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품다] 뇌 MRI ‘질감’으로 치매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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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품다] 뇌 MRI ‘질감’으로 치매 예측한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08.01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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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 ‘복합 질감 지표’로 알츠하이머병 전환 환자 예측
3년 동안 경도인지장애 상태 유지한 환자 113명과 기저 평가 1~3년 후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된 초기 경도인지장애 환자 40명의 데이터를 이용해 세 가지 지표(해마 용적, 해마 질감, 복합 질감)의 알츠하이머병 예측력을 비교 평가한 표. 복합 질감 지표의 곡선하면적(AUC)이 0.817로 가장 우수한 예측력을 보였다. AUC가 1에 가까울수록 정확도가 높다. [자료=분당서울대병원]
3년 동안 경도인지장애 상태 유지한 환자 113명과 기저 평가 1~3년 후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된 초기 경도인지장애 환자 40명의 데이터를 이용해 세 가지 지표(해마 용적, 해마 질감, 복합 질감)의 알츠하이머병 예측력을 비교 평가한 표. 복합 질감 지표의 곡선하면적(AUC)이 0.817로 가장 우수한 예측력을 보였다. AUC가 1에 가까울수록 정확도가 높다. [자료=분당서울대병원]

뇌 자기공명영상(MRI)의 질감 분석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서울대 뇌인지과학과 이수빈 연구원, 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이현나 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보면 MRI 영상신호 강도의 공간적 분포 변화에서 추출한 ‘복합 질감 지표’를 이용했을 때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되는 환자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어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에서 실제 알츠하이머병을 앓게 될 환자들을 예측할 수 있다면 최적의 시기에 치료를 시작해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보통 알츠하이머병의 진단을 위해서는 뇌 MRI 영상검사 상 위축 소견이 있는지 관찰한다. 알츠하이머병의 경과에 따라 뇌 용적이 줄어들고 모양이 변형되며 대뇌피질 두께가 얇아지기 때문이다. MRI 상에서도 이 같은 이상 소견이 발견된다. 이러한 뇌의 구조적 변화는 이미 치매 증상이 발현된 후에 뚜렷해지기 때문에 조기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로서는 한계가 있었다.

김기웅 교수팀은 MRI에서 관찰되는 영상신호 강도의 공간적 분포도가 뇌 용적, 모양, 두께의 변형보다 신경세포 소실과 변화를 조기에 반영할 것이라는 가정을 세웠다. 이 공간적 분포를 ‘질감 (texture)’이라는 지표로 산출하고 용적 변화와 비교해 알츠하이머병을 더 조기에 감별할 수 있을지 살펴봤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부터 변화를 보이는 뇌의 해마, 설전부, 후측 대상 피질로부터 부위별 질감 수치를 추출해 이를 아우르는 ‘복합 질감 지표’를 새롭게 개발했다.

해당 지표의 알츠하이머병 예측력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신경 영상 이니셔티브 2(ADNI2)’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비질환자 121명, 알츠하이머병 환자 145명으로 구성된 학습용 데이터셋과 3년 동안 경도인지장애 상태를 유지한 환자 113명, 기저 평가 1~3년 후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한 초기 경도인지장애 환자 40명, 평가 1년 이내에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한 말기 경도인지장애 환자 41명으로 구성된 검증용 데이터셋을 만들었다. 곡선하면적(AUC) 수치를 사용해 각 지표의 알츠하이머병 예측력을 비교 분석해 보았다.

결과적으로 복합 질감 지표는 그동안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 뇌 영상 지표로 이용됐던 해마 용적과 비교해 더 정확하고 빠르게 알츠하이머병 발병을 예측했다. 특히 초기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용적 변화와 비교해 예측정확도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시작 후 3년 동안 경도인지장애 상태를 유지한 환자와 1~3년 이내에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한 초기 경도인지 장애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복합 질감 지표의 곡선하면적(AUC)은 0.817로, 해마 용적 지표의 0.726보다 우수한 예측력을 보였다.

알츠하이머병 진단 과정에서 많이 사용되는 MRI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에 비해 비침습적이고 촬영 비용도 낮은 편이다. 치매로 인한 병변을 발견할 수 있는 시점이 느리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새로운 텍스쳐 지표를 이용하면 기존 지표들보다 대뇌 병변을 훨씬 더 빠른 시기에 발견할 수 있으므로 MRI 검사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기웅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는 MRI 검사를 이용해 마련하고 검증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는 뇌 MRI 영상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뇌의 용적, 모양, 피질 두께와 함께 질감 정보까지 심화 학습시켜 인공지능을 통한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 기법이 크게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알츠하이머병 이외에 치매를 유발하는 다른 뇌 질환이나 정신장애를 진단하는데 질감 지표를 활용할 수 있을지 검증하는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J Psychiatry Neurosci’ 최신 호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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