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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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 정우택
  • 승인 2011.07.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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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은진 연구위원 보고서에서 주장

온실가스 규제가 현실화되고 녹색보호주의, 환경 관련 기술장벽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제 그린경영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공급사슬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12일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30% 줄이기 위한 세부 목표를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2009년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7대 부문과 25개 업종별로 구체화한 내용이다. 산업부문에서만 배출전망치(BAU) 대비 18.2%를 감축해야 한다.

2009년 8월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할 때만 해도 먼 일로만 느껴지던 온실가스 규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제 오는 9월까지 471개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 대상 기업별로 구체적인 감축목표가 할당되고, 연도별 감축계획까지 구체화되어 갈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이 우리 기업이 바로 내년부터 준수해야 할 실질적인 규제가 된 것이다.

현실로 다가온 온실가스 규제

정부는 작년 4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본 원칙을 수립하고 다양한 규제책을 마련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다.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는 관리 대상으로 선정된 업체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목표를 부과하고 이에 대해 점검, 평가, 관리하는 제도다. 471개 업체가 목표관리 대상으로 선정되었으며, 이들 업체는 금년 3월까지 정부에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신고하고, 9월까지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업체별 할당량을 정하고, 2012년부터 할당량을 넘기는 업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물릴 예정이다.

목표관리제가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하는 직접적인 규제 방식이라면 ‘배출권거래제’는 시장원리를 활용한 제도다. 국가에서 기업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하고, 부여 받은 할당량 미만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은 여유분을 다른 기업에 팔 수 있다.

반대로 온실가스 배출이 할당량을 초과할 경우 다른 기업에서 배출권을 사와야 있다. 결국 수요·공급에 의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결정되고, 온실가스를 할당량 이하로 줄이지 못한 기업은 그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정부는 원래 2013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직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행하는 것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를 고려해 2015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연기한 상태다. 할당량을 초과한 기업에게 물리는 과징금도 배출권 평균 시장 가격의 5배에서 3배로 줄이는 등 당초 계획에 비해서는 다소 완화된 규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과거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규제가 생기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요구 수준은 더욱 높아질 전망

최근 포스트 교토 체제를 위한 기후변화협상은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교토 체제가 끝나는 2012년 이전에 포스트 교토 체제를 위한 기후변화협약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나 선진국과 개도국간 입장 차가 크다. 특히 최근 핵심 추진 주체인 EU와 일본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EU는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이 금융위기 여파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재정긴축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기후변화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은 지난 3월 진도 9.0의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를 해결하는 것만도 벅차다.

특히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상당수의 원자력발전소를 중단하고 화력 발전으로 부족한 전력을 겨우 공급하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은 먼 얘기처럼 들린다. 아직 논의 중이기는 하나 이미 국제적으로 약속한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25% 감축 목표’를 철회하려는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최근 이러한 국제적 상황 속에서 기후변화협상 관련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포스트 교토 협약이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존 교토 체제의 시한을 연장하는 선에서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 포스트 교토 체제가 성사되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정부가 약속한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라는 온실가스 감축은 불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국제적인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1. 녹색보호주의 확산 우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선진국 중심으로 논의가 활발한 ‘탄소 국경세(Carbon Border Tax)’다. ‘녹색보호주의(Green Protectionism)’의 한 형태로 온실가스 규제를 받는 자국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EU와 미국에서 논의가 활발하다. 미 하원은 2009년 6월 중장기적으로 자국에 상응하는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탄소 국경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을 포함한 기후변화법안을 의결했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도 ‘환경규제 수준이 낮은 국가의 제품에 탄소 국경세를 부과하는 것이 유럽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움직임이 과거에는 개도국의 기후변화협상 참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기후변화협상이 답보상태를 보이면서 선진국들의 움직임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EU의 항공산업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권거래제가 대표적 사례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EU 내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는 EU의 배출권거래제(EU-ETS) 적용을 받게 된다. EU는 올해 말 까지 각 항공사에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배분하고, 배출량이 이를 초과하는 항공사는 초과분만큼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 항공사뿐만 아니라 중국 항공사에도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의 배출권 구입비용이 내년에만 54~271억 원으로 예상된다. 중국항공운송연합회(CATA, China Air Transportation Association)는 이 제도가 적용될 경우 중국 항공산업에 내년에만 1억 2,600만 달러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U의 이러한 조치에 중국은 에어버스와의 여객기 주문계약을 취소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온실가스 감축이나 환경정책을 내세우면서 실질적으로는 외국기업의 자국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자국 기업의 환경 관련 경쟁력 확보를 도모하는 ‘녹색보호주의’가 확산되면 아직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로서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상황이 발전하면 국가간 환경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무역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로서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2. 환경 관련 기술장벽도 강화

기후변화 협상이 어려워지면서 우려되는 부분이 탄소 국경세만은 아니다. EU나 미국과 같이 그린기술력에서 앞서가는 선진국은 탄소 국경세와 같은 직접적인 무역 장벽뿐만 아니라 자국의 기술우위를 활용한 기술장벽(TBT, Technical Barriers to Trade)을 통해 환경 기술이 부족한 외국기업의 시장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

자국 기업에 유리한 표준(Standard)이나 기술규정(Technical regulation)을 설정하거나 적합성 평가절차(Conformity assessment procedures)를 도입함으로써 아직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외국기업의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기술장벽위원회(TBT Committee)를 통해 보고된 국가별 기술규제 건수를 보면 2004년 641건에서 2010년 1,423건으로 급증하고 있으며 그 중 환경보호 및 에너지 절약 관련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EU는 에너지 사용 제품(EuP)의 대기 전력 소비량이나 에너지 효율 등급 기준을 까다롭게 설정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규제를 적용하는 데 1년 이하의 짧은 유예기간을 적용하여 외국기업이 제품 설계를 변경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 제조 및 수입회사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평균연비를 의무화하는 기업평균연비제(CAFE, 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를 도입하여 자동차 평균연비(가중평균)가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2008년 미국 의회는 평균연비 기준을 갤런 당 27.5마일에서 2020년까지 35마일로 높여 기술력이 부족한 후발 기업의 미국 시장 진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3. 전체 공급사슬에 대한 책임 확대

녹색보호주의나 그린 기술장벽이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라면 소비자나 환경단체에 의한 간접적인 압력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이 직접 환경문제를 야기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공급업체나 협력회사에 잘못이 있으면 소비자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애플은 중국에 있는 협력업체가 환경규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국 환경단체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쑤저우(蘇州)의 디스플레이 하청업체인 윈텍이 아이폰 터치패널을 닦아내는 세정제로 알코올 대신 유독성 물질인 노르말헥산(n-Hexane)을 사용하여 137명의 노동자들이 독극물에 중독돼 입원했음에도 애플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자 애플은 결국 지난 2월 발간된 ‘2010년 하도급업체 관리 보고서’를 통해 윈텍에서 발생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의료비를 포함한 보상비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업 내부도 아니고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중국의 협력업체에서 일어난 환경문제가 애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는 과거에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기업들은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사업장뿐만 아니라 공급사슬 전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완전히 제거’할 것을 요구 받고 있다.

4. 에너지 효율 향상 요구도 심화

녹색보호주의나 그린 기술장벽은 국가간 문제다. 국가간 협상에 따라 조금은 완화될 여지도 있다. 전체 공급사슬에 대한 책임도 기업이 신경 써서 협력업체를 관리하면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에너지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에너지 소비량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원자력 발전까지 축소되면 그나마 부족한 화석 연료를 더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이나 화석연료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가까운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당장 시급한 것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석유 시장이 2000년대 초반부터 장기 고유가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이는 공급증가가 수요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35년까지 세계 석유수요는 연평균 0.6%씩 증가할 전망이다.

OECD 국가는 연평균 0.6%씩 감소하는 반면, 비OECD 국가에서 1.6%씩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석유 수요 증가를 견인하는 중국과 인도에서 각각 매년 2.4%, 3.6%씩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석유를 보충하기 위해 오일샌드와 같이 과거에는 경제성이 없었던 비전통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결국 에너지 비용의 상승을 의미한다.

에너지 비용이 오를수록 에너지 효율이 낮은 기업의 원가경쟁력은 낮아진다. 게다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규제가 강화되면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의 수출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이제 그린경영은 피할 수 없는 대세

지금까지 온실가스 규제, 녹색보호주의, 전체 공급사슬에 대한 책임, 에너지 비용 상승 등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 변화에 대해 알아봤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제 그린경영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대세다. 당장 내년부터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라는 규제에 대응해야 하고, 2015년부터 시행될 배출권거래제도 준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무역의존도와 에너지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선진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업장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고 그린 제품을 확대하여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그린경영이 필수적이다. 또한 새로운 시장기회를 제공하는 그린 신사업을 확대해야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린경영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보호를 전략의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하고 친환경 사업장 조성과 그린 제품·신사업을 개발하여 환경보호와 조화를 이루는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와 같이 정부규제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다른 기업과 나를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개별 기업만이 아닌 협력업체를 아우르는 그린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최대 화학기업인 바스프(BASF)는 폴리우레탄(PU) 생산에 필요한 아디프산(Adipic Acid)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N2O)를 분해하는 혁신적 촉매를 개발하여 사업장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저히 줄이고 관련 제품과 기술을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다.

아산화질소는 6대 온실가스 중 하나로 이산화탄소(CO2) 대비 지구온난화지수(Global Warming Potential)가 310배나 된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아산화질소를 줄이는 기술을 필요로 한다. 바스프는 이러한 시장기회를 활용하여 촉매사업을 확장하고, 공장 운영을 통해 개발한 수처리 기술, 에너지 효율 개선 기술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솔루션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오랜 시간 축적한 그린경영 노하우를 활용하여 다양한 컨설팅 사업까지 하고 있다.

이와 같이 그린 사업장을 조성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한 기업에는 지멘스도 있다. 지멘스는 자사에 적용한 그린 사업장 관리 기술과 노하우를 전세계 9만여 협력사에 보급하여 그린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런던, 상하이 등 시정부와 협력하여 지역사회를 위한 토탈 그린 솔루션 사업까지 전개한다.

이처럼 그린경영에 있어 오랜 전통을 가진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해 그린 사업장을 조성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통해 확보된 역량을 자연스럽게 그린 신사업 기회로 연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실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이는 환경 규제에 대한 대응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새로운 역량을 발전시킨 결과다. 그린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협력업체의 그린경영에도 깊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그린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온실가스 규제에 대해 아직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기업은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글로벌 환경을 고려해도 이에 대한 대비를 미룰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서 그린경영을 강화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LG경제연구원 도은진 연구위원 제공 /

출처 LG경제연구원

정우택  cwtgre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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