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용환 KIST 단장 "까다로운 군 규정과 '우·문·현·답' 해결돼야 民軍 협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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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용환 KIST 단장 "까다로운 군 규정과 '우·문·현·답' 해결돼야 民軍 협력 가능"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19.11.2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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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은 명령으로 움직이는데 민간은 이익 쫓아 움직인다."...동기 부여 필요
- "R&D에 웬 감사?...어려운 연구일수록 실패확률이 높다"...자유로운 연구환경 만들어야
- "민군협력은 서로 동등할 때 가능...軍 수직적 종속관계 개선돼야 "
-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이 답답하다는 것" 현장 애로사항 해결이 최우선 과제

"무엇보다 마음 놓고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여건이 절실하다. 여기에 군의 까다로운 규정과 현장의 애로사항이 없어져야 한다.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안보기술개발단 김용환 단장은 수도 없이 외치는데 잘 되지 않는다는 민군협력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민군협력은 현재 방위산업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세계적 방산 선진국들은 민군협력없이는 4차산업혁명이 방위산업에 접목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실리콘 밸리에 미국방위사업청이 나가 있고, 국방부 시설 안에 하버드나 메사츄세츠공과대(MIT) 같은 대학들의 연구실이 있다. 

KIST 안보기술개발단 김용환 단장, "민군 협력은 '우리의 문제는 현장이 답답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단장은 45년 KIST 역사상 최초로 군 장성출신을 책임연구원으로 입성시킨 사례이다. 김 단장은 그동안 국방 비무기체계 연구개발과 기초과학을 접목시켜 왔다. 국방 획득과 분석분야 정책요원으로는 유일하게 육군본부, 합참, 국방부, 조달본부, 연구소 등 5개 군 주요 기관의 전력 자원분야를 경험한 기획관리와 정책연구의 전문가이다. 안보기술개발단을 맡아 10년째 이끌고 있다. 

김용환 단장은 대령으로 재직할 때 대러시아 차관 상환사업의 협상단장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장군 진급 이후에도 조달본부 외자부장으로 일을 했다. 2005년에는 국방부 최초로 공모한 국방조달 차장직에 이어 국방부 획득제도개선단에 참여해 국방 획득 기획전문가로 활동했다. 

국방기술품질원 기술기획본부에 있을 때는 무인항공기 연구회를 발족해 500MD 헬기의 무인화를 추진했던 창조형 기획전략가로 평가받았다.

KIST는 1966년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기술 연구소로 출범한 뒤 각종 산업기술 개발과 보급을 통해 경제성장을 주도한 한국과학기술의 산실이다. 민군 기술협력 업무를 위해 10년 전인 2010년 12월 안보기술개발단을 만들었다. 

미국뿐 아니라 이스라엘이나 네덜란드도 민군협력으로 방산선진화를 이룬 대표적 케이스다. 많은 민간의 아이디어들이 거의 장벽없이 군으로 흡수되고 군의 자본과 수요가 민간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영국은 방위산업이 비에이이시스템(BAE SYSTEMS)이라는 한 개 회사가 맡고 있다. 방산이 100%민영화 된 셈이다. 

2017년 12월 발의한 방위산업발전법안이 지난 19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위를 통과했다. 방산발전을 바라는 많은 수고의 결실인데 아직 본회의를 통과하고 입법이 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민군협력의 확대를 통해 창의적이고 유연한 아이디어들이 군의 수요와 결합이 돼야 방산업 국제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을 수 있다.

김 단장의 카카오톡 메신저에는 스스로를 '민군 기술협력의 중매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민군 중매쟁이'를 자처하는 김 단장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방위사업과 관련해서 누구보다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민군협력에 대한 근본적 문제점이 있다면. 

"민군협력이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동기를 제공해야 한다. 군은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민간은 명령이 아니라 이익을 쫓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민간에 대한 이익을 주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 

우선 연구개발(R&D)권리에 대해 살펴보자. 이스라엘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방산업체가 동의할 경우 연구개발권을 준다. 사실 이스라엘뿐 아니라 대개의 서방국가들은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아이디어를 갖다 주면 인터넷을 통해 저가낙찰을 한다. 싸게 만들 수 있는 업체를 찾아 생산을 맡긴다. 그러니 어떤 사람이 아이디어를 군에 주겠나.

연구개발 과제도 물품 구매처럼 경쟁입찰을 통한 저가낙찰제도를 적용하고 있는데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도입되지 않으면 창의력을 꽃 피우게 할 수 없다."

-국방예산은 아껴야 하지 않나.

"비영리 연구원에서는 가능한 일인데 민간 아이디어가 유입되기는 힘든 구조다. 국방과학연구소나 KIST에서 민간부문의 다양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들을 다 연구할 수는 없다. 

R&D분야까지 공개경쟁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민간에서는 방산과 관련한 연구개발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말일 수 있다. 민·군협력이라 하는데 협력은 동등할 때 성립한다. 만일 독점적인 수요를 가진 군이 동등한 관계에 있지 않다면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민'이 협력하기 어렵다. 군의 수요와 투자가 민간에 동기로 작용할 수 있어야 민간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협력'할 수 있다." 

-국방예산이 내년에는 5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들었다. R&D예산은 충분한가

"현재 우리 군의 순수한 R&D 투자예산은 5000억원 정도다. 국방예산이 50조 원 정도니까 1% 정도다. 국방과학연구원(ADD) 등을 포함한 R&D 관련 총 예산은 올해 기준으로 4조 원 정도이다. 미국은 정부 R&D 예산의 절반이상을 '국방연구 개발예산'이 차지한다. 미국 공과대학 교수 연구 2건 중 1건이 국방기술인 셈이다.

우리는 아직 10%도 안 된다. 그나마도 무기 체계에 집중돼있다. 기초기술이나 극한기술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 미국의 경우는 이렇게 투자한 극한기술이 상용화되고 민간경제를 살찌운다. 예를 들면 기능성 섬유로 유명한 '고어 텍스'가 그렇다. 그 외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또 한가지 문제는 '감사'다. R&D분야를 감사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더구나 국방분야의 R&D는 실패확률이 높다. 극한분야 연구는 실패확률이 높은데 성공했을 때 높은 가치를 갖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실패한 연구에는 감사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렇게 되면 어려운 연구에 도전할 사람이 없어진다. 

사례가 있다. '부상병 후송을 위한 드론'을 개발하는 연구과제가 있다. 현재는 기획연구단계다. 사업성을 검토하고 심의하기 위해서는 군의 관심이 필요한데, 실패의 위험을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어렵다. "

 

민군협력을 위해 10년을 연구했다는 김 단장

-민군협력 활성화를 위한 해법이 궁금하다. 

"민군협력을 위해선 과학기술을 찾아 다녀야 한다. 부수적 업무가 돼서는 안된다. 수많은 방산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많은 군인들이 전시회를 찾는다. 구경만 한다. 찾으러 다니는 것과 구경하러 다니는 것은 다르다. 내가 쓸 것을 찾으러 다니는 군인들이 필요하다. 즉 그 일을 주업무로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각군 본부와 방위사업청, ADD에 그 일을 맡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은 수동적으로 위험부담이 없는 혹은 적은 일만 하려고 한다. 민간에는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지금도 많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더 많아질 것이다. 

기술에는 민군도 없고 무기체계와 비무기체계의 구분도 없다. 모든 부품은 비무기체계로 분류되고 있는데 부품을 조립하면 무기체계도 되고 비무기체계도 되기 때문에 개발한 기술의 85%는 민군 겸용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KIST는 1966년 창설된 뒤 53년 동안 2만 건 이상의 기술을 개발했다. 유관 연구소들의 개발기술까지 포함하면 누적건수는 수만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학 기술계에서 개발한 많은 기술들이 국방분야에 직접 연결되는 통로가 구축되지 않아 민군기술협력이 활성화되는데 어려움이 있다. KIST가 군과 직접 협력해 KIST의 기술개발능력을 국방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면 첨단 과학기술군을 건설하는데 더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방산도 혁신적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이해된다. 다른 대안도 있는지.

"한국방위산업학회의 채우석 회장이 얘기하는 방산 컨트롤타워, 또는 여러 세미나에서 언급되고 있는 청와대 내 방산비서관 제도 등이 절실하다. 

누군가는 책임져 주고 마음껏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풍토라야 한다. 그렇게 연구개발한 권리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 또 실제 생산이 이뤄지면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더라도 개선하면서 보완해나가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민간으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군의 규정에 가로막히거나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관계에 시달리지 않아야 민군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다. 현장에서 답을 찾고 풀어주는 노력이 가장 좋은 해법이다."

김 단장의 사무실 서가 앞에서

◆김용환 KIST 안보기술개발단 단장은 
▲육군사관학교 30기 ▲미 플로리다 공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미 알라바마대 경영대학원 경영과학 박사 ▲미 RAND 연구소 객원교수 ▲육군본부 경영진단반장(5개 군수창 경영진단) ▲조달본부 원가관리과장 합참 체계분석과장 국방부 전력계획과장 ▲국방조달본부 외자부장(준장) 국방기술품질원 기술기획본부장 ▲국방부 국방 획득제도개선위 총괄담당 위원 ▲대러 차관 상환사업 협력단장 ▲방위사업 정책기획 분과위원 ▲과기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방연구개발 전문위원 ▲산자부 전략기술개발사업 차세대로봇분야 기술위원 ▲고려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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