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호흡만으로 폐암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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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다] 호흡만으로 폐암 진단한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10.0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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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분당서울대병원, 폐암 진단할 수 있는 ‘전자 코’ 개발
ETRI 관계자가 분석 시스템에 넣을 날숨을 채취하고 있다. [사진=ETRI]
ETRI 관계자가 분석 시스템에 넣을 날숨을 채취하고 있다. [사진=ETRI]

호흡을 이용해 폐암을 진단하는 이른바 ‘전자 코’가 개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8일 호흡(날숨 내쉬는 호흡으로 폐에 있는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이용해 폐암을 진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의료용 ‘전자 코’를 내놓았다, 방사선 위험 없이 간단하면서도 값싼 비용으로 폐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사람 코가 신경세포를 통해 냄새를 맡는 것에 주목했다. ‘전자 코’는 호흡 가스가 들어오면 이를 전자소자를 이용해 마치 사람의 코처럼 냄새를 맡아 전기적 신호로 바꿔 질병 유무를 판단하고 검진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폐암 진단에 주로 사용되는 X선 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법은 방사선 노출 위험이 있고 비용이 많이 든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가 암이었고 그 중 폐암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ETRI가 개발한 ‘전자 코’ 시스템은 데스크톱 컴퓨터 크기로 날숨 샘플링부, 금속산화물 화학 센서 모듈, 데이터 신호 처리부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팀의 기술을 활용하면 사람의 호흡만으로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다. 우선 검진자의 날숨을 비닐 키트에 담는다. 날숨이 찬 비닐에 탄소막대기를 넣으면 호흡 중 배출되는 여러 가스 성분들이 막대기에 붙는다.

다시 이 막대기를 ‘전자 코’ 시스템에 집어넣는다. 시스템을 구동하면 내장된 센서를 통해 가스가 붙은 정도에 따라 전기 저항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날숨의 구성성분 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환자의 날숨 정보와 비교하면 폐암 유무를 판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폐암 환자 37명과 정상인 48명 날숨을 채취해 200회를 분석한 뒤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계학습 모델을 공동개발해 적용한 결과 약 75%의 정확도를 보였다. 아울러, ETRI 기술은 기존 병원 진단 장비에 비교해 센서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가격 대비 정확도가 높다. 편의성도 좋아 폐암 환자의 수술 예후 모니터링은 물론, 일반인의 자가 건강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앞으로 의료기기 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환자 정보를 추가로 얻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판별 정확도를 높이고 위암, 대장암 등의 다양한 암의 조기 진단 가능성도 타진할 계획이다.

연구책임자인 ETRI 진단치료기연구실 이대식 박사는 “이번 기술이 상용화되면 폐암 진단 관련 의료기기 시장경쟁력 확보는 물론 정부 건강보험료 지출 비용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연구를 수행한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도 “앞으로 정확도 개선과 빅데이터 적용 등을 통해 시스템을 고도화해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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