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은 키워놨는데'...대형 증권사, ROE 높이기 '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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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은 키워놨는데'...대형 증권사, ROE 높이기 '골몰'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09.02 0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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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지정 예정인 '신한금투' 포함하면 초대형 IB만 6곳...중소형사도 자본확충 나서
- '자기자본 확충'에서 'ROE' 경쟁으로...브로커리지 의존도 탈피, IB·PI 중심 체질 변화
- 금리 인하 기조로 하반기 증권사 수익 구조 견조할 것...IB 부문은 과당 경쟁 우려도
자료=미래에셋대우
자료=미래에셋대우

 

증권사들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확충에 나서면서 초대형 IB에 진입하거나 곧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자본수익률 높이기에 골몰하고 있다.

▲11월 지정 예정인 '신한금투' 포함하면 초대형 IB만 6곳...중소형사도 자본확충 나서

신한금융투자는 신한금융지주로부터 66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오는 11월 자기자본 4조 원 문턱을 넘어 여섯 번째 초대형 IB 지정을 앞두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개사다.

지난 상반기 역대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던 하나금융투자도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총 1조 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하며 자기자본 3조 원을 넘겨 지난 7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여덟 번째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됐다.

지난 2분기까지 10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면서 호실적을 기록 중인 한화투자증권도 지난 달 1천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자기자본 1조 원 규모를 갖추게 됐다.

하지만 덩치를 키운 만큼 근육량이 함께 커지지 않으면 몸이 둔해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외형 확대에 따른 수익성 제고는 대형 증권사들의 숙제다.

특히, 투자 자본 대비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율(ROE·Return On Equity)이 낮으면 덩칫값도 못 한다는 비난을 받기가 십상이다.

 

자료=교보증권

 

▲'자기자본 확충'에서 'ROE' 경쟁으로...브로커리지 의존도 탈피, IB·PI 중심 체질 변화

초대형 IB를 위시한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확충 경쟁이 이제는 자기자본 활용 중심의 IB 부문 강화 전략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풍부한 자기자본을 통한 자기자본투자(PI·Principal Investment) 부문도 활성화되면서 운용역량을 키워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본격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대형 증권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도 대부분 IB와 PI 부문에서 수익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 성장이 정체되고, IB 부문으로 체질 변화가 일어나면서 일평균 거래대금과 같은 지표가 증권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줄고 있다. 브로커리지 수수료 무료 이벤트로 출혈 경쟁도 극심하고, 수수료율 자체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수익성이 낮다.

 

자료=하이투자증권
자료=하이투자증권

 

반면에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사뿐 아니라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 중소형사들도 상반기 IB 부문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보이며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브로커리지 부문의 최강자 키움증권은 브로커리지뿐 아니라 IB 부문에서도 견조한 수익성을 보였지만 국내 증시 하락 폭 커지면서 평가이익 감소와 평가손실 증가로 PI 부분에서 아쉬운 성과를 거두며 2분기 실적에서 부진을 겪기도 했다.

IB 부문 중 주식자본시장(ECM), 부채자본시장(DCM), 부동산PF, M&A, 인수금융, 대체투자 등 다양한 딜(Deal)에서 각사 전략과 강점에 따라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유안타증권
자료=유안타증권

 

▲금리 인하 기조로 하반기 증권사 수익 구조 견조할 것...IB 부문은 과당 경쟁 우려도

한편, 금리 인하도 증권사 수익 구조를 바꾸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우려,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증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국내경기 회복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준금리가 1%까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국가 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완화적 통화정책이 요구되고 있어 오는 10월 금리 인하에 대한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러한 기준금리 인하 추세는 과거 단순히 유동성 확대와 같은 증시여건 개선 기대감을 넘어 채권 운용수익 증가, ELS·DLS 등 파생결합상품 운용 수익 증대, 신용공여 증가, 부동산 시장(PF) 등 증권사의 수익 포트폴리오에 다각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래 없던 저금리 기조에 채권 발행도 사상 최대 규모인 데다가 평가이익과 매매이익도 크게 늘면서 채권 운용역량이 뛰어난 대형사들의 하반기 수익 증가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막론하고 대부분 증권사들이 IB 부문 강화를 하반기 성장전략으로 내걸고 조직 확대와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 시장 참여자들이 계속 늘면서 IB 수익률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브로커리지와 같은 전통적인 수익 의존도를 줄이고 향후 먹거리 확보를 위해 대형사뿐만 아니라 중소형사도 IB 사업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며 “국내시장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대형사 아니면 인력 수급도 어려워 양극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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