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가스 배관 관리 빈틈, 4차산업 기술로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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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가스 배관 관리 빈틈, 4차산업 기술로 채운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12.0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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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기반 배관 관리, 사물인터넷·VR·AR 등 기술 도입
놓치기 쉬운 땅속 노후 배관… 첨단 기술로 빈틈 줄여
배관 등 안전 사고 인재(人災) 많아… 인력 관리 중요성도 새겨야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지하 가스배관 관리가 진화하고 있다. 빅데이터,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이 관리 시스템에 사용되고 있다. 땅속에 설치돼 관리가 힘든 데다 굴착 등으로부터의 위험도 존재하는 지하 배관이 첨단 기술과 결합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련 기관들도 적극적으로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4차 산업시대, 가스배관 안전관리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에서는 가스 배관 안전관리 방안에 대한 소개와 토론이 진행됐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 25주기를 맞아 현재 안전 관리 수준을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 주최로 ‘4차 산업시대, 가스배관 안전관리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가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서창완 기자]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 주최로 ‘4차 산업시대, 가스배관 안전관리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가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서창완 기자]

지하 배관은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데 참석자들은 의견을 같이 했다. 노후화한 지하 매설물을 제때 관리하지 않는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발생한 고양 백석역 열 수송관 사고처럼 최근에도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을 만큼 한 번의 실수는 치명적이다.

1990년대 몇 차례 대형사고를 겪은 뒤 가스공사는 치명적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국가스공사는 현재 천연가스(LNG) 배관을 안전 관리하기 위해 천연가스 배관 종합 안전관리시스템(IMP)을 운영하고 있다. IMP는 배관망 운영사가 법에 따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배관 건전성 관리 제도다.

먼저, 설계자료·건설이력 등 데이터를 수집해 검토한 뒤 배관을 검사한 뒤 결함을 분석한다. 이후에는 자료를 통합 분석해 구간별 위험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한다. 이는 관리의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과정이다. 이런 작업을 거친 다음에는 배관 결함 정도에 따라 보수를 하거나 교체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가스공사는 배관 검사에 최신 기술들을 활용하고 있다. 배관을 진단하기 위해서 부식검지 장비인 자기누설(MFL) 피그를 배관 내부에 주행시켜 결함을 감지한다. 2015~2018년 458건이나 발생한 무단굴착공사를 막기 위해 최근에는 드론 순찰을 도입했다. 현재 수도권 외 6개 지역본부에 도입된 드론 순찰 기법은 2023년까지 총 50개 구간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문용섭 한국가스공사 공급운영처 부장은 “노후 하수관 손상부로 흙이 유실돼 발생하는 싱크홀을 막기 위해서는 5년 마다 1회 이상 지표투과레이더(GPR)을 이용해 매설 배관 주변 지반을 공동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도시가스사를 대표해 나온 서울도시가스에서는 배관관리 앱, 스마트 거리측정기, VR·AR을 이용한 정압기 관리 등을 접목해 안전 관리를 하고 있다. 배관 길이 15km당 1명의 안전점검원을 배치해 안전 점검에도 힘쓰고 있다.

황범수 서울도시가스 안전기술팀 부장은 “앱을 만들어 굴착 신고 등이 들어오면 바로 담당자에 통보해 즉각적으로 도면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긴급 굴착 공사는 현장에 바로 입회해야 하는 만큼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스마트 거리 측정기는 복잡한 측정과정과 불편한 종이서류 작성 과정을 없앴다. 센서 기반으로 만들어져 이격과 심도를 측정하는 게 간편해졌다. 자동 저장 기능이 있어 통신으로 전송하면 실시간 위치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게 됐다.

가스를 고정된 압력으로 바꿔 내보내는 정압기는 기초·일상점검·운영·분해점검 데이터에 기반한 안전성 평가를 구축했다. 3D와 GUI(Graphic User Interface)를 개발해 VR과 AR로 관리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황 부장은 “배관뿐 아니라 모든 주요 시설물에 대한 검사와 환경, 운전·사고이력 등 모두 모아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며 “실제로 4420km 배관을 빅데이터 관리를 위해 400m씩 다 잘라 정리했다. 실시간 리스크 관리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에서는 4차 산업을 통한 관리 기술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는 의견이 나왔다. 이와 함께 새 기술이 전통 방식과 조화롭게 어울리고, 도입 과정에서 시행착오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신동일 명지대 재난안전학과 교수는 데이터 기반 예측 모델을 만들기 위한 표준화 작업을 제안했다. 실시간 데이터 공유 체계를 만들어 기업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공유하는 표준 데이터 체계를 만들자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전통 지식 기반 기술도 지속 발전하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 기술이 나오면 과거를 머리고 새것에 몰입하는 형태가 있는데, 수많은 가설과 실험에 기반해 축적한 지식도 함게 활용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혁면 연세대 연구교수는 “가스 안전에 적용되는 4차 산업 기술들이 많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사고 원인의 3분의 2 이상이 인적 사고라는 최근 보도를 본 적 있는데, 기술 향상을 뛰어 넘어 인적 관리의 중요성도 반드시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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