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업무연속성 계획(BCP), 여전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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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업무연속성 계획(BCP), 여전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03.12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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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직원의 '모럴' 강조는 불안

 

코로나19가 한국 사회에 준 충격은 아직 진행 중이다.

확진자 급증세는 다소 수그러들었다고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신천지 신도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었던 양상과 달리, 콜센터 등 사무공간에서 전염 확산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금융권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다양한 측면에서 대응 계획을 정비했다.

특히 전염 확산의 가운데에서도 기존 업무를 유지하기 위한 업무연속성 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 BCP)은 가장 핵심이 아닐까.

금융당국은 금융인프라기관, 금융회사 등의 BCP 점검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다시 한 번 훑었다.

15개 금융기관, 약 2570개 금융회사의 계획을 점검한 결과 대체 사업장 운영, 원격접속 시스템 운영 등 비상상황 발생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유사시에도 주식거래 등 정상적인 자본시장 기능 작동이 가능하도록 거래소, 코스콤, 예탁원, 증권금융 등 4개 기관은 특히 IT 시스템을 이원화(주전산센터+재해복구센터 등)해 대체, 보완이 가능한지 점검했다.

대체사업장 확충과 필수인력의 분리 근무, 최근 5년간 업무를 담당했던 대체인력 풀에 대해서도 살폈다.

금융결제원이 맡고 있는 지급결제시스템 유지 역시, 역삼과 분당 2개 센터가 상호 대체, 보완이 가능한지 여부를 주목했다.

산은, 기은, 수은, 신보 등 정책금융기관을 비롯해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주택금융공사 등의 경우, 영업점 폐쇄가 벌어지더라도 중소기업, 소상공인, 서민 금융지원을 지속할 수 있도록 대응 가능한지 여부도 관건이다.

그밖에 은행, 보험, 증권사, 카드사 등 민간 금융회사 역시 BCP 핵심사항을 점검했는데 주요 골자는 아래와 같다.

BCP 핵심사항

- 점포 폐쇄 시 대체영업장 지정, 운영 가능
- 확진직원 등 자택격리가 필요한 경우 재택근무 가능
- 본점 폐쇄 등 담당인력 손실에 대비해 대체근무자 및 대체사업장 확보
- 대체사업장에 대한 장비·시설 등 가동 준비
- IT 인력 등 핵심기능 담당인력 손실 시 컨틴전시 플랜 마련
- 비대면 거래 증가 등에 따른 원활한 대응체계 마련

12일 기준 확진자가 7869명까지 늘어나는 가운데, 비록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영업점에서 확진자 발생이나 방문 등으로 임시 폐쇄 조치가 내려지긴 했지만, 중차대한 위기 상황이 닥쳤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일선 금융권 관계자는 BCP 적용은 본점을 비롯한 핵심 기능 유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가령 금융당국은 원격접속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이를 적극 권유하고 있지만, 일선 업무 현장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본점 인력의 경우 재택근무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일선 영업점에선 사실상 어렵다"고 말한다.

비대면 금융 채널 이용이 확대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100%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은 일선 영업점의 인력 규모를 이미 최대한 타이트하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뜻밖에 사고로 갑자기 인력에 공백이 생기는 경우, 개별 영업점 단위에서 이를 메우는 것은 어렵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불거지는 것은, 이른바 '콜센터 집단 감염'의 사례에서 드러난다.

고객 상담을 비롯해, 금융권 일선 현장의 업무는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일이다.

휴대전화 번호나 주민번호, 주소처럼 이미 뚫리고 털린(?) 개인정보가 아니라 대단히 민감하고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크며, 사생활과 밀접한 정보다.

각 직원들이 이와 같은 정보를 단말기를 통해 노상 다뤄야 하는 일선 현장의 업무는 재택근무 등으로 대체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염 확산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 등의 조치를 취하는 곳의 경우, 우선 ▲정보보안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개별 직원들의 보안각서를 받는 등의 절차를 제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려는 크다.

이와 같은 현실에 직면해, 일각에선 그동안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했던 금융권의 업무행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그동안 개인정보 유출을 비롯해, 보안 사고가 종종 불거졌던 점을 우려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동안의 보안 사고 사례를 돌이켜봐도 시스템 미비라기 보다는 인재(人災)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업 종사자의 모럴헤저드 방지를 위한 대책은 이중 삼중으로 강화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정보 수집 자체를 줄이거나, 악용할 수 없도록 암호화하는 노력도 앞으로는 중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래의 대비야 차차 해나가더라도 문제는 코 앞에 닥친 위기를 피해가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사소한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대책을 강화했던 그동안의 대응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요구된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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