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게임 '원신' 흥행돌풍...엔씨소프트 등 게임업계 '바짝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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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게임 '원신' 흥행돌풍...엔씨소프트 등 게임업계 '바짝 긴장'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0.10.0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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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요 출시 '원신'...바람의 나라:연 밀어내고 구글플레이 3위 안착
출시 나흘만에 글로벌 다운로드 1500만 돌파...전세계 흥행 돌풍
'젤다의 전설' 뼈대에 '뽑기' 개념으로 게임성, 매출 다 잡아
국내 게임업계 "솔직히 잘 만들었다"...자성의 목소리도

중국산 게임 '원신'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게임사 미호요가 지난달 말 출시한 신작 '원신'이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3위에 올랐다. 현재 1위는 엔씨쏘프트의 리니지M, 리니지2M이며, 기존 3위였던바람의나라: 연을 중국산 게임이 밀어내 버렸다. 

원신의 흥행가도는 한국 뿐만이 아니다.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시장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북미·유럽 지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원신은 출시 나흘 만에 글로벌에서 1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모바일 앱 순위 분석 사이트 게볼루션에 따르면 8일 원신의 매출 순위는 △한국(구글 3위/앱스토어5위) △일본(구글 4위/앱스토어4위) △대만(구글 5위/앱스토어 7위) △미국(구글 2위/앱스토어 5위) △영국(구글 9위/앱스토어 36위) △독일(구글 3위/앱스토어 2위) △스페인(구글 3위/앱스토어 4위) △프랑스(구글 3위/앱스토어 3위)를 기록했다.

국내를 기준으로 보면 구글 플레이스토어 1, 2위인 리니지M, 리니지2M 맹추격하는 양상인데, 엔씨소프트를 포함한 게임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업계에는 이미 리니지도 조만간 밀어낼 수 있다는 소문까지 나온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개별 게임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지만 이러한 흥행 가도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며 "위협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원신은 '갓겜'으로 불리며 2018년 고티(GOTY·Game Of The Year)를 휩쓸었던 일본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에서 뼈대를 가져왔다. 원신은 공개 직후 닌텐도 스위치 게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표절했다고 비판받았다. 절벽 오르기, 수영, 스테미너 등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의 핵심 요소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젤다의 전설과 원신은 다르다. 젤다의 전설에 '뽑기 개념'을 도입했다. 낮은 확률로 전설 캐릭터를 뽑을 수 있는데 수많은 유저들이 과금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젤다의 전설엔 젤다 캐릭터만 움직일 수 있지만 원신에는 등급이 나뉜 여러 캐릭터들을 직접 조종할 수 있다. 콘솔 게임급 퀄리티에 '뽑기' 개념을 도입하면서 게임성과 매출 모두를 잡고 있다. 

또 다른 점은 젤다가 콘솔게임이라면 원신은 스마트폰, PS4, PC 등 전 플랫폼에서 동시 서비스되는 이른바 '멀티플랫폼' 게임이라는 점이다. 앞서 열거한 매출 순위들은 모두 스마트폰 순위다. 콘솔과 PC 매출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미호요가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원신은 게임 출시 초기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표절논란과 더불어 기원 시스템 확률로 논란이 많았다. 3~5성 캐릭터와 무기를 뽑을 수 있는 기원 시스템에서 5성 캐릭터를 뽑을 확률이 고작 0.6%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0.6%라는 극악의 확률로 뽑는 5성 캐릭터 중에서도 '다이루크'와 같이 성능이 돋보이는 캐릭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히 5성 캐릭터만 뽑았다고 만족할 수도 없었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불공정 약관 소지, 불완전한 모바일 최적화 문제 발견됐다. 그럼에도 원신은 전세계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호요는 원신을 개발하는데 개발 인력만 500명을 투입하며 제작에 3년 반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신 개발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원신을 바라보는 국내 게임업계의 시각은 "솔직히 잘 만들었다"로 모아진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원신은 지금까지의 중국산 게임과 달리 퀄리티 면에서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며 "매출을 높이기 위해 뽑기 개념을 도입한 것이 신의 한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게임업계에서 표절은 상당히 관대한 편이기 때문에 젤다의 전설 표절 시비가 문제되지 않을 것"이고 전망했다.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는 과거 IP를 활용한 재탕 모바일 '뽑기' 게임에만 열중하고 있다. 구글플레이 최상위권인 리니지M, 리니지2M, 바람의 나라: 연, R2M 등 모두 구 IP를 활용한 게임들이며 '뽑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원신도 '뽑기' 게임이지만 위 열거된 국산 게임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확장성을 높이지 못하는 것은 퀄리티 차이라는 지적이다. 원신이 표절게임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게임성이 훌륭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국내 게임사들도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원신뿐만 아니라 얼마전 중국 게임사인 게임사이언스의 '블랙 미스: 오공'이 시연 영상 만으로 충격을 던져줬다"며 "추억팔이식 게임을 재탕해 모바일로 출시하는데 급급한 국내 게임사들이 더이상 중국 업체에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면 처절한 자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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