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클럽 도전하는 DB하이텍, 전자제품 수요 폭증에 매출 사상 최대...과거 투자실패 경험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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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클럽 도전하는 DB하이텍, 전자제품 수요 폭증에 매출 사상 최대...과거 투자실패 경험 극복할까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05.11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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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수요 증가로 8인치 파운드리 수요 증가
-밀려드는 주문에 공장 100% 풀가동...하반기 주문도 마감
-설비투자는 '머뭇'...1조 투자금액 '부담' 및 향후 시장 상황은 '불확실'
DB하이텍 부천공장 전경 [사진=DB하이텍]

파운드리 기업들에 '공급 부족'이라는 호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일의 순수 파운드리 기업 DB하이텍이 올해 매출 1조클럽에 도전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설비투자에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과거 투자 실패에 따른 트라우마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환율 상승과 100%에 달하는 공장 가동률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올해 매출 전망은 밝다. 사물인터넷이 대중화되고 스마트폰의 기능이 상향 평준화 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전력반도체, 센서 등 8인치 파운드리에 대한 수요의 증가가 실적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DB하이텍은 8인치 웨이퍼로 아날로그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 기업으로,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역대 최고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요즘엔 스마트폰 한 대에도 카메라 2~3대가 탑재되고 있다. IT기기가 고도화될 수록 센서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며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시키는 반도체 제조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DB하이텍에 기회"라고 말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2월 웨이퍼 투입분부터 일부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이 시작되면서 2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9359억원, 영업이익 239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각각 15.92%, 31.99% 증가한 수치다.

파운드리 업계는 반도체의 가격이 인상되면서 수익성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DB하이텍도 TV 디스플레이구동칩 등의 계약 단가를 10~20%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DB하이텍의 올해 연매출을 1조164억원으로 예상했다. 김경민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DB하이텍이 생산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더 많은 고객사로부터 주문을 받게 됐다”며 “8인치 파운드리 업황 호조를 고려할 때 DB하이텍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B하이텍, 설비투자 '머뭇'...과거 투자 실패 '트라우마' 극복할까

이처럼 DB하이텍이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상황에도 설비투자를 망설이는 배경에는 과거 동부그룹 시절의 투자 실패가 트라우마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1969년 설립한 미륭건설 (현 동부건설)은 1970년대 '중동 붐'을 타고 급격하게 성장, 창업 20년 만에 20대 기업까지 진입했다. 금융·철강·반도체·농업 등으로 외연을 넓히며 한때 계열사만 60여개에 달하는 재계 10위권 그룹으로 위세를 떨쳤다.

1997년에 설립한 동부전자는 IBM과의 계약이 무산되면서 사업이 종료됐다. 그럼에도 2001년에는 일본 도시바와 손잡고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이어갔다. 결국 IT버블이 꺼지면서 상황은 점차 악화됐다.

김 전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반도체 투자를 지속했다. 공정 기술 확보를 위해 2002년 아남 반도체를 1740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동부아남반도체를 출범시키고 투자금 마련을 위해 산업은행 등에서 1조3000억원을 빌렸다. 하지만 적자가 이어지면서 차입금 규모는 2008년 2조원까지 불어났다.

동부그룹은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전기로 열연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 전기로 설비 시설이 준공되면 원가 절감과 열연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동부제철은 2007년 금융권으로부터 약 1조원을 빌려 동부제철 당진공장을 건립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해 투자는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에 따라 동부제철의 재무구조는 심각하게 악화됐고 결국 DB그룹은 주요 자산과 계열사 매각을 단행할 수 밖에 없었다.

DB하이텍 부천공장 내부전경

현재 시장은 '활황', 투자 단행은 '글쎄'

투자심리가 위축된 DB하이텍 입장에선 불투명해 보이는 파운드리 시장 업황이 커다란 리스크로 보인다. 재무구조가 상당부문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확신이 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은 “DB하이텍의 연 매출은 1조원이 안 되고, 새로운 파운드리 라인 증설을 위해선 1조원이 훨씬 넘는 투자를 해야하는 게 전반적인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로 인해 DB하이텍은 투자에 관해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매출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불안을 떨치고 투자까지 단행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반도체의 대세가 8인치에서 12인치로 바뀌면서 8인치 장비가 사실당 단종됨에 따라 8인치 설비를 구매하기가 어려워 진 점도 투자에 발목을 잡는다. 신제품이 나오지 않으면서 노후화 된 8인치 장치 설비를 구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실제로 DB하이텍은 감가상각 기간을 11년에서 6년으로 단축했다. 장치를 유지·보수하는 데 비용이 더 든다는 의미다. DB하이텍 관계자는 "그동안 감가상각 기간이 길었다는 회계법인 권고에 받아 내용연수를 바꿨다"고 말했다.

또 파운드리 시장이 지금은 활황이라고 하나 TSMC와 삼성전자 등 메이저 업체들과 달리 DB하이텍은 아날로그 반도체 전반을 제조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라 대규모 투자가 매출·수익 증대로 직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한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 DB하이텍을 둘러싸고 생산단가 상향 가능성, 설비 증설 가능성이 계속 나오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 추측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라며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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