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순항? 소송·호실적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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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순항? 소송·호실적 '변수'로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11.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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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 3조 자구안 마지막 퍼즐… 시장에서는 1조원 정도 예상
호실적에 매각 꺼릴 거란 분석도… 가격 안 맞으면 안 팔까
원매자 입장선 중국법인 소송이 부담… 최대 부담액 1조원 가까이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이 설립 26년 만에 굴착기 누적생산 20만대를 돌파하고 지난달 30일 생산기념식을 열었다. [사진=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이 설립 26년 만에 굴착기 누적생산 20만대를 돌파하고 지난달 30일 생산기념식을 열었다. [사진=두산인프라코어]

두산그룹 자구안 최대어인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이 예상처럼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서 매각 금액 1조원 수준으로 평가받는 두산인프라코어가 호실적을 거두고 있어 두산그룹 자체적으로 매각을 꺼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채를 고려하면 단순 호실적만으로 매각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올해 상반기 기준 두산인프라코어의 총 부채는 3조5230억원에 달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3분기 17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인 1200억원 이상을 훌쩍 띄어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46억원보다 14%나 규모가 늘었다. 매출액도 지난해 1조8567억원보다 3.9% 증가했다.

두산그룹은 이미 계열사와 자산 매각으로 2조2000억원 가량을 확보해 목표치인 3조원에 근접했다.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을 꺼릴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두산그룹은 속내를 감추고 있지만, 실제 계열사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처럼 연간 영업이익 6000억원 이상을 기록해줄 수 있는 기업이 흔치 않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중국 등 건설 경기 회복에 힘입어 영업이익 호조를 보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의 몇 안 되는 ‘알짜’ 회사에 속한다. 2015년 영업손실 951억원을 기록한 뒤 2016년 4908억원, 2017년 6608억원, 2018년 8481억원, 2019년 8404억원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올해 역시 코로나19 여파에도 꾸준히 1500억원 이상씩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도 6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그룹이 매각하지 않기로 한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뺀 별도 재무제표로 보더라도 두산인프라코어의 영업이익은 뛰어나다. 최근 3년 연 평균 약 3조원의 매출액과 약 1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현대중공업·GS건설·유진기업 등 6곳이다. 인수 가격에 대한 큰 이견이 없다면 연내 매각에 성공할 거라는 관측이 높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투자은행(IB) 업계 등에서는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팔 생각이 없냐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를 경영 상태를 보기 위한 실사자료 등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와서다. 두산중공업 측이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술 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일부 자료 제공을 거부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의 불만이 쌓였다. FI들로서는 건설장비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실사자료가 매물 검토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호실적을 거두면서 매각을 꺼릴 수 있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원매자로서 투자가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DICC) 관련 소송 리스크가 남아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최대 부담액이 1조원에 가까운 소송인 만큼 막판까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 중국에 법인을 세우면서 20% 지분에 해당하는 자금을 하나금융투자 등으로부터 유치했다. 3년 내 기업공개(IPO)가 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대주주와 같은 가격에 지분을 팔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도 약정했다.

이후 중국 건설 경기 악화 등으로 IPO가 성사되지 않으면서 지분을 다시 파는 과정에서 분쟁이 생겼다. 투자자 측은 두산인프라코어의 비협조로 매각이 무산됐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매각 과정에 자료 공개를 소홀히 하고, 실사 요구에도 불응했다는 주장이었다. 약속된 지분 매각 작업에 두산인프라코어가 협조했느냐 방해를 했느냐가 핵심 쟁점이었다.

1심 재판부는 2017년 2월 매수 희망자들의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두산인프라코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에서 판단이 뒤집혀 재판부는 두산인프라코어에 책임을 물어 “약 7000억원을 투자자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두산이 불복한 이 사건은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선고 일정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두산그룹이 우발 채무를 모두 떠안기로 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본입찰 전 단계에서 확정된 것은 없다는 게 두산의 입장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달 30일 컨퍼런스콜에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와 관련) 예비입찰서를 제출했고 현재 실사 중에 있는데 DICC 소송 관련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구조가 나와 있지 않다”고 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두산인프라코어의 총 부채가 상반기 기준 3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점도 두산그룹이나 원매자 모두에게 부담되는 수치다. 부채비율만 297%에 달한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투자은행 업계 쪽에서 매각 관련해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희 쪽에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진행하는 매각 절차인 만큼 결정 여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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