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마음에서 음악이 발생했다"...젊은 과학자가 내놓은 미래 기술, 삼성이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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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마음에서 음악이 발생했다"...젊은 과학자가 내놓은 미래 기술, 삼성이 지원한다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10.08 0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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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19년 하반기 지원과제 발표
- 삼성전자, 1조5000억원 출연...국내 민간기업이 연구 지원에 나선 최초의 사업

“마음에서 음악이 발생하면, 신체장애가 있는 이들은 이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뇌 신호 분석을 통한다면 해석이 가능합니다. 궁극적으로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정은주 한양대 교수는 7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열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19년 하반기 지원과제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연구의 취지를 이같이 말했다.

정은주 교수 "뇌 질환을 가진 장애인이 처음으로 음악을 접했을 때 웃는 그 표정이 마음에 잔상처럼 오래 남아있다"면서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 재활 등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2019년 하반기부터 지원할 연구 과제를 발표했다. 기초과학 분야 7개, 소재기술 분야 10개, ICT 창의과제 분야 9개 등 총 26개 과제가 선정됐다. 이들에게 지원되는 총연구비는 330억원이다.

음두찬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 센터장은 “오늘 발표한 과제의 절반이 30대부터 40대 초반의 젊은 신진 연구자들이 진행하는 것”이라며 “향후 우리나라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과학기술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주 한양대 교수는 7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열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19년 하반기 지원과제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본인의 연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정두용 기자]
정은주 한양대 교수는 7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열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19년 하반기 지원과제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본인의 연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정두용 기자]

이번에 선정된 과제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AI, 바이오, 5G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술들이다. 이 부회장이 평소 기술 '초격차'를 강조해 온 관점이 미래 과학기술 지원을 통해 나타난 것이라는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정은주 교수는 ‘뇌신호 해독을 통한 BCI-Musicing시스템 개발’이란 연구 주제로 ICT 창의과제 분야에 선정돼 지원을 받는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선정한 ICT 창의과제 분야는 뇌신호 해석, 딥러닝 등의 차세대 기술이 포함됐다.

정은주 교수는 사람이 음악 소리를 상상하는 동안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센싱한 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이 신호는 음악으로 다시 재구성된다. 신체장애로 인해 예술 활동 체험이 제한됐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표현 수단이 제공될 수 있는 연구인 셈이다.

정은주 교수는 “향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에도 활용할 수 있는 기반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정교민 서울대학교 교수의 연구 과제도 ‘ICT 창의과제’ 지원 분야로 선정됐다. 정 교순는 연역적 추론이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도전한다.

현재의 딥러닝 기술은 귀납적 학습 방법에 기반하고 있어 대규모 데이터 학습이 필수적이고, 학습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자율주행, 자연어 처리 등 학습되지 않은 돌발 상황에서도 사람처럼 대응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나선다.

김성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이번에 선정된 의료, 환경 분야의 과제들은 우리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반도체, AI 분야의 과제들은 우리나라 기술의 경쟁력 강화에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암 전의성 예측ㆍ2차원 반도체 등...올해 하반기 선정 연구 과제도 ‘혁신’

이날 발표회에서는 새롭게 선정된 대표 과제들이 소개됐다. 정은주 교수 외에도 정경운 재료연구소(KIMS) 박사와 공수현 고려대 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

정경운 박사는 ‘전이성 암세포 견인력 분석 플랫폼 개발을 위한 고민감도 전단력 감응형 소재기술’를 주제로 연구를 진행한다. 삼성전자는 이 연구를 소재기술 분야 지원 과제로 선정했다.

정경운 박사의 연구는 암세포의 전이 특성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유기소재를 통해 진단의 시간을 단축하고 정확도를 높일 목적으로 진행된다. 암세포의 전이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면, 진단에 필요한 시간과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7일 열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기자간담회에서 정경운 재료연구소 박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7일 열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기자간담회에서 정경운 재료연구소 박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이번에 선정한 소재기술 분야 지원 과제들은 반도체 소재 등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과제와 함께 소재 분석, 암 진단∙분석 등도 포함됐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에 관한 연구뿐 아니라 생활과 밀접한 연구 분야에 대한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경운 박사는 "암세포 전이성 등이 예측 가능해지면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며 "항암치료 및 면역치료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운 박사 연구 외에도 소재기술 분야 지원 과제에 이준희 UNIST 교수와 김동훈 KIST 박사의 연구 등이 선정됐다.

이준희 교수는 신경망 컴퓨터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을 연구한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원자 단위에서 다중 on-off 스위칭이 가능한 새로운 반도체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김동훈 KIST 박사는 AI 기술을 이용해 기계, 장비 등에 사용되는 금속이나 복합소재의 파괴 시점, 잔여 수명을 예측하는 방법론을 연구한다. 이 연구를 통해 고층건물, 항공기, 선박, 철로 등 대형 구조물의 파괴 시점을 예측할 수 있게 되어 물적, 인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수현 고려대 교수의 연구 과제는 기조과학 지원 분야로 선정됐다. 공 교수는 ‘단일 원자층 반도체를 이용한 광포획 및 강한 상호작용 현상’에 대해 연구한다.

나노미터(1억 분의 1m) 두께로 얇은 2차원 반도체에 빛을 가둘 때 나타나는 새로운 물리 현상 이론을 세계 최초로 정립하고, 실험으로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이 연구는 새로운 양자광학 이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수현 고려대 교수가 7일 열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기자간담회에서 본인의 연구 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공수현 고려대 교수가 7일 열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기자간담회에서 본인의 연구 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흥규 KAIST 교수가 진행하는 새로운 면역 세포 연구도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 지원 과제로 꼽혔다. 이 교수는 뇌종양 세포를 인지하고 면역반응을 조절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포를 통해 궁극적으로 새로운 뇌종양 치료제 발굴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국내 연구진의 ‘미래’를 보고 연구를 지원한다.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삼성전자는 성과가 없더라도 연구비를 돌려받지 않는다.

김성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실패를 '용인'한다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연구에서 실패는 당연한 것"이라며 "실험은 모르는 것을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육성사업은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과감한 도전을 통해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국가 기초과학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대한민국 미래 위해 1조5000억원 출연...연구 성과 ‘화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3년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진행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국내 민간기업이 연구 지원에 나선 최초의 사업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이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과학ㆍ기술 분야 연구를 지원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 사업은 10년간 진행되며 올해로 6년째를 맞았다.

그간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은 국내 연구진들의 성과도 화려하다. 최근에는 차세대 반도체, 2차 전지와 같은 미래 부품 소재 연구 과제에서 잇따라 세계적 연구 성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경진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연구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최근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새로운 자성 소재를 적용해 MDW(Magnetic Domain Wall)-MRAM의 소비 전력을 95% 이상 절감시킬 수 있는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18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발표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12월 이경진 교수 연구팀의 과제를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지원했다.

윤원섭 성균관대 교수와 강용묵 고려대 교수의 공동 연구팀이 최근 개발한 기술도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았다. 이들은 2차 전지 충전용량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2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됐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발표한 연구과제들을 포함해 지금까지 기초과학 분야 187개, 소재기술 분야 182개, ICT 창의과제 분야 191개 등 총 560개 연구과제에 7182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19년 하반기 연구 지원 과제(연구책임자 가나다 순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19년 하반기 연구 지원 과제(연구책임자 가나다 순서).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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