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칼럼] ‘덮죽’ 논란... 레시피의 저작권은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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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칼럼] ‘덮죽’ 논란... 레시피의 저작권은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나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0.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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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방송서 화제 된 식당 메뉴와 브랜드 가져다 쓴 프랜차이즈 비난 끝 철수
레시피 저작권 불인정 돼 법적 문제는 없어... 이번 기회에 사회적 합의점 필요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최근 한 식당의 메뉴가 외식업계에 때 아닌 화제가 됐다. SBS의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방송한 포항 소재 덮죽집의 메뉴 명과 레시피를 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표절한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이 크게 분노한 것.

이 프랜차이즈는 ‘덮죽덮죽’이라는 브랜드로 가맹 사업을 시작하면서 방송에서 유명해진 ‘덮죽’ 메뉴를 사용했다. 시민들은 식당 주인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신 메뉴를 프랜차이즈가 아무런 대가 없이 도용하는 것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논란이 크게 일자 메뉴를 도용한 ‘덮죽덮죽’ 이상준 대표는 “본사의 덮죽 프랜차이즈 진행 과정에 있어 메뉴 명 표절 및 방송 관련 오인할 수 있는 문구를 표기했다”고 인정하고, “수개월의 연구와 노력을 통해 덮죽을 개발하신 포항의 신촌’s덮죽 대표님께 너무 큰 상처를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덮죽덮죽은 또 “금일부로 모든 프랜차이즈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혀 더 이상 덮죽으로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도용한 프랜차이즈의 사과와 사업 철수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메뉴 명과 레시피 도용 문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현재 국내 법률상 레시피는 단순 아이디어로 분류돼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아무리 자신이 힘들게 개발했고 그 사실이 크게 알려졌어도, 타인이나 다른 기업이 같은 레시피를 사용하는 것을 제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례로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한 양념치킨 개발자도 자신이 개발한 양념치킨에 대해서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했다.

외식업계에서는 종종 이런 메뉴 베끼기가 논란이 되기도 한다. 치킨업계의 유명한 앙숙인 BBQ와 bhc는 치킨 메뉴를 둘러싸고 소송까지 벌였으나, 1심에서 레시피의 고유성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판결이 나와 레시피의 저작권이 존재하지 않음을 다시 입증했다.

또 12일에는 파리바게뜨가 강원도 농가와의 상생을 위해 출시한 감자빵이 춘천의 한 제과점 제품과 유사하다는 논란이 발생해 파리바게뜨가 판매 중단을 결정한 일도 발생했다. 이 역시 파리바게뜨가 자체적으로 제품을 거둬들인 것일 뿐, 널리 알려진 레시피를 활용했다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이번에 덮죽 논란은 레시피 뿐 아니라 해당 프랜차이즈가 덮죽이라는 메뉴 명까지 도용해 상표권을 등록했기에 더욱 비난을 받았다. 아이디어로서 저작권 대상이 아닌 레시피와 달리 메뉴 명은 상표로서 저작권이 보호된다.

만약의 경우 상표권 등록을 하지 않은 포항 덮죽집에게 ‘덮죽덮죽’ 측이 문제를 제기한다면 오히려 포항 덮죽집은 덮죽이라는 메뉴명을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반대로 포항 덮죽집이 상호와 메뉴 명을 미리 상표 등록했었다면 ‘덮죽덮죽’이라는 브랜드는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상표권 등록까지 신경 쓰기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유명 레시피와 메뉴 명 도용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흔하게 발생하는 레시피 표절, 이번 덮죽 논란은 방송을 통해 이미 화제가 됐기에 여론에 힘입어 자영업자의 레시피와 메뉴 명이 보호된 측면이 강하다. 이번 일을 통해 외식업계 스스로 자영업자들의 레시피의 독자성을 인정하고, 필요하다면 이를 만든이와 필요로 하는 이 사이의 협업을 구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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