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구조조정’ 마친 두산, 베어스 야구단은 FA ‘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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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구조조정’ 마친 두산, 베어스 야구단은 FA ‘큰손’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12.2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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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자산 매각으로 3조원 마련… 뼈를 깎는 자구안
‘매각설’까지 나왔던 야구단은 FA서 수십억 ‘배팅’
8000억원에 매각된 서울 동대문 패션 시장에 자리한 두산타워 빌딩. [사진=연합뉴스]
8000억원에 매각된 서울 동대문 패션 시장에 자리한 두산타워 빌딩. [사진=연합뉴스]

올해 초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지원받아 시작된 두산그룹 자구안이 거의 마무리됐다. 두산그룹은 알짜배기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까지 시장에 내놓는 등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자산 매각으로 3조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자산이 팔려나가는 상황에서도 두산 베어스 야구단은 살아남았다. 이에 더해 올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큰손 행세를 하고 있어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그룹은 올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두산건설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도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을 하는 등 만성적자에 시달리며 재무 상황이 악화한 탓이다.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10년간 2조원 가량을 투입했는데도 살아나지 못하고 지난해 상장 폐지됐다. 2011년 이후 매년 당기순손실을기록했다.

두산그룹이 올해 매각한 자산 규모는 뼈를 깎는다는 말이 어울린다. 두산타워 8000억원, 두산솔루스 7000억원, 두산모트롤BG 4530억원, 클럽모우CC를 1850억원에 매각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현대중공업지주가 8000억~1조원에 인수할 것으로 점쳐진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 3조1021억원, 영업이익 1782억원을 벌어들인 알짜 계열사다.

두산베어스는 지난 10일 내야수 허경민(30)과 계약기간 4년에 계약금 25억원, 연봉 40억원 등 총액 65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4년 계약이 끝난 뒤에는 3년 20억원의 선수 옵션(player option) 조항이 있다. [사진=두산베어스 홈페이지]
두산베어스는 지난 10일 내야수 허경민(30)과 최대 계약 기간 7년, 총액 85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사진=두산베어스 홈페이지]

그룹의 어려운 사정과는 반대로 베어스 야구단은 돈잔치를 벌였다. 내부 FA 3루수 내야수 허경민은 계약기간 4년에 계약금 25억원, 연봉 40억원 등 총액 65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4년 계약이 끝난 뒤에는 3년 20억원의 선수 옵션(player option) 조항이 있다. 중견수 정수빈은 6년 총액 56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36억원, 인센티브 4억원)에 계약했다. 모기업 재정에 결정적 영향을 받는 야구단으로서는 거침없는 행보다. 경쟁 구단들이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자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잡았다.

두산베어스는 지난 11월 2군 훈련장인 이천 베어스파크를 담보로 운영 자금을 마련했다. 추후 재매입 주건을 붙여 ‘세일즈 앤드 리스 백’ 형태로 290억원을 차입해 5년 안에 원금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갚고, 이자 또는 월세를 매달 캠코에 지급하는 형태다.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과감하게 FA 시장에 돈을 푼 두산베어스는 유격수 김재호와 선발 투수 이용찬, 유희관과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두산베어스의 행보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당초 채권단에서는 두산베어스도 매각하라는 입장도 있었다. 두산그룹이 중공업 기반 B2B 기업이라 홍보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명문 구단으로 꼽히는 만큼 인수 의향이 있는 기업들이 꽤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매각 가치는 2000억원 정도로 평가됐다.

두산그룹은 두산베어스 매각 대신 자금을 차입해 전력 보강하는 방식을 택했다. 국내 스포츠 구단 특성상 그룹 오너가의 결정이 없이는 이 정도 자금을 끌어쓰기 힘들었을 거라는 관측이 높다. 지난해 두산베어스 매출은 579억원으로 영업이익 32억원을 거뒀다. 매출 가운데 162억원 가량은 두산중공업 등 그룹으로부터의 수입이다. 올해는 130억원 가량인 입장 수입도 줄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한 두산그룹 야구단의 행보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산그룹이 그룹 내 재무 사정이 악화할 때마다 과감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던 점과 비교하면 이런 아쉬움은 더 커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2016년, 두산중공업은 2017년과 2019년 큰 규모의 인원을 감축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 3분기 5237명이던 직원 수가 올해 3분기 2771명으로 2466명 줄었고, 두산중공업은 같은 기간 7701명에서 5596명 2105명 감소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저희는 계획에 따라서 성실하게 자구안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야구단 운영은 그룹과는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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