략] AI·6G·신소재·에너지·반도체 등 335조 투자...삼성전자, 오스틴에 선제적 대응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1.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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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 행정부 통상정책,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경제정책 주목
- 경기회복을 위해 내세운 '바이 아메리카' 정책은 트럼프 정권과 같은 기조
- 친환경 인프라와 연구·개발(R&D) 등 친환경 분야에 5조달러(약 5500조원) 투자
-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기업 기회 예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함에 따라 국내 산업계는 통상정책 등을 분석하며 대응 전략에 나섰다.

세계 최강대국이자 최대 시장인 미국의 리더십 변화에 따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23일 한국무역협회 산하 통상지원센터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정책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통상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조와는 뚜렷한 대조를 이룰 것"이라며 "바이든 신임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이라는 대내 경제정책과 미국의 대외적 리더십 회복을 위한 외교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수립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교정치 전문가로 알려진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 시절 구체적인 통상정책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미국 국내경기 회복과 대외 신뢰 및 리더십 회복 등 경제·외교적 현안들이 통상이슈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통상정책 기조 변화 예측과 관련해 대기업 위주의 이익추구 보다는 '민주주의' '불평등해소' '규범 중심'의 질서와 같은 '가치'를 우선하는 통상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했다.

대기업 위주의 이익추구 보다 '민주주의' '불평등해소' '규범 중심' 질서와 같은 '가치' 우선하는 미국 통상정책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중국 관계도 재편될 것이란 예측과 함께 양 국가 간의 '견제'와 '협력'이라는 밀당(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미국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견제와 함께 코로나19 및 기후변화 대응과 같이 글로벌 차원의 공조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협력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경기회복을 위해 내세운 '바이 아메리카' 정책은 트럼프 정권과 같은 기조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산업계의 요구에 따른 보호무역조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 백악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 백악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동맹국들은 국가안보 위협을 근거로 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32조 조치 등 통상조치의 완화 또는 철회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미국 산업계에서는 이미 이러한 조치를 지속해야한다는 취지의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간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232조 조치 ▲유럽 국가들의 디지털 서비스세 부과 ▲뿌리 깊은 항공기 보조금 분쟁 등 양자 간 통상 갈등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보고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노동 및 환경 등 사회적 가치를 저해하지 않도록 규정하는 무역협정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캐서린 타이 USTR 대표 지명자가 관련 부처 및 의회와의 협의와 의견 조율에 힘쓸 것"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 내 통상 자문을 맡게 된 '캐서린 타이 USTR 대표 지명자'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설송이 통상지원센터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정권에서는 미국 통상법에 정통하고 외국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 전문 변호사 출신인 라이트 하이저 무역대표의 철학과 경험이 통상정책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 특징"이라면서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캐서린 타이 USTR 대표 지명자가 관련 부처 및 의회와의 협의와 의견 조율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국 우선주의'로 점철된 트럼프의 흔적을 바이든 대통령이 얼마나 지울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규모 경기 부양과 보호무역 완화, 동맹주의 부활, 친환경 기조를 내세워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를 이끌 것이란 계획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투자 여력을 개선하겠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추진했던 것과는 상반된 전략이다.

우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확산으로 미국 경제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면서 1조9천억 달러(약 2천100조 원) 규모 구제안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을 위해 식량지원 확대와 재난지원금 지급, 연방 근로자의 최저임금 인상 등의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코로나19 극복 수단으로 2천100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미국 내 소비 증가에 따라 글로벌 교역 회복으로 연결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원화 강세 기조가 장기화 될 경우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전략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대내적으로 '메이드 인 올 오브 아메리카(Made in all of America·미국인에 의한 미국 내 제조)'의 국민포용정책으로 증세, 연방정부의 공공조달 강화, 자국 내 일자리 창출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50만개의 전기차 충전소 추가 설치하고 2035년까지 태양광 패널 5억개 설치

국내 산업계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공약 이행에 주목하고 있다.

친환경 사업에 속도를 내는 자동차, 배터리, 에너지 등 산업 분야는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훈풍이 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바이든 대통령 시대를 맞아 현대자동차의 미래차가 주목받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Zero, 0)화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부터 10년간 친환경 인프라와 연구·개발(R&D) 등 친환경 분야에 5조달러(약 550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50만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추가 설치하고 2035년까지 태양광 패널 5억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목표로 한 ‘오바마 케어’를 확대한다는 공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오바마 케어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지난 2010년 출범한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 법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 케어 확대를 위해 약가 규제 정책을 강화하며 신약 대비 저렴한 복제약 시장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복제약 생산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은 기회가 될 것이란 얘기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국 기조에 촉각을 세운다.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로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를 이어가면 화웨이에 대한 규제도 계속돼 국내 업체들의 신규 판매가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제조업체의 다변화 등 긍정적인 요소로 나타날 수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바이든 정부 출범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게 만들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맞물려 우리 경제와 수출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식 경제 민족주의(economic nationalism)가 부상할 수 있는 점은 우려된다. 대외적으로 탄소세 부과와 환경·노동자 인권을 중시하는 공정무역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경제 민족주의는 국가에 의한 경제활동의 관리를 중시하는 정책으로, 자국산업보호, 수입규제 등이 대표적 사례다.

바이든 행정부를 이끌어 갈 재닛 옐런 재무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은 최근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은 미국의 가장 중대한 도전과제" 등의 발언을 통해 대중 강경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접근 방식은 고율 관세 부과 등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동맹국과의 공조체계 복원 등 연대 강화를 택할 것이기 때문.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해 무역, 투자, 기술, 공급망 관련 동맹국가 간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수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를 비롯 국내 스마트폰 및 5세대 통신(5G) 등 국내 정보기술(IT) 부문, 화웨이 제재 반사이익

삼성전자를 주도로 한 국내 스마트폰 및 5세대 통신(5G) 등 국내 정보기술(IT) 부문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중국 화웨이는 올해도 스마트폰 사업이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화웨이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4500만대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1억7000만대를 출하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7위까지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2억6700만대를 출하해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5G 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여전한 강자다. 미국 제재에 맞서 중국 내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2019년 말 기준 점유율이 28%였으나, 지난해 1~3분기까지의 점유율이 30%로 오히려 2%포인트(P) 증가했다.

하지만 화웨이가 독주를 이어갈 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처럼 미국 내 중국 업체의 투자 진입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현재 5G 분야에서 세계 최대 시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무역, 투자, 기술, 공급망 관련 동맹국가 간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수립할 가능성이 높다"며 계자는 "'다자주의' 국제규범 틀 안에서 전통 우방국과의 공조에 나서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논의를 주도하며 노동과 환경 기준 강화를 전제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재가입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미·중 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을 재점검하는 등 위험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USMCA(북미자유무역협정) 가입을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높은 환경·노동자 권리보호 기준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세운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삼성전자의 미국 내 5G 사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공지능(AI), 양자·고성능 컴퓨팅, 5G·6G, 신소재, 청정에너지, 반도체 등에 약 335조원(3000억달러) 규모의 신규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약 2200조원(2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정책을 밝힌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 반도체 업체에 미국 내 신규 투자 및 미국 업체와의 직접 동맹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된다. 퀄컴, 엔디비아 등 반도체 설계에 특화된 기업이 대부분인 미국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생산 분야를 대만이나 한국 등에 맡기고 있는 '합종연횡'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가 지난해 9월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증설한 이유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州) 오스틴에 100억달러(약 11조원) 이상 투입해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 검토 중"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사업장 전경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사업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블룸버그가 22일(현지시각)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州) 오스틴에 100억달러(약 11조원) 이상을 투입해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통해 "삼성전자가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올해 중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23년부터 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내 유일한 반도체 공장인 ‘삼성 오스틴 반도체 사업장(SAS)’ 인근 부지를 추가 매입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한 이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TSMC와의 대결이 불가피하다.

미국 반도체 전문지 세미컨덕터엔지니어링은 "최첨단 반도체는 스텔스 전투기나 항공관제, 유도 미사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부품"이라며 "미국은 한국, 대만 등과 함께 반도체 동맹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부정적 요인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상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는 대신 셰일오일 개발 규제 등으로 원유 공급이 줄어 국제유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IT 분야에선 수요가 늘 수 있지만, 반독점 규제 확대, 법인세 강화 등은 위협 요인이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성 측면에선 유리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바이드노믹스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바이든의 여러 정책들로 인해 한국 수출 증가율이 0.6∼2.2%p, 경제성장률은 0.1∼0.4%p 추가로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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