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전기차 캐즘과 맞물려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산업이 있다. 바로 충전기 산업이다.
충전기 산업은 크게 충전기 운영 사업자(CPO, Charge Point Operator)와 제조업자로 구성된다. CPO는 설치 수주를 받아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자이고 제조업자는 말 그대로 단말기를 제조하는 사업자다.
휴대폰 사업을 예로 들면 KT, SK, U플러스 같은 통신사를 CPO에, 삼성, 애플 같은 단말기 업체를 제조업자에 비유할 수 있다.
현재 CPO 시장은 현대차그룹, LG전자, KT 같은 대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제조 시장은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구성된다. 현재 전기차 캐즘과 맞물려 충전기 단말기 수요가 늘지 않으며,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의 업황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자들은 부품 수급 문제로 인해 이차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국내 인증제도가 빈약해 특정 부품을 수입산으로 쓸 수 밖에 없어 원가 절감이 힘들다는 것이다.
DC직류 누전차단기, 국내 제품 사용 어려워 대부분 중국산 사용
대표적인 부품이 DC직류의 누설전류를 감지해 차단해주는 누전차단기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기차 충전기 기술기준에 따르면 완속충전기와 고속충전기 모두 AC교류와 DC직류의 누설을 감지해 차단하는 기능을 탑재해야 한다.
현재 DC직류의 누설을 감지하는 누전차단기는 국내 인증제도가 없어 대부분 해외 수입품을 사용한다. 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퀄리티가 국내산만 못하지만 CE인증(유럽 적합성 인증)을 받았다는 이유로 수입돼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주문 수량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개당 4-5만원 선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량 주문 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 충전기 제조업체 대표는 "DC직류 누전차단기를 알아보다 중국산 가격이 너무 비싸 국내 업체와의 협업을 타진해봤다. 단가도 낮고 품질도 더 만족스러웠지만 당장 받을 수 있는 국내 인증제도가 없어 다른 방법을 알아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보다 전기차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충전기 및 충전기 부품 제조업이 내수에 기대 성장이 가능하다. 반면 국내는 내수도 수출도 시장성이 없는 상황이라 인증 비용까지 감당하며 생산에 나서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본지 취재에서 국내 한 전기설비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차단기를 제조하는 업체는 LS 같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중소기업에서는 드물다. 업체들은 아직 시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든다고 해도 해외 인증 없이는 판매할 수가 없고 인증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굳이 작은 시장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요약하면 국내 인증 제도가 없어 해외 인증을 받아야 하고, 이로 인해 차단기를 만드는 국내 기업이 드물다. 때문에 충전기 제조업체들은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중국산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흐름이다.
지금은 시장 작아 어쩔 수 없지만, 캐즘 이후에도 같은 문제 반복될까 우려
향후 전기차 보급이 확대대 충전기 수요가 늘어나도 지금처럼 인증제도가 없다면 국내 충전기 제조 업체들은 계속 가성비 떨어지는 중국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DC직류 누전차단기를 위한 국내 인증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에 관련 문의를 한 결과 "아직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
KC인증은 가전제품을 위한 것이라 B2B 판매가 이뤄지는 누전차단기에 인증을 부여하기에 목적성이 맞지 않고, 이를 위한 국내 인증 제도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기관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AC 교류 누전차단기는 KC인증 대상인데, DC직류 누전차단기는 KC인증 대상이 아니다.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인증을 못 받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전기 제조업계 관계자는 "DC직류 누전차단기를 설치는 해야 하지만 이를 위한 국내 인증 제도가 없다는 것이 업자 입장에서는 이해가 어렵다"며 "인증 평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업계 발전을 위해 해외를 거치지 않고 국내에서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