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평사, 증권사 대체투자 해외부동산 편식에 ‘탈날라’ 잇단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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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평사, 증권사 대체투자 해외부동산 편식에 ‘탈날라’ 잇단 경고음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10.02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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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평사들, 해외 부동산 쏠림 투자에 일제히 경종 울려
- 글로벌 부동산 가격, 지금이 꼭지일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수한 미국 호텔 15곳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br>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수한 미국 호텔 15곳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최근 몇 년간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에 대한 대체투자가 크게 늘면서 신용평가기관들이이에 대한 집중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잇달아 내놔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신평사들, 해외 부동산 쏠림 투자에 일제히 경종 울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중국 안방보험이 보유하고 있던 총 6조 9000억 원 규모의 미국 호텔 15곳에 대한 인수 계약에 대해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재무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이번 인수 계약에 미래에셋대우 1조 8000억 원, 미래에셋생명 4900억 원, 미래에셋자산운용 1900억 원, 미래에셋캐피탈 1000억 원 등 총 2조 6000억 원 가량의 계열사 자기자본을 직접 활용할 것으로 알렸다.

이에 나신평은 "투자가치 및 자금회수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해외 부동산 중심의 투자는 부동산 경기 하락이 나타날 경우 그룹의 전반적인 재무안정성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미래에셋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회사의 총위험액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이번 투자로 인한 추가적인 재무안정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자료-NH투자증권
자료-NH투자증권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 증가와 누적되는 미매각 물량에 대한 위험성을 짚었다.

한신평은 “셀다운(재매각) 목적으로 취급한 물건들이 재고로 쌓이기 시작했다”며 “취급물량이 절대적으로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6개월 이상 미매각된 익스포져의 규모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유럽 지역에 미매각 물량이 집중되고 무리한 경쟁 심화로 인한 미매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며 “아직 자본 대비 미매각 익스포져 비중은 크지 않으나 이러한 영업 추세가 지속될 경우 증권사의 유동성 및 투자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대형 증권사들의 해외 대체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총 투자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신용도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투자 대상별 투자규모가 커 신용집중이나 재매각 위험이 있다”며 “증권사들은 셀다운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계획대로 매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통상 엑시트까지 장기간이 소요되고, 해외시장에 대한 이해에 한계가 있어 자산가치 변동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해당 지역의 법적 리스크, 사후관리 부실, 투자 주도권 미흡 등을 위험요소로 꼽았다.

 

자료=한국신용평가
자료=한국신용평가

 

▲글로벌 부동산 가격, 지금이 꼭지일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주요국들의 양적 완화 정책이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되면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늘어난 글로벌 유동성이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호주, 유럽 주요 선진국들의 상업용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전반적인 가격을 들어 올린 상태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 회사인 존스랑라살(JLL)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 규모가 7000억 달러에 달해 금융위기 직전의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은 위험 분산을 위해 고점을 형성하고 있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인프라, 원자재, 항공기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도 국내 부동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증권사 간 경쟁 심화로 리스크 대비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회복한 시점인 2017년부터 해외 부동산 시장 투자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글로벌 부동산 가격에 대한 고점 논의가 활발한 지금도 해외 부동산 쏠림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초대형 IB를 비롯한 대형 증권사들은 자본 확충을 통해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자기자본투자 여력이 크게 증가하면서 해외 부동산에 대한 직접 투자도 늘어 증권사 간 과열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해외 부동산 리스크가 대형증권사들의 재무건전성에 큰 부담이 되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취급 물량이 증가하면서 미매각 자산이 늘어난 데다 참여 방식 면에서 지분 투자나 후순위 투자 비중이 높아 그만큼 떠안게 되는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부동산의 경우 국내 증권사들이 현지 사정에 밝지 않아 현지 운영에 대한 역량이 부족해 현지 파트너사에 대한 통제력이 낮고, 투자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할 때 적기 대응이 어려워 우발적인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벌어진 KB증권·JB자산운용의 호주 부동산 투자 사모펀드 계약 위반 사고와 같은 이슈가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때 해외 부동산 시장의 큰 손이었던 중국이 정치적 리스크로 해외 자산 매각 속도를 높이면서 그 물량들을 국내 증권사가 거둬들이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며 “투자 측면에서 매력이 떨어지는 해외 부동산도 국내 증권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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