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⑥] 유통업계에 불어오는 '그린테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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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⑥] 유통업계에 불어오는 '그린테일' 바람
  • 박금재 기자
  • 승인 2021.01.19 0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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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그린테일 행보 활발
'그린워싱' 문제 제기돼...기업 진정성 확보돼야
정부 지원책 마련 통해 그린테일 동참하려는 기업 힘 실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류를 공격할 즈음 많은 이들은 앞으로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fter corona) 시대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인류는 일개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새로운 삶을 강요받고 있다. 그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인간 생태계 전반에 ‘역경’(逆境)을 넘어 ‘생(生)과 사(死)’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생(生)의 길’, 즉 활로(活路)를 찾아야 한다. 그 활로는 인간의 일상적인 삶에 영속성과 지속성을 주는 길이어야 한다. 백신이 코로나를 잠재울지라도 이미 달라진 우리의 삶 전반을 그 이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녹색경제신문>은 2021년 새해를 맞아 우리 경제의 영속성과 지속가능성의 길을 찾고자 한다. 우리가 제안하는 활로는 ‘그린’(green)이다. 그린에서 일상의 삶을 영위케 하는 경제구조와 산업 생태계의 영속성과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산업계는 지금 ‘그린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T 바이오의 첨단산업은 물론 자동차 제철 조선 등 전통 제조업계와 유통업계, 금융업계도 ‘그린’에서 영속성과 지속성을 찾는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을 길을 찾고 있다. 그 앞날의 길을 살펴보자. <편집자註>

- 글 싣는 순서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①] 주요 기업들이 뛰어든 '그린뉴딜', 신기루되지 않으려면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②] '그린경영'이 아니면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는 시대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③] '그린모빌리티'의 핵심, 전기차·수소차의 미래는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④] '그린수소' 꿈꾸는 대기업들, 사업기반 구축 '한계'도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⑤] 각광받는 '그린에너지' 영속성 확보하려면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⑥] 유통업계에 불어오는 '그린테일' 바람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⑦] '녹색금융' 꿈꾸는 금융업계, 탄소제로에 몸을 싣다
 


빨대 없는 음료 뚜껑 '뚜껑이' 이미지.
빨대 없는 음료 뚜껑 '뚜껑이' 이미지.

◆ 그린테일이란? 전 세계 유통업계 '화두'...MZ세대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

유통업계에 '그린테일' 바람이 불고 있다. 그린테일이란 그린(Green, 환경)과 리테일(Retail, 유통)의 합성어로 제품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기획하거나, 친환경 소재로 포장하는 등 유통 과정에 친환경 요소를 도입하는 것을 말한다.

그린테일 열풍의 배경으로는 MZ세대가 소비층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점이 가장 먼저 꼽힌다. MZ세대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가치소비'를 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MZ세대가 환경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며 이것이 소비 트렌드에도 반영돼 그린테일 또한 각광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린테일은 부정할 수 없는 큰 흐름이다. 많은 패션·뷰티 기업들이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고 동물권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식음료 기업들 또한 패키지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거나 일회용품을 줄이는 방식으로 그린테일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이&nbsp;버려진 페트병을 활용해 만든 비 싸이클(B-Cycle)&nbsp;피케 티셔츠.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이 버려진 페트병을 활용해 만든 비 싸이클(B-Cycle)피케 티셔츠.

◆ 패션·뷰티 '친환경 소재' 붐, 식음료 '일회용 줄이기' 러시 

지난 2020년은 다수의 유통업계 기업들이 친환경 행보에 몰두한 시기였다. 그동안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에만 집중해왔던 패션·뷰티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친환경 소재를 도입하는가 하면, 다수의 식음료 기업들은 대표적 일회용품인 빨대를 줄이는 방식으로 친환경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은 버려진 페트병을 수거해 재생 가공한 리사이클 폴리 소재로 만든 비 싸이클(B-Cycle) 피케 티셔츠를 선보였다. 빈폴은 앞서 폐페트병, 어망 등 혼방 소재를 사용한 점퍼, 베스트 등을 출시한 바 있다.

박남영 빈폴사업부장(상무)은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초일류 브랜드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친환경 중심의 사고와 프로세스 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라며 “빈폴은 향후에도 친환경을 고려한 상품은 물론 생산, 프로세스, 유통, 패키징 등 다양한 부분에서 진일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랜드월드 스파오도 '에코 라인'을 선보이며 친환경 패션에 동참했다. '에코워싱 라인'은 기존 워싱 과정 대비 물 사용량을 최대 99% 절감하고 전기에너지는 최대 35% 절약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식음료 분야에서는 스타벅스와 맥도날드가 대표적으로 친황경 행보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2018년 종이 빨대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카페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이는 현재 대부분의 카페 프랜차이즈에 도입돼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를 대부분 대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스타벅스는 매장 자체를 친환경 건축자재로 건축하는 시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포스코와 손잡고 '나무 철판'을 이용해 스타벅스 매장을 꾸몄는데, 이는 리사이클도 가능해 친환경적이다. 

맥도날드 또한 음료를 제공하는 뚜껑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데 힘을 쏟았다. 고객이 음료를 섭취할 때 빨대 없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설계된 '뚜껑이'는 현재 전국 매장에 도입돼 있으며, 맥도날드는 지난 2019년 5월부터는 아이스크림 디저트 메뉴 '맥플러리'의 플라스틱 뚜껑을 없애 1년 동안 약 14t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도 했다.

한편 편의점 업계 또한 '일회용품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편의점 CU는 업계 최초로 비닐봉투 사용을 중단하고 친환경 봉투를 전면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4월 전국 150여직영점에 시범 도입한 친환경 봉투를 가맹점주협의회와 논의한 뒤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1만5000여 점포로 확대해 적용했다.

CU 뿐만 아니라 세븐일레븐 또한 지난해 환경재단과 함께 일부 점포에 페트병과 캔을 분리수거하는 AI로봇을 설치했다. GS리테일도 지난 2020년 말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 캠페인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 그린테일, 잠깐의 유행이 되지 않으려면

업계 안팎의 의견을 종합하면 '그린테일'은 잠깐의 유행이 될 가능성도 높다.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성을 고려하면 개발 비용과 제작 시간을 많이 소모하는 친환경 제품들은 지속적으로 출시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친환경 소재와 공법을 적용한 제품들의 경우 판매 가격이 일반 제품보다 높게 형성돼 있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일각에서는 '그린워싱' 문제를 제기하는 관계자들 또한 존재한다. 그린워싱은 실제로 환경을 위한 것이 아닌, 겉으로만 친환경 이미지를 갖기 위해 관련 활동을 하는 기업의 행동을 말한다.

'친환경'인 것을 홍보하면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 제작 과정에서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거나, 일부 제작 과정에서는 환경 오염과 관련되는 사례들이 그린워싱이라고 불릴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소재 제품들이 지속가능성을 얻기 위해서는 제품의 수익성을 높이며 소비자들에게 진정성을 어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친환경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트에 진열된 처음처럼 투명 페트병(왼쪽)과 기존 초록색 페트병.
마트에 진열된 처음처럼 투명 페트병(왼쪽)과 기존 초록색 페트병.

◆ 그린테일 사각지대도 존재...정책 지원도 시급해

한편 그린테일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린테일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를 더 벌려놓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면 그린테일에 동참하기 위해 일부 주류기업들은 제품 용기를 친환경 투명 용기로 바꾸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새로운 용기를 개발하기 위한 투자를 감행하기가 어려워 그린테일 분야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처럼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 기업에게는 정책적 지원이 더해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정부도 기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면서 "일본 등 외국과 비교해 한국 정부의 친환경 소재 개발을 위한 지원책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기업에게는 친환경 제품의 질이 기존 제품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최근 대체육 제품 개발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대다수의 소비자들에게 "대체육은 맛이 없다"는 것이 편견으로 자리잡혀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제품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화장품업계에서는 동물실험 금지가 친환경 행보에 있어 중요한 이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7년 말 동물실험을 거쳐 만든 화장품을 유통하거나 판매하면 과태료를 무는 내용을 담은 화장품법을 시행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의 피부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동물실험 금지는 부작용 등의 나쁜 결과를 낳게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태계의 영속성과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그린테일은 피할 수 없는 숙제다"라면서도 "그렇지만 사업성을 외면할 수도 없어 다수의 기업들이 그린테일에 동참하기를 어려워 하는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 또한 규제 완화 및 예산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들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푸드의 대체육 제품 제로미트 4종 이미지.
롯데푸드의 대체육 제품 제로미트 4종 이미지.

 

박금재 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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