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대란①] 안그래도 반도체 부족한데 지진·한파·화재에 정전까지...자연재해로 반도체 공급 차질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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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대란①] 안그래도 반도체 부족한데 지진·한파·화재에 정전까지...자연재해로 반도체 공급 차질 '심각'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04.19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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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TSMC 공장 6시간가량 정전…반도체 수급 악화 갈수록 심화
- 코로나19로 주문 줄였는데 자연재해로 생산 차질까지...반도체 품귀 가속화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반도체 공급난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각종 재해, 수요 급변으로 일어난 '반도체 대란'은 주요 산업계를 덮쳤다.수요 예측 실패로 반도체 수급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재난과 재해까지 겹치면서 생산차질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GM, 도요타, 폴크스바겐, 스텔란티스, 포드, 르노, 스바루, 닛산, 혼다, 마즈다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테슬라도 최근 2주간 보급형 세단인 모델3의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장정보 업체 IHS마킷은 자동차 반도체 공급망 차질로 인해 올해 자동차 1분기 자동차 생산이 100만대 가까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차질과 수급 악화, 이로인해 타격을 받고 있는 여러 기업들. 그리고 생산라인, 가동중단에 달라지는 반도체 지형도를 3회에 걸쳐 심층 취재하도록 한다. <편집자주(註)>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업체인 TSMC는 대만 타이난소재 반도체 공장이 정전으로 가동을 멈췄다. [사진=TSMC 홈페이지]

사상 최악의 수급난을 겪고 있는 반도체 업계가 지진, 한파, 정전 등 여러 악재로 인해 더욱더 깊은 난항에 빠지고 있다.

최근 세계 3대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의 주력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데 이어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타이난소재 반도체 공장도 정전으로 가동을 멈췄다.

19일 파운드리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파운드리는 계약당시 가격을 정해놓기 때문에 당장 타격으로 오지는 않는다"며 "그렇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반도체 수급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품귀 현상이 자동차와 휴대폰을 넘어 전 산업 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폐쇄회로TV(CCTV)나 의료기기에 들어가는 MCU(마이크로컨트롤러) 가격은 지난해 개당 8달러에서 최근 50달러 수준으로 가격이 6배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곳곳에서 반도체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은 부분 중단되니 모든 분야에서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번 공급 대란으로 한국(삼성전자)과 대만(TSMC)의 몸값이 굉장히 비싸진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코로나19로 주문 줄였는데 자연재해로 생산 차질까지...반도체 품귀 가속화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생긴 것은 코로나19가 터진 지난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동차 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 완성차 기업들이 차량용 반도체 부품 주문을 줄이면서 파운드리 업체 역시 차량용 반도체 생산량을 낮췄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공급량을 넘어서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주요 파운드리 공장에 자연재해가 잇따라 들이닥쳤다. 주요 파운드리 공장이 자리하고 있는 미국·대만·일본 등지에서 한파·지진·가뭄이 발생하면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 2월에는 미국 남부 텍사스 지역에 불어닥친 최악의 한파로 전기와 물 공급이 끊겨 가동이 중단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 세계 1·2위 업체인 인피니언과 NXP가 텍사스주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삼성전자도 오스틴에서 운영 중인 파운드리 공장을 멈춰야 했다.

미국에 최악의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사진=SBS Biz뉴스 유튜브 캡쳐]

차량용 반도체 3위인 일본 르네사스 공장에도 지난달 화재가 일어났다. 르네사스는 자동차에서 다양한 시스템을 제어하는 MCU 반도체의 강자다. 르네사스는 올 하반기나 돼야 공장을 정상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해외경제 포커스' 리포트를 통해 "르네사스가 현재 보유 중인 MCU는 재고가 소진되는 이달 말부터 출하가 중단될 예정"이라며 "르네사스의 주요 거래처인 도요타, 닛산, 포드 GM 등 자동차 업체의 생산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중순 대만에는 56년만에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는 많은 용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TSMC, UMC 등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은 즉각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같은해 겨울에도 대만 북동부 부근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6.7의 지진으로 공장 가동이 중지됐다가 다시 재개됐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 반도체의 경우 지진, 화재, 정전 등의 자연재해로 르네사스, 인피니언, NXP 모두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MCU 공급 부족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하이테크 분야 축에 속하진 않지만 소품종 대량생산이라는 특성 때문에 설계 공정에 꽤 많은 시간이 투자된다. 칩 성능이 사람의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에 고온과 충격을 견뎌야하는 등 안전성이나 신뢰성 부분에서 따질 것도 많다. 르네사스가 가동을 재개했으나 오는 5월을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의 기한으로 잡은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피해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 정상화까지 3개월에서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시험가동을 거쳐 만들어낸 베타 버전의 칩이 제대로 동작 되는지 따져봐야 하고 불량률은 얼마나 되는지 등 신뢰성 테스트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3위인 일본 르네사스 공장에도 지난달 화재가 일어났다. 르네사스는 자동차에서 다양한 시스템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콘트롤유닛(MCU) 반도체 강자다. 르네사스는 하반기나 돼야 공장을 정상 가동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르네사스 홈페이지]

 

정은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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