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칼럼] 홈플러스, MBK파트너스의 첫 실패작으로 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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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칼럼] 홈플러스, MBK파트너스의 첫 실패작으로 남나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0.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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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조원 들여 매입한 홈플러스... 오프라인 유통 위기에 힘 못쓰고 실적 하락
주요 점포 매각 방침에 노사 극렬한 대립... 지자체도 홈플러스에 비우호적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성공 가도에 홈플러스가 오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적어도 단기간 안에 인수대금 이상으로 매각해 차익을 남기거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해 우량기업으로 거듭나기는 요원해 보인다.

MBK파트너스가 어떤 사모펀드인가? 칼라일 출신의 김병주 회장이 2005년 설립한 이래 한미캐피탈(현 KB캐피탈)을 인수한 후 1년 만에 20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매각해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KT렌탈, 오렌지라이프, 차이나 네트워크 시스템즈, 코웨이 등 국내외 유수의 기업들을 큰 수익을 남기고 재매각해 그 실력을 입증한 한·중·일을 아우르는 최고의 사모펀드다.

그런 MBK파트너스에게도 아픈 손가락은 있다. 최근 극심한 노사대립을 겪고 있는 홈플러스가 바로 그렇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테스코로부터 60억 달러(약 7조 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 금액은 2016넌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기 전 까지 국내 최대 규모의 M&A로 기록됐다.

홈플러스는 매각 첫 해인 2015년 매각 위로금 등으로 대규모 적자를 봤지만, 2016년 바로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이마트, 롯데마트 등과 대형마트 빅3의 위용을 회복했다. 그러나 영광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지난해 홈플러스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4.69% 감소한 7조3002억원, 당기순손실은 532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더욱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달 3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보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크나 큰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강성 노조와 사측의 대립은 황금연휴 파업 강행과 사측의 강경 대응으로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사측은 이례적으로 노조의 행보를 강력 비판하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홈플러스 사측은 “직원들의 고용안전과 복지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노동조합이 오히려 홈플러스와 그 회사 직원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서있다”면서, 노조를 “벼랑 끝에 내몰려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위기의 홈플러스가 탈출할 길을 막고, 오히려 벼랑 끝에서 밀어내고 있는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사측은 또 홈플러스 3개 내외의 점포의 자산유동화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미래 사업을 위한 유동성 확보 계획을 세워 안산점, 대전탄방점에 이어 대전둔산점까지 자산유동화(점포 매각)를 확정한 바 있다.

그러자 노조가 강력히 반발했다. 부동산 매수 기업의 본사 앞에서 계약을 철회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사측의 주장에 따르면, 홈플러스 안산점 부지 개발을 어렵게 하는 안산시의 조례 개정 움직임에도 노조가 개입돼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노조의 입장은 정반대다. 노조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장기적 발전에 관심이 없으며, 사모펀드의 눈치를 보는 경영진이 알짜 매장을 팔아 사모펀드의 수익만을 올리려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노사 양측의 주장들 모두 진실의 단편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지금의 홈플러스 노사관계는 정상이 아니며, 현재의 대립이 이어질 경우 대형마트 빅3 구조에서 홈플러스가 계속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M&A시장에서 전승가도를 달리며, 마이다스의 손으로 떠오른 MBK 파트너스의 첫 실패작이 홈플러스가 될 것인지의 여부는 노사관계의 복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홈플러스의 실패는 일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실패를 넘어 유통업계 전반에 큰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코로나19 상황을 힘겹게 헤쳐 나가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 전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노사 모두 무엇이 진정 홈플러스를 위한 길인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하기를 바란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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