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 기술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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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 기술 어디까지 왔나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10.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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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만해진’ 전기차, 가격 낮추고 주행거리 높였다
세계 시장 선점한 국내 3사… 기술개발에 ‘전념’
한·중·일 기술 각축전에 완성차 업체도 가세… 경쟁 가속화

전기차 시대가 이제야 초입에 들어섰다. 2010년대 초중반 양산됐던 초창기 모델들이 '친환경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2010년대 후반으로 오면서 ‘실용성’도 갖추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첫 양산 체제를 갖춘 뒤 10년 남짓한 시간 동안 기술·개발에 투자하면서 배터리 수명과 주행거리를 늘려왔다. 전기차 시대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전기차가 충전소에서 충전하고 있다.[사진=녹색경제DB]
전기차가 충전소에서 충전하고 있다.[사진=녹색경제DB]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이 분야에 도전장을 내고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전기차 배터리 양산 체재를 본격적으로 갖춘 지 10년 남짓 만에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먼저 LG화학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이 지난해 10.7%에서 올해 24.6%를 기록하며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SDI는 3.6%에서 6.3%, SK이노베이션은 1.8%에서 4.2%로 각각 4위와 6위에 올라섰다.

다만, 아직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 우위에 있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는 코로나19 이슈로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늘었던 반면 중국에서 보조금이 삭감되며 중국 회사들이 판매량이 크게 줄었던 시장 상황의 영향을 받았다"며 "올해는 외부 상황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던 점을 인정하고, 내년부터는 더 실력을 쌓고 긴장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일본, 중국이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진단이다. 일본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초창기부터 협력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중국 CATL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파이를 키워왔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종류는 크게 NCM(니켈·코발트·망간)과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로 나뉜다. 기술개발은 값비싼 코발트의 함량을 낮춰 원가를 절감하고, 에너지밀도가 높은 니켈 비중을 늘려 용량·출력·수명 등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은 자체 생산 중인 NCA 2170 배터리에서 2~3년 내로 코발트를 제거해 에너지밀도를 더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3사도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LG화학은 NCM 양극재 소재에 알루미늄을 더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를 오는 2021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코발트의 비중을 5% 밑으로 낮추고 니켈 함량을 89~90%로 높이는 동시에 알루미늄을 추가했다.

삼성SDI 역시 니켈 함량을 88~89%로 높인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를 오는 2021년부터 양산하겠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니켈 함량 90%, 코발트 비중이 5%인 NCM9½½ 배터리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방식을 쓰고 있는 중국 CATL은 테슬라와 함께 현재 전기차 수명인 10만~20만마일(16만~32만km)을 뛰어넘는 100만마일(160만km)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의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해지면 택시·버스 등 장거리 주행이 필요한 상용차량을 늘리거나 배터리 재활용, 임대 사업 등을 펼치기 수월하다. 생애주기비용을 대폭 끌어내릴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자동차 회사가 배터리 생산에 나서는 위협이 본격 시작됐다는 점이다. 먼저 첫 양산형 전기차 로드스터를 2008년 시장에 내놓은 뒤 선도적 위치를 선점해 온 미국 업체 테슬라가 배터리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9월 22일(현지시간) 열린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4680 원통형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테슬라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9월 22일(현지시간) 열린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4680 원통형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테슬라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테슬라는 지난 9월 24일 ‘배터리데이’에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4680’을 소개했다. 4680 배터리는 직경 46mm, 높이 80mm의 원통형 배터리셀이다. 기존 2170(지름 21㎜·높이 70㎜) 배터리의 사이즈를 키워 '반값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통해 기존 에너지의 5배, 파워는 6배, 주행거리는 16% 늘어날 거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강국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도 배터리 부문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2019년 9월 스웨덴 배터리회사 노스볼트와 리튬이온 배터리 대량생산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했다.

프랑스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의 자회사인 오펠은 지난 2월 독일 남서부에 24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BMW와 PSA는 EU(유럽연합)과 독일·프랑스 정부에 배터리 생산 컨소시엄에 보조금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량 확보를 위해 배터리 내재화를 차츰 해나가더라도 기존 배터리 업계들과 협업 관계가 필요한 만큼 위협보다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배터리 업계들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술 혁신과 품질 개선 등 노력을 게 꾸준히 해 여전히 작은 전기차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공존을 모색하는 방향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전기차 시장에 대한 전망은 밝다. 배터리 기술개발 속도가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앞으로 4년 내에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배터리 수명 향상과 생산 단가를 낮추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가 내연차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배터리팩 가격을 1kWh(킬로와트시)당 100달러 이하로 전망한다. 배터리 생산단가 하락 속도를 보면 이런 전망치는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BNEF(블룸버그 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이 가격이 156달러로 낮아졌다. BNEF는 2024년에는 kWh당 94달러까지 떨어져 100달러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팩 가격은 2010년 1kwh당 550달러, 2016년에는 200달러 중후반 수준이었다.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71%가량 가격 절감이 이뤄졌다.

기아 레이나 쏘울 EV, 르노삼성 ZE, BMW i3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첫 양산형 전기차 모델들을 내놓던 2010년 초중반과 비교하면 충전 한 번에 갈 수 있는 주행거리도 2배 이상 늘어났다. 당시 모델들이 91~160km 수준의 주행거리를 내세웠던 반면 2019년 이후 출시된 대다수 차량들은 1회 충전에 300, 400km 이상을 갈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술개발이 계속되면서 충전 속도도 빨라지고, 수명이 줄어지는 문제도 개선되고 있지만, 배터리 가격 절감과 한 번 충전에 500km 정도는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 보편화돼야 한다"며 "국내 3사가 글로벌 경쟁력이 뛰어난 만큼 앞으로 충전 상태도 좋고, 충격에 강한 차세대 배터리들이 꾸준히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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