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에서 시작된 '뉴트로' 열풍... 식음료계도 접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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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에서 시작된 '뉴트로' 열풍... 식음료계도 접수하다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9.04.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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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제품 새롭게 재현 '트렌드'... 기성세대와 밀레니얼세대 동시 공략
단순 변용은 실패 가능성 높아... ‘맛’이라는 변수 있어 패션 보다 복잡해

올해 패션과 식음료계를 관통하는 키워드 하나를 고르라면 단연 ‘뉴트로(New-tro)다. 새로움과 복고의 합성어인 이 신조어는 소비재 업계 전반에 도깨비방망이처럼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단순한 복고는 과거에도 계속 있어왔다. 또 복고라고 해서 과거의 것을 완벽하게 답습하지는 않는다. 70년대의 나팔바지와 90년대의 나팔바지가 다른 것처럼 늘 조금씩은 변용돼왔다. 그러므로 뉴트로가 새로운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의 말처럼 ‘뉴트로’라는 용어가 자리 잡으면서, 이 새로울 것 없는 마케팅 용어는 큰 힘을 갖고, 패션부터 식음료까지 모든 소비재 업계에 필수요소가 됐다.

휠라를 부활시키고 뉴트로의 상징으로 만든 히트작 ‘디스럽터2’

뉴트로에 대해 대부분은 패션업계에서 그 시작점을 찾는다. 매년 새로운 트렌드를 전망하곤 하는 패션계는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에 새롭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뉴트로를 착안했다.

그리고 지난해 휠라의 성공이 이 레트로 트렌드 덕이라는 평가가 나오며, 레트로는 모든 업계가 추구하는 방향이 됐다.

휠라의 성공은 드라마틱했다. 지난해 발매한 운동화 ‘디스럽터2’는 1997년 제품을 새로운 감각으로 복각한 제품이다. 이 투박한 운동화는 올해의 운동화로 선정되는 등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며, ‘어글리슈즈’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까지 형성시켰다.

휠라는 2000년대 전반 이미 수명을 다한 스포츠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예나 지금이나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비해 촌스러운 이미지가 강했다. 2007년 휠라 코리아가 이탈리아 본사를 인수한 이후에도 큰 반등의 계기 없이 약 10년간 그저 그런 브랜드로 여겨졌다.

그러나 2017년부터 휠라는 뉴트로의 상징이 됐다. 2016년 대비 2018년 휠라는 약 3배의 성장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휠라는 모든 스포츠 업계의 가장 큰 부러움을 사는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휠라의 성공을 목도한 식음료 업계도 앞 다퉈 뉴트로 열풍에 올라탔다. 특히 편의점의 PB 식품들은 뉴트로 제품이 없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제과업체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지난 22일 롯데제과는 ‘사랑방 선물’, ‘육각 꼬깔콘’, ‘과자종합선물세트’ 3종을 한정판매하기로 하며 뉴트로 대열에 합류했다.

‘과자종합선물세트’와 일부 내용물의 패키지는 출시 당시의 디자인을 살려 그 시절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또 제품 이외에 옛 롯데제과의 심볼이었던 ‘햇님마크’가 인쇄된 돗자리가 들어 있어 봄철 나들이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뉴트로 제품이라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단순한 재현에 그치거나 기존 제품을 과도하게 비틀 경우 실패 사례도 나타난다.

스테디셀러 연양갱의 색다른 버전을 노린 해태제과의 ‘연양갱바’.

지난 2월 출시된 해태제과의 연양갱바는 추억의 연양갱을 아이스바로 변신시킨 제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제품을 먹어 본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엇갈리며 그 화제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한 소비자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차가운 연양갱을 기대했는데 홍삼캔디를 얼려 먹는 느낌”이라고 혹평했고, 또 다른 소비자는 “모양 자체도 연양갱을 연상시키지 않고 흔한 초코바인 듯”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해태제과는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연양갱바는 출시된 지 두 달 동안 편의점 아이스크림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을 만큼 시장 반응이 좋다”면서 “소비자들의 취향은 제각각인 만큼 이를 객관화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컨셉트와 디자인 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성공을 보장했던 패션계와는 달리 식음료계의 뉴트로의 성공 여부는 컨셉트와 디자인 외에 맛이라는 요소가 추가되면서 좀 더 복잡해졌다.

식품업계에도 뉴트로의 성공 사례는 많다.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팔도비빔면의 한정판 ‘괄도네넴띤’과 농심 신라면 ‘건면’ 등 브랜드를 재미있게 비틀며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힙(HIP)'한 느낌을 주고,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소구할 수 있게 하는 장치를 마련한 제품에게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뉴트로 열풍이 거세지면서 복고 메뉴를 재해석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가 식품업계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이러한 시도는 젊은 층에게는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할 수 있어 젊은 층 고객을 끌어들이는데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을 앞두고 식품업계에서는 또 수많은 뉴트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개별 제품의 성공 가능성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살펴보면 ‘새로운 재미와 추억의 재생’ 그 사이 어딘가에 성공의 힌트가 숨어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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