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셀프연임' 논란 김태오 DGB금융 회장···코로나19 사태 속 경영능력 입증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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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셀프연임' 논란 김태오 DGB금융 회장···코로나19 사태 속 경영능력 입증 과제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1.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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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추위서 지주 회장 최종 후보자로 추천···들러리 후보 내세웠다는 논란
- 취임 후 하이투자증권 인수 등 비은행 강화 전략
- 코로나19 여파 속 경영능력 입증 과제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사진=DGB대구은행]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사진=DGB대구은행]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사실상 연임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셀프연임'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김 회장은 향후 경영 성과로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018년 DGB금융지주의 회장으로 취임한 김태오 회장은 2019년 1월 대구은행장 겸직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임성훈 대구은행장의 취임으로 김 회장의 겸직 체제는 마무리됐다.

이후 김 회장은 지난해 DGB금융지주 회장 최종후보자로 추천되는 과정에서 들러리 후보를 내세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2기 체제'를 앞둔 김 회장이 경영 성과로 이같은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그날

대구은행장 겸직 논란 이어 DGB금융지주 회장 셀프연임 논란

2019년 1월 29일, 대구은행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태오 회장을 제12대 DGB대구은행장으로 선임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DGB대구은행장 겸직 체제가 시작된 것.

앞서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채용 비리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2018년 3월 사퇴했다. 2018년 5월에는 김경룡 전 DGB금융 부사장이 대구은행장에 내정됐으나 그해 7월 사임했다. 

김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직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DGB금융은 2018년 4월 이사회 및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해 선임하기로 했다. 김 회장도 내부출신 은행장 선임에 대한 뜻을 밝혔다. 그런데 이후 DGB금융지주 이사회가 2019년 1월 11일 자회사 최고경영자추천후보회의를 열고 김 회장을 대구은행장 후보로 추천하며 당시 은행 이사회와 노동조합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후 김 회장은 대구은행장 겸직이 확정돼 겸직체제에 돌입했고 지난해 10월 임성훈 대구은행장의 취임으로 김 회장의 겸직체제는 막을 내렸다. 

김 회장은 최근 사실상 연임에 성공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11일 DG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회의를 열고 김 회장을 DGB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 김 회장은 취임 후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CEO육성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조기에 조직을 안정화 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회장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이 확정될 예정이다. 

회추위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윤리경영을 실천하면서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부분은 김 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에 위원 전원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재임 기간 동안 이룩한 성과를 토대로 경영의 영속성을 확보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불확실성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적임자라는 부분에 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회추위는 지난해 11월 27일 김 회장과 함께 임성훈 대구은행장, 유구현 전 우리카드 대표이사를 최종 후보군(Short List)으로 선정했다. 이와 관련해 들러리 후보를 내세운 셀프연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임성훈 대구은행장의 경우 약 2개월 재직한 상태에서 지주회장을 맡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제기됐고 유구현 전 우리카드 대표이사의 경우, DGB금융 내에서의 입지가 김 회장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DGB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자로 추천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이 앞서 연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노조의 항의가 있었다. 김 회장은 이같은 논란 속에 '2기 체제'를 맞게 됐다.

 

◆ 그후

취임 후 실적 부진···비은행 강화 주력

2018년 5월 김 회장 취임 후 2019년 DGB금융은 실적부진을 겪었다. DGB금융그룹의 2019년 그룹 지배주주지분 순익은 3274억원으로 전년 대비 14.6% 감소했다. DGB금융은 지방금융지주사 실적 순위에서 2위를 JB금융에 내주며 3위로 내려앉았다.

대구·경북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DGB금융은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1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5% 감소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2011년 DGB금융그룹 출범 이후 첫 외부 출신 수장이다. 김 회장은 1978년 외환은행에 입사해 하나은행 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하나 HSBC생명(현 하나생명) 대표 등을 역임했다. 

김 회장이 취임한 2018년 당시 DGB금융은 대구은행의 비자금 조성 혐의와 채용비리 혐의 등으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김 회장은 취임 당시 조직 내부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낮은 자세로 지역사회에 다가가고, 전 계열사의 자율적 운영 보장으로 성과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적극 추진하는 한편, 전문 CEO 경영으로 자율성을 최대한 독립하겠다고 강조했다. 

2017년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을 자회사로 편입하려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제동이 걸렸다. 김 회장은 취임 직후 금융감독원을 찾아 하이투자증권 인수 관련 의견을 전하는 등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열의를 보였다. DGB금융은 그해 10월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했다. 하이투자증권은 DGB금융그룹 편입 후 비은행 핵심 계열사로 순익에 기여하며 효자로 부상했다. 지난해 초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에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DGB금융은 2019년 10월에는 DGB자산운용을 계열사로 편입했다. 

김 회장의 이같은 비은행 강화 전략은 점차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다. DGB금융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7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이같은 DGB금융의 실적 선방에는 하이투자증권, DGB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 강화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투자증권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81.6% 증가했다. DGB캐피탈은 26.9%, DGB생명은 7.4% 늘었다. DGB대구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14.0% 감소한 2035억원을 기록했다. 

캄보디아 Cam Capital Plc 본사[사진=DGB캐피탈]
캄보디아 Cam Capital Plc 본사[사진=DGB캐피탈]

 

김 회장은 DGB금융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힘을 싣고 있다. 

DGB대구은행은 2012년 지방은행 최초로 중국 상하이에 해외 지점을 열었다. DGB대구은행의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DGB특수은행(DGB Specialized Bank)은 지난해 10월 상업은행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상업은행 전환에 따라 대출 업무 외에 수신·여신·외환 등 종합 금융서비스가 가능해졌다. DGB대구은행은 2019년 11월 소액대출법인 미얀마 MFI(소액대출)를 설립했다. 지난해 8월에는 베트남 호찌민 지점을 열었다.

DGB캐피탈은 2016년 라오스 DGB라오리싱(DGB Lao Leasing Co.,Ltd)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캄보디아에 진출했다. DGB캐피탈은 지난해 캄보디아 소액대출회사의 지분 100% 인수를 완료하고, 캠 캐피탈(Cam Capital Plc) 법인을 출범했다. 작년 5월에는 미얀마 대표사무소를 설립했다. 

◆ 그리고, 앞으로

우선 과제는 경영능력 입증

연임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만큼 김 회장의 우선 과제는 이를 불식시킬 경영능력 입증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조직개편을 통해 경영관리 기능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DGB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본부 단위로 그룹경영관리총괄, 그룹미래기획총괄을 신설하고, 이사 내 위원회로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비은행 강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DGB대구은행에 대해서는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그 결과 12개 사업본부, 6개 지역본부, 50개 본부부서에서 10개 사업본부, 5개 지역본부, 43개 본부부서로 축소됐다. 

김 회장은 임원 인사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HIPO 인재 POOL에서 임원을 선임해 핵심인재 양성 기업문화 정립 ▲학연, 지연 탈피 및 역량과 CDP를 고려한 인사고과 및 성과평가를 통한 우수 인재 선임 ▲미래 CEO로서 윤리성·도덕성을 겸비하고 조직통합을 도모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 ▲후진양성 및 경영의 연속성을 도모할 수 있는 적정 규모의 임원 선임 ▲임원 세대교체를 통한 혁신성 확보 및 조직의 활력 도모 등이다.

DGB금융은 DGB대구은행과 하이투자증권의 시너지 효과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에는 부산지역에 복합금융점포인 '디그니티(DIGNITY) 센텀시티센터'를 열었다. DGB대구은행과 하이투자증권과의 공동상담실을 통해 맞춤형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DGB금융은 이로써 대구 3개점, 서울 1개점, 부산 1개점 등 총 5개점의 그룹 프리미엄 브랜드 디그니티 금융복합센터망을 보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DGB금융그룹]
[사진=DGB금융그룹]

 

김 회장은 올해 '미래로 도약하는 SMART 금융그룹'을 그룹의 중기 비전으로 선포하고 5대 전략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는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Strengthen Portfolio) ▲효율성 기반 수익 극대화(Maximize Efficiency) ▲Digital Transformation 추진 가속화(Accelerate DT-DIGITAL TRANSFORMATION-) ▲아세안 Second Home 구축(Road to ASEAN ) ▲신뢰받는 그룹(Trusted Partner)의 5가지로 구성됐다. 

디지털 전환은 DGB금융의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필수적 과정으로 해석된다. DGB대구은행은 최근 AI 기반의 펀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로디(Ro.D)’ 비대면 서비스를 시작했다. 빅데이터 분석과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최적의 펀드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서비스다. DGB생명은 지난해 온라인에서 직접 가입이 가능한 디지털 보험을 론칭했다. DGB금융은 올해도 지속적인 디지털 전환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며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지난 4일 시무식에서 "그룹 임직원들의 행동과 가치판단의 기준인 핵심 가치를 고객우선, 성과중심, 주인의식으로 정하고 그룹 전임직원들이 핵심가치를 통해 그룹의 미션을 적극적으로 실현해나가자"고 밝혔다. 

김 회장은 그동안 성과보다는 '셀프연임' 등에 초점이 맞춰지며 구설수에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위기대응능력에 절실한 상황에서 경영 능력을 발휘해 그간의 시선에 변화를 주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소연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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