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출 연체율 금융위기 초과…유통업계 “실효성 의문”
민생지원금 사용처 제한…대형 유통업체 내수 회복서 제외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정부가 장기 연체채권 정리를 위한 배드뱅크 설립에 착수했지만, 유동성 위기의 근원이 기업 부채에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중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장기 연체채권 전담기구인 배드뱅크를 출범시킨다. 오는 9월에는 업권별 연체채권 매입 협약을 체결하고, 10월부터 본격적인 채권 매입이 이뤄질 예정이다. 상환 능력이 전무한 개인 장기 연체자에 한해 채무를 소각하고, 회생 가능성이 있는 차주에게는 재조정 기회를 제공한다는 골자다.
하지만 유동성 경색의 실질적 원인이 가계가 아닌 기업에서 비롯된 만큼,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시각도 만만치않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2025년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기업대출 연체율은 2.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당시의 수준(2.5%)을 넘어선 수치다. 특히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금융기관 전반의 자산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은 실물경제에도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유통업계는 대표적인 부채 의존 산업으로, 금리 인상기 속에서 단기 차입 구조가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마트의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158.04%로, 5년 전(112.8%) 대비 45.2%포인트 증가했다. 위메프, 티몬, 홈플러스 등 주요 유통기업들이 잇따라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것도 연체율 상승과 유동성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통산업은 납품대금 결제, 임대료, 재고자산 확보 등 전반적인 자금흐름에 장애가 생긴 상황”이라며 “정작 위기의 진앙지인 기업부채 문제는 손도 대지 않고, 개인채무만 정리한다고 해서 시장이 안정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달부터 신청이 시작되는 민생지원금 정책도 유통 대기업에는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지원금은 중소 가맹점, 전통시장 등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직영점을 운영하는 대형마트나 유통 대기업들은 사실상 수혜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내수 활성화 효과에서 배제된 데다, 기존 매출마저 분산될 가능성이 있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배드뱅크 정책이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고, 실질적인 사회적 재기를 지원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물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기업부채 구조조정, 비은행권 리스크 해소 등 보다 근본적인 금융 안정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기업 신용 리스크가 확산되면 실물 부문의 자금흐름이 멈추고, 그 충격은 고스란히 가계와 소비로 전이된다”며 “기업의 숨통을 틔우지 않으면, 가계 구조조정도 결국 모래 위에 집 짓기”라고 덧붙였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