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총탄 연구·개발에 바친 34년 방산 외길...박창선 풍산 방산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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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총탄 연구·개발에 바친 34년 방산 외길...박창선 풍산 방산연구원장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0.09.14 22: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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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최고 수준의 기본형 군용탄 제조업체 풍산의 연구개발 책임자...올해 자랑스런 방산인상 수상자 내정
- 4차산업혁명 기술 도입·적용 위해 카이스트와 협업해 기초연구 활성화에 중점
- 후진양성위해 풍산 미래지도자그룹 인재관리제도 적극 활용
- 155mm 사거리연장탄 개발하면서 우여곡절 겪어...현재는 운용시험평가 진행 중
- "진화적 ROC 적용과 성실실패 제도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적용이 시급"

(주)풍산(대표이사 박우동)은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방위산업체 중 하나다. 총탄부터 포탄은 물론, 유도미사일 탄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군용탄을 생산하며 세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포츠용 총탄도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풍산이 총탄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방위산업이 태동하던 지난 1970년대 초반으로 무려 50여년 동안 군용탄 등을 만들고 있으며, 탄의 국산화와 수출확대를 통해 국방력 향상과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풍산의 기본형 탄약은 수출시장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같은 풍산의 높은 기술력은 지난 1987년 입사해 34년 동안 탄을 연구하고 개발하는데 청춘을 바친 박창선 풍산방산기술연구원장(전무)의 공로를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그야말로 '총알 탄 사나이'가 따로 없다. 

한국방위산업학회(회장 채우석)는 오는 25일 올해 자랑스런 방산인상 시상식에서 박창선 원장에게 자랑스런 방산인상 기술상을 시상해 그간의 노고와 공로를 치하하고 격려할 예정이다.

녹색경제신문은 박 원장이 지난 34년간 이룬 놀라운 성과뒤에서 흘린 땀과 눈물의 이야기를 들었다.<편집자 주>

박창선 (주)풍산 방산기술연구원장 전무 [사진=풍산]
박창선 (주)풍산 방산기술연구원장 전무 [사진=풍산]

1. 지난 1987년 풍산 입사 이래 34년을 돌이켜 볼 때 가장 보람 있었던 연구개발 성과에 대해 말해달라 (녹색경제신문)

우리 군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본형 탄약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전력화하는 매순간 개발자의 한사람으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굳이 가장 보람 있는 연구개발 성과 하나를 꼽는다면, K1A1 전차용 120밀리 탄약 개발 사업이다. 

지난 1996년 120밀리 주포로 무장된 K1A1 전차 개발에 착수해 포신과 탄약은 해외직구매로 추진되고 있었으나, 풍산은 국내개발이 가능하다고 군에 제안했다. 하지만, 포신을 국내 공급하기로 한 해외업체에서 풍산 탄약에 대한 수입 포신사용을 제한해 국내개발을 막았다.

이에 우리가 자체개발한 시제탄약을 유럽으로 공수해 현지 시험을 거쳐 시제탄 성능 및 안전성을 검증받아서 이듬해인 1997년 3월 해외 구매에서 국내연구개발사업으로 획득방법을 변경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 시험평가를 성공적으로 완료해 전력화에 성공했다. 이 사업을 통해서 국내 독자개발에 대한 자신감과 우리 군에 안정적으로 적기에 전차탄을 공급할 수 있었다.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뿌듯하다. 

2.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기울이는 많은 노력 가운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을 꼽는다면

풍산에서 개발·생산하는 기본형 탄약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지난 2017년 국내방산부문 수출 실적 2위, 풍산의 방산 매출액 중 38.3%를 차지했다. 이같은 최고 수준의 기술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항상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적용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화, 지능화되고 있는 신규 무기체계에 적용할 미래 방산 신기술 확보를 위해 지난 2014년부터 KAIST와 공동으로 '풍산·KAIST 미래기술연구센터'를 설립해 기초연구를 활성화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새로운 플랫폼인 드론에 탄약을 접목한 개인휴대용 공격 드론, 데이터(Data)·센서 및 통신기술 등을 활용한 초정밀 탄약, 램젯(RAMJET) 기술을 활용한 초장사정 탄약 연구개발을 위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첨단 선도형 기술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3. 연구개발 분야는 후진 양성도 중요할텐데...연구개발력 향상을 위한 후진 양성 계획을 알려달라

기업의 미래는 사람에게 달려있다는 믿음과, 연구인력이 제품개발의 핵심요소이며, 방산기술혁신을 통한 경쟁력 우위 확보가 선결 과제라는 생각으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방위산업의 특성상 외부 공급을 통한 인재 확보가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탄약 분야 방산기술에 적합한 맞춤형 우수 핵심기술인력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풍산 미래지도자그룹(Future Leader Group) 인재관리제도를 적극 활용해 매년 연구개발 분야 핵심 인재를 선발하고, 사외교육 등을 통해 우수인재를 육성(전문분야 학위·자격증 취득 등), 중점 관리하고 있다.

또한, 직무역량 향상을 위한 의무교육 제도와 우수 연구인력을 사내 전문강사로 선발해, 효과적인 직무관련 교육과 학습을 실시함으로써 연구 인력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사기를 올리는 등 전문 연구인력 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4. 다른 방산 분야에 비해 탄 분야는 국산화율이 높고 독자개발도 많다. 풍산의 남다른 노력이 빚은 성과라고 보는데, 자랑할 만한 성과를 꼽는다면

유사시 우리군이 사용할 탄약을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적기에 공급하고 또한, 세계 시장을 확대해 미래 수출 효자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을 통한 국내 독자 기술 확보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 개념연구 단계부터 원재료에서 부품, 완성체계 그리고 비군사화까지 총수명주기를 고려한 연구개발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국산화율이 높은 제품의 국내연구개발이 가능했다.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0년대에 개발을 완료해 군 전력화한 155밀리 장사정탄과 120밀리 전차탄 그리고 최근에 개발 완료한 120밀리 박격포 탄약 등이 있는데 명실공히 높은 국산화율을 보이고 있다.

5. 오랜 기간 한 길을 걷다 보면 많은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 기억나는 내용이 있다면?

방산 연구개발은 매순간 어려움과 새로운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그 중에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현재 체계개발중인 155밀리 사거리연장탄이다.

155밀리 사거리연장탄은 기존 155밀리 곡사포탄 대비 최대사거리가 약 30% 증가된 탄약으로서 필수적인 시험평가 항목인 최대사거리 및 불발율 확인은 국내시험장의 제약으로 불가피하게 해외시험장에 의존해야 했다. 그래서 이스라엘에 위치한 시험장에서 시험을 하게 되었는데, 시험탄약, 자주포·계측장비 운송 및 대규모 시험인력의 이동 그리고 현지의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거기에다 몇 차례에 걸친 재시험으로 인해 시험 매 순간 순간이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우리 연구진들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정부기관 및 관련 업체들이 믿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덕분에 무사히 개발시험 평가를 완료했고 현재는 운용시험평가를 진행 중에 있다.

6. 소구경탄부터 포병탄, 미사일 탄두까지 풍산의 탄 개발 범위가 아주 넓은데, 장단점은?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태동기인 70년대부터 탄약 국내 생산을 위한 정부 지원과 풍산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소구경부터 중대구경탄 및 미사일 탄두까지 다양한 탄약 생산에 적합한 연구개발, 생산, 시험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설계, 시제 생산 그리고 시험평가 및 분석까지 일관된 프로세스로 구성되어 있어, 신속한 피드백을 통한 효율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한편, 미래형 첨단탄약 개발을 위해서는 우리의 강점에 더해 전자 및 통신 분야의 접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관련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일부 부족한 부문에 대해서는 대학 및 전문업체·기관과 컨소시엄 구축 등을 통해 협력해 나가고 있다.

7. 그간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

방산 발전을 위한 정부와 관련단체 및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관련 법규의 제·개정 및 제도개선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으나, 탄약 연구개발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담당자 입장에서는 진화적 ROC 적용과 성실실패 제도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적용이 시급하다고 본다.

특히, 방산제품 해외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추진시 부터 해외수출을 고려한 개발이 가능하도록 정부의 적극적이고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담당자들의 잦은 인사이동과 교체로 일부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있다.

끝으로 오랫동안 방산에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전 방산인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이 마련되고,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의철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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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 2020-10-21 20:40:22
묵묵히 자기 길을 가시는 분들이 더 많이 존경받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