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 '상생 경영' 가속화...한끼 나눔 온(溫)택트 프로젝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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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 '상생 경영' 가속화...한끼 나눔 온(溫)택트 프로젝트 등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1.07 0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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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협력회사, 학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 만들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
- 최태원 "팬데믹 같은 대재난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무너뜨린다"...결식 이웃 돕기 나서
- 정의선 "다양한 이웃과 사회,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민"...인류 사회 공헌 미래차 준비
- 구광모 “기존의 틀과 방식을 넘는 새로운 시도, 고객의 LG 팬 확대"...LG의인상 등 강화

재계 총수들은 올해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상생' 경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사회 안전망이 무너지고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늘어나면서 재계 총수가 앞장 서 사회에 희망의 온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6일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4대 그룹 총수는 새해를 맞아 '사회적 가치'와 '상생'에 방점을 둔 경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4일 협력회사와의 상생을 통한 '건강한 산업생태계 구축'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2021년 신축년(辛丑年) 현장 경영 행보를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영하의 한파 속에서도 작업복 차림으로 협력회사 대표들과 함께 평택 2공장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했다. 이날 반입된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 제작에 필수적인 화학기상증착(CVD·Chemical Vapor Deposition) 장비로, 협력사인 원익IPS가 삼성의 기술 지원을 받아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 부회장은 설비 반입식을 마친 뒤 이용한 원익IPS 회장을 비롯해 박경수 피에스케이 부회장, 이우경 ASML코리아 대표, 이준혁 동진쎄미켐 부회장, 정지완 솔브레인 회장 등 반입식에 참석한 협력사 대표 5명과 면담했다. 이들 협력회사 사장단은 삼성과 40년 이상 함께하며 강소기업으로 거듭난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 대표들이다. 

이 부회장은 “협력회사, 학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며 “함께하면 미래를 활짝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신년 첫 경영 행보에 협력사 대표들이 동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신년 첫 행보를 협력업체와 시작한 것은 파격적"이라며 "삼성전자가 협력업체들과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고 동반 성장함으로써 글로벌 1위에 오르겠다는 '상생'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일 협력회사와의 상생을 통한 '건강한 산업생태계 구축'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2021년 신축년(辛丑年) 현장 경영 행보를 시작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12월 30일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제가 꿈꾸는 승어부(勝於父·아버지보다 나음)는 더 큰 의미를 담아야 한다"며 "학계·벤처업계·중소기업계 등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우리 산업생태계가 더욱 건강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건강한 산업생태계 구축'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일 SK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 신년사를 통해 "팬데믹 같은 대재난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무너뜨린다"며 "우리 역량을 활용해 당장 실행 가능한 일부터 시작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어 "올해는 그룹 신년회라는 오랜 전통을 멈추고 행사에 쓰이던 비용을 사회에 도움이 더 필요한 곳에 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SK그룹은 곧장 실행에 들어갔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지난해부터 강조해온 '안전망(Safety Net)' 구축을 위해 '한끼 나눔 온(溫)택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5일 밝혔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전하는 것이다. 그동안 무료로 식사를 제공해온 각종 시설 활동이 중단되면서 결식 이웃들이 늘고 있기 때문. 앞으로 3개월간 취약계층에 식사 40만여 끼를 제공한다. 

프로젝트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식당과 취약계층을 동시에 지원하는 의미가 있다. 즉 영세 식당에서 도시락을 주문해 자영업자 매출을 늘리고 이 도시락을 복지시설 운영 중단 등으로 식사가 어려운 취약계층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또 무료 급식소에는 급식이 끊기지 않게 긴급 자원을 전한다.

SK는 먼저 서울 중구를 중심으로 '소상공인 온기(溫氣) 배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1월부터 서울 중구 명동·회현동 중소 음식점에 도시락을 주문하고 이를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 '명동밥집'에 보내는 방식이다. 

SK는 도시락비 일체를 지원하며 명동밥집을 통해 하루 500여 명 규모 노숙인·결식노인 등에게 도시락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명동·회현동 상가연합, 남촌상인회(골목상점 연합체), 요리인류(지역 특색요리 개발로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단체) 등도 합류한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안나의 집'에는 도시락 예산을 지원한다. 이곳은 최 회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곳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헌혈에 참여한 모습

최 회장은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님은 코로나19로 무료 급식소들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노숙자와 홀몸 어르신 수백 분에게 한결같이 따뜻한 식사를 나누고 있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사회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문제를 해결해가는 손길 덕분에 희망을 갖게 된다. 또 '우리는 사회에 어떤 행복을 더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질문하고 돌아보게 된다"고 밝혔다.

최근 코로나19로 운영이 어려워진 무료 급식소가 늘어나면서 급식을 계속 이어가는 안나의 집에는 노숙인 등이 더욱 몰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500식에서 800식으로 수량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배식받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SK는 안나의 집에 매일 도시락 200개를 더 공급할 수 있는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 SK는 주요 관계사 사업장 주변 무료 급식소 운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여기에 SK가 후원하는 '행복도시락센터'와 연계도 확대한다. 행복도시락 협동조합은 현재 행복도시락센터 29곳에서 결식 우려 아동에게 연간 도시락 350만개를 전달하고 있다.

최 회장의 '안전망'은 지난해에도 사회 곳곳에 힘을 보탰다. 사회공헌연합체 '행복얼라이언스'를 통한 아동복지, 코로나19에 따른 혈액부족 사태 해결을 위한 헌혈운동, 코로나19 환자 생활치료센터를 위한 회사 연수원 제공 등이 이어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4일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전한 새해 메시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과는 다른 사회적 가치와 라이프 스타일 확산으로 변화를 미리 준비한 기업만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1년을 미래 성장을 가름 짓는 중요한 변곡점으로 삼아 새로운 시대의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를 발표하는 장면

이어 "변함없이 지켜가야 할 사명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해 나간다는 것"이라며 "올해를 미래 성장을 가름 짓는 중요한 변곡점으로 삼아 새로운 시대의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를 통해 사회와 인류에 공헌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특히 정 회장은 “일상의 업무에서도 언제나 고객과 인류를 최우선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협력업체를 비롯해 우리와 함께 하는 다양한 이웃과 사회,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해 주길 바란다”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구광모 LG 대표는 4일 신년사에서 “기존의 틀과 방식을 넘는 새로운 시도가 작지만 중요한 차이를 만들고 비로소 고객 감동을 완성한다 생각한다”라며 “그렇게 더 많은 고객에게 감동을 확산하며 팬 층을 두텁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을 세밀히 이해하고 감동을 완성해 LG의 팬으로 만드는 한 해”라고 정의했다.

구광모 LG 대표가 미래 기술을 살펴보는 모습

구 대표는 이같은 '고객의 LG 팬' 구현을 위해 사회적 책임에도 지속 나설 전망이다. 구 대표는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하자"는 고 구본무 회장의 뜻에 따라 만든 'LG 의인상'을 꾸준히 챙기며 책임을 다하고 있다. 선행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 
 
구 대표는 취임 이후 "진심이 담긴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더 다가가자"는 구 회장의 뜻을 반영해 ' LG의인상' 수상 범위를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서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될 수 있는 선행과 봉사를 한 시민들까지로 확대했다. 

올해는 재계 총수들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가야 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 '뉴 삼성' 경영에 집중하게 될지 관심사다. 정의선 회장은 미래차 시대를 열어야 한다.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고도화해야 한다. 구광모 대표는 고객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들 총수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약자와의 상생, 협력회사와의 동반 성장 등 넓어진 경영 스펙트럼에 대응한 새로운 변화와 도전의 시기에 어떤 성적표를 보일지 주목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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