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이번에는 회삿돈 200억원 횡령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수사기관과 악연을 이어갔다.
이러한 수사기관과의 악연은 담 회장 뿐만아니라 아내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도 잇단 송사에 휘말린 바 있어 재벌그룹 회장 부부가 검찰과 경찰을 오가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로 담 회장을 10일 오전 10시에 소환조사한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경기도 양평에 개인 별장을 짓는 과정에서 법인자금 약 200억원을 공사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번 담 회장의 회삿돈 횡령 혐의 사건은 올 4월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오리온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별장 공사와 관련 자금 지출에 관여한 이들을 불러 조사해 왔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 지출에 관여한 오리온 관계자 1명이 입건됐다.
앞서 지난해 4월 오리온 전 임직원들은 검찰에 담 회장의 횡령, 탈세, 비자금 조성, 해외재산도피 등의 의혹을 담은 탄원서를 제출하며 “양평에 위치한 연수원 근처 초호화 별장에 200억원 가량의 회삿돈이 투입됐다”고 주장해왔다.
오리온그룹 측은 해당 건물이 개인 별장이 아닌 임직원 교육을 위한 연수원 등 회사 공식 용도로 건축됐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가 미술품 회삿돈으로 매입 후 자택에 걸어...재벌가 첫 횡령 적용 사례
담철곤·이화경 부부는 그간 송사가 유난히 많았다.

2011년 담 회장은 비자금 160억원을 포함, 3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정해진 용도·절차를 따르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등)로 검찰에 구속돼 재판을 받았다.
담 회장은 외국 유명 작가의 고가 미술품 10점을 계열사 법인자금으로 매입한 뒤 이를 자택에 장식품으로 설치하는 수법으로 140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벌가 대기업 사주가 고가의 미술품을 회삿돈으로 구매해 사적 용도로 사용한 횡령 혐의가 적용된 첫 사례였다.
이외에도, 담 회장은 위장계열사의 중국 자회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횡령하고, 사택 관리인력 인건비를 회삿돈으로 지급하는가 하면 계열사 자금으로 빌린 고급 외제 승용차를 자녀 통학 등 개인 용도로 무상 사용하기도 했다.
담 회장은 1심에서 공소사실이 대부분 인정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바 있다.
이화경 부회장도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을 것으로 판단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그러나 비자금 조성 정황이 나오지 않고 남편이 구속된 점, 그룹 경영상 필요성, 본인 건강 악화 등을 고려해 입건유예 처분했다.
지난해에는 이 부회장이 4억여원 상당의 회사 미술품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로 불구속 기소돼 남편인 담 회장과 입장이 바뀌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회사 연수원에 보관돼 있던 회사 소유 미술품을 계열사 임원에게 지시해 자택으로 가져오고, 연수원에는 모조품을 놓아둔 것으로 파악했다. 오리온 본사 사무실에 걸어 둔 미술품을 자택으로 옮긴 사실도 확인됐다.
애초 이 사건은 시민단체가 담 회장을 고발해 시작됐지만,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담 회장의 혐의는 확인하지 못해 무혐의 처분받았다. 남편 담 회장이 과거 유죄를 확정받은 수법과 비슷한 행위를 한 이 부회장만 재판에 넘겨졌다.
이 부회장은 작년 10월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시민단체, 채권단, 직원 등의 고발 및 탄원...처형 이혜경은 고발 및 진정서까지

담 회장은 이밖에 동양채권단 비상대책위원회 등으로부터 증여세 포탈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또 조경민 전 오리온 사장이 담철곤 이화경 부부를 상대로 약속한 200억 원을 달라며 제기한 소송을 패소했지만 송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담 회장은 이화경 부회장의 친언니이고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에게서도 횡령 혐의로 고소당했다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혜경 전 부회장은 최근 국세청에 담 회장이 장남 담서원씨에게 재산을 편법으로 증여했다는 의혹이 담긴 진정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전 부회장은 선친인 이양구 전 동양그룹 회장의 상속재산인 오리온 계열사 아이팩의 소유를 놓고 담 회장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장남 담서원씨에게 오리온 계열사인 '아이팩'과 자회사인 랑방애보포장유한공사(현 랑방아이팩)를 통해 재산을 증여하려 했다는 것.
담서원씨는 지난 2013년 5월 홍콩에 ‘스텔라웨이’라는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하고, 두 달 만에 아버지가 운영하는 아이팩의 자회사 랑방아이팩을 인수했다. 이후 논란이 되자 지난 2015년 랑방아이팩은 중국법인 ‘오리온푸드’가 흡수합병했다.
오리온그룹의 쌍두마차 담철곤·이화경 부부는 처형, 아들 등에 이르기까지 송사와 진정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번에는 담 회장이 오리온 전 직원들로부터 탄원서를 통해 경찰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경찰은 담 회장을 오는 10일 피의자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경기도 양평에 개인 별장을 건축하면서 회삿돈 200억원을 공사비로 끌어다 쓴 혐의가 업무상 배임 횡령에 해당한다는 점에 신빙성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담 회장은 1980년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차녀 이화경 부회장과 결혼하고 동양그룹에 입사했다. 1989년 이 회장이 별세하자 오리온(옛 동양제과)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