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롯데온 출범 2년차...나영호 롯데온 대표, 2023년 온라인 매출 20조원 달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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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롯데온 출범 2년차...나영호 롯데온 대표, 2023년 온라인 매출 20조원 달성할까
  • 김지우 기자
  • 승인 2021.04.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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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4월 롯데 유통 계열사 7개 통합 쇼핑 플랫폼 '롯데온(ON)' 공개
- 로그인·검색·결제 등 시스템 오류에 소비자 민원 다수
-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 대표로 선임
- 이베이코리아 인수 나설 가능성↑...다만 보수적인 조직문화 개선 관건

롯데그룹이 롯데가 미래 핵심 성장동력인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 ‘롯데온(ON)’을 출범한 지 2년째다.

하지만 출범 첫날부터 시스템 오류 등의 통합 부작용이 잇따랐다. 이후에도 기술적 문제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더니 저조한 성장세에 결국 수장이 사임했다.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롯데는 온라인 사업을 확충하기 위해 대규모 오픈마켓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롯데 특유의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베이코리아 출신의 새로운 수장을 영입해 대대적인 디지털 전환을 예고한 롯데가 향후 이커머스 시장에서 실질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롯데 통합온라인몰인 롯데ON에서 상품 주문 후 자사인 마트, 편의점, 백화점 등에서 픽업 가능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롯데온]<br>
롯데온(ON) 이미지 [사진=롯데쇼핑]

◆ 그날

롯데 유통 계열사 7개 통합 쇼핑 플랫폼 '롯데온(ON)' 세상에 공개되다

2020년 4월 28일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닷컴·롭스·롯데홈쇼핑·롯데하이마트 등 계열사 7개 쇼핑몰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을 출범했다.

롯데쇼핑은 롯데온 출범 전날 ‘롯데온 전략 발표회’를 열었다. 롯데온의 핵심 경쟁력으로 데이터, 점포를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롯데쇼핑은 국민 75%에 달하는 3900만 롯데 회원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개인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앞서 롯데쇼핑은 2018년 그룹 온라인 사업을 담당하는 롯데닷컴을 인수했다. 롯데e커머스사업본부를 신설하고 2년 동안 계열사 7개의 데이터 통합 작업을 진행했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을 유통 사업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롯데쇼핑 7개 계열사의 온라인쇼핑몰 회원수는 3900만 여 명. 이들의 구매 데이터를 통해 고객 개개인이 원할만한 상품을 추천한다며, ‘초(超)개인화 서비스’를 내세웠다.

지난해 4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온 전략발표회’의 모습 [사진=롯데쇼핑]
지난해 4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온 전략발표회’에서 조영제 전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 대표가 설명하고 있다. [사진=롯데쇼핑]

당시 전략 발표를 맡은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 대표는 글로벌 영상 콘텐츠 플랫폼 넷플릭스 사례에 빗대 "롯데온은 고객의 취향을 선제적으로 분석, 대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커머스 보다는 오히려 넷플릭스와 방향이 같다"고 말했다.

전국 1만5000여개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O4O(Online for Offline)를 강화했다. 롯데온에는 단골 매장의 혜택만 모아 보여주는 ‘매장ON’ 코너를 별도로 마련했다.

또한 단순히 빠른 배송보다는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상품을 받길 원한다’는 점을 고려해 그룹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활용한 ‘적시배송’을 도입했다.

배송받는 방법에는 세 가지의 선택지를 마련해 소비자 편의를 더했다. 주문 후 1시간~1시간30분 내로 집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바로배송’, 출근 전 새벽에 받을 수 ‘새벽배송’, 백화점·편의점 등 원하는 롯데 매장에서 직접 상품을 찾아갈 수 있는 ‘스마트 픽’ 등이다.

취급 품목을 다양화하기 위해 판매자들이 롯데온에 입점해 자유롭게 상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도 열었다. 특히 판매자와 상품을 평가하는 종합지표인 ‘온픽(ON Pick) 지수’를 만들어 우수 판매자의 좋은 상품을 최상단에 노출하는 등 소비자 중심의 플랫폼을 만든다는 방침도 밝혔다.

월 회비 2900원에 ‘롯데오너스’ 회원제를 운영하고, 엘페이로 자체 결제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 그 후

공개 첫날부터 시스템 오류로 소비자 혹평 이어져...결국 롯데온 수장 사임

롯데온 “롯데ON 하나면 된다”

롯데온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로고다.

롯데온은 유통 공룡인 롯데가 3조원을 투입해 2년간의 준비 끝에 선보인 결과물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야심작으로 업계와 소비자들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세간의 기대와 달리, 롯데온은 공개된 첫날부터 시스템 오류가 발생해 실망감을 안겼다. 이후에도 꾸준히 로그인, 결제창 오류, 주문 누락, 오배송 등의 문제가 이어지자 소비자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앱 후기에는 계열사 7개의 통합 앱이다 보니 기존의 계열사 개별 앱을 이용하던 이용자들은 ‘앱 구동이 무거워졌다’, ‘검색이 되려 복잡해졌다’는 등의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이에 롯데온은 한 달에도 수차례에 걸쳐 앱 재정비에 나서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초기의 부정적인 인식이 박힌 이후 아직 긍정적인 이미지로 이어지지 못한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롯데쇼핑은 창립 41주년을 기념해 ‘롯데온세상’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롯데쇼핑]

롯데온은 정기 할인 행사 등 마케팅 활동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9월부터 매월 첫 번째 월요일을 '퍼스트먼데이'로 정하고, 정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10월에는 롯데 유통 계열사 통합 행사인 '롯데온세상', 11월에는 '어게인 롯데온세상'과 '롯데온 블랙프라이데이' 등을 운영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롯데온 내 롯데면세점의 해외 명품 브랜드 재고 물량 판매에서는 접속자 폭주로 모바일 앱에서 로딩 시간이 길어지는 등의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지난 10월 ‘롯데온세상’ 할인 행사에서도 다수의 소비자가 몰리면서, 모바일 앱과 웹페이지 모두 서버 과부하가 걸렸다.

물론 시스템 오류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성과를 얻기도 했다. 롯데온을 찾는 고객 수와 월 평균 결제금액이 증가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한 달간 롯데온을 방문한 고객 수는 론칭 직후인 5월 대비 68.7% 증가했고, 고객당 월 평균 결제금액도 25.6% 늘었다.

또한 롯데온은 지난 7월부터 계열사별로 달랐던 등급제를 하나로 묶어 통합 등급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우수 고객에게는 무료배송권과 할인쿠폰 등을 지급했다. 이에 우수고객수와 유료회원수 모두 늘었다.

강희태 부회장. [사진=롯데쇼핑]
강희태 부회장 [사진=롯데쇼핑]

이어 롯데온 프로젝트를 지휘해온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은 조직을 개편하고 인재 영입에 나섰다. 빅데이터 사업 조직을 발족하고, 직속 데이터 거버넌스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TF장 자리에는 윤영선 롯데정보통신 상무를 임명했다. TF 팀원으로 롯데 주요 계열사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AI(인공지능) 전문가가 합류했다. 또 11번가 출신 김현진 플랫폼센터장과 임현동 상품부문장도 영입했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거래액은 7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면서 전체 온라인 쇼핑거래액이 19.1% 성장한 것에 비하면 느린 성장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경쟁사인 신세계의 온라인 통합몰 SSG닷컴이 37%의 성장률을 보인 것은 롯데에게 더욱 아픈 대목이었다.

2021년 2월 25일 결국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 대표(사업부장·전무)가 자리를 내려놨다. 건강 악화 등 일신상의 이유도 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롯데온 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경질 성격이 짙다는 말이 돌았다.

당시 롯데 측은 조 대표의 사임소식을 전하며 "롯데온이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으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롯데온의 (계열사 통합) 시너지 효과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롯데온을 정상화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그리고 앞으로

외부 출신의 새로운 전문가 영입...나영호 대표 "디지털 전환 이루겠다"

2021년 4월 12일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이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부사장)로 정식 발령됐다.

주목할 점은 이커머스 사업부문 대표를 부사장급으로 승격시켰다는 점이다. 그간 롯데그룹에서 백화점의 사업부장은 부사장급인 반면, 롯데온 등 타 채널의 사업부장은 전무급이었다. 롯데온의 부진 원인으로 꼽혔던 내부 조직 구조 변화를 시도했다는 평가다.

다만 경직된 조직문화가 오랜시간 고착돼 온 만큼 대대적인 내부 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롯데 내부에서도 회사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바꾸지 않는 이상 아무리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플랫폼을 인수하더라도 부정적인 이미지 탈피나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롯데쇼핑은 이커머스 사업의 외형을 키우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G마켓·옥션·G9를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가 매각 시장에 나오자, 롯데도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지난 3월 23일 열린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인수전 참여 의사를 공식화했다. 이에 본입찰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는 신세계, SK텔레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등도 참여해 인수 경쟁이 예고된 상황이다. 여기에 나 대표가 이베이코리아 출신 인사로서, 내부사정에 밝다는 점을 고려해 영입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또한 나 대표는 롯데닷컴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나 대표는 출근 첫 날 전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제가 25년 전에 함께 했고 20년 전에 떠났던 이곳에 다시 돌아오게 됐다"며 "세월이 흐르면서 e커머스 사업부의 조직규모도 매우 커졌고 책임과 함께 풀어야 할 난제들도 아주 많아졌다는 점에서 어깨가 무겁고 한편으로 그때의 뜨거웠던 '도전' 의지를 다시 한번 불태워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나 대표는 롯데그룹이 디지털로의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그에 걸맞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혁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e커머스사업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역시 지난달 26일 주주총회에서 “(롯데온은) 내부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준비중"이라며 "지금과 다른 롯데온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선포했다.

경쟁사의 온라인 통합쇼핑몰 역시 2014년 출범 초반에는 시스템, 서비스 미비 등으로 뭇매를 맞았다. 롯데온도 후발주자로서 발전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얘기다.

앱 평점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앱 사용자 평점은 5점 만점에 2.4점으로, 쿠팡(4.4점), SSG닷컴(3.6점)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1년 4월 14일 기준 4.0점, 500만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앱 구동 관련 문제에 대한 최신 리뷰가 이어지고 있어 꾸준 개선해 나갈 필요는 보인다.

롯데가 향후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2023년까지 20조원의 온라인 매출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우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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