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10년 고통의 세월 속 '희망'은 찰나...쌍용차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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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10년 고통의 세월 속 '희망'은 찰나...쌍용차의 운명은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5.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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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3월 법정관리 졸업과 2015년 티볼리의 탄생...희망을 꿈꾸다
- 티볼리로 인한 부활, 경쟁자들의 진출로 너무 짧았던 전성기
- '연명'으로 가닥...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갯속 미래에서 다시 부활할까

쌍용자동차가 다시 벼랑 끝에 섰다. 2011년 3월 법정관리를 졸업한지 10여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 신세다. 법원은 4월 15일 쌍용자동차에 대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쌍용차는 “(법원의) 회생 계획안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생절차를 조기에 마치겠다”는 입장을 냈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현재 별로 없다. 

10년 고통의 세월 속 희망이 있던 시절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현재 쌍용차는 처음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2009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 쌍용차는 전기차 등 미래 기술력도 없고, SUV 등 주력 차종에서 경쟁력도 부족하다. 

한때 체어맨 같은 명차를 만들고 코란도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명가로 불렸지만 지금은 아니다.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는 곳들의 면면도 자금력을 확신할 수 없는 중소기업과 비싸게 팔아먹으려 혈안인 사모펀드 뿐이다. 결국 쌍용차의 운명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회생 혹은 파산으로 결정된다. 

10년간 쌍용차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쌍용차는 살아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수천명의 직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 그날

2011년 3월 법정관리 졸업과 2015년 티볼리의 탄생...희망을 꿈꾸다

1954년 당시 24세 청년 하동환은 미군이 남긴 폐차를 뜯어 자동차를 만들었고, 쌍용차의 모태가 됐다.
1954년 당시 24세 청년 하동환은 미군이 남긴 폐차를 뜯어 자동차를 만들었고, 쌍용차의 모태가 됐다.

쌍용차는 1954년 설립한 하동환자동차가 모태다. 1977년 동아자동차공업으로 사명을 바꿨다. 1988년 현재의 쌍용자동차가 됐다. 국내 첫 SUV인 코란도를 주력 차종으로 판매했다. 1997년 출시한 체어맨은 개발 기간 5년에 당시로선 파격적인 개발비 4500억원을 투입했다. 쌍용차는 외환위기 파고 속에 3조원까지 불어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1998년 대우그룹에 매각됐다. 1년 뒤 대우그룹마저 분해되자 쌍용차는 채권단에 넘어갔다.

이후 대우그룹에서 나와 독자적으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다. 같은 시기 해외매각설도 돌았으나 대우 산하에서 개발했던 렉스턴을 출시하고 대박을 치면서 그럭저럭 잘 회생하고 어느 정도 흑자로 꾸려갔다. 

하지만 2004년 10월에 중국 상하이 자동차에 매각됐다. 매각 후 신차 개발은 전혀 없었고, 어느새 쌍용자동차 주력인 SUV 차량마저 현대자동차에게 추월당한다. 상하이 자동차 경영진은 전형적인 기술 먹튀 행각을 본격적으로 보이면서 자력 회생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인수 시 약속했던 재투자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쌍용차는 2009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돌연 철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기술 유출 관련, 국가에서 지원한 연구 개발 자금을 사용해 쌍용차가 개발하게 한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이 유출되었음이 2006년 11월 국정원에 의해 적발되기도 했다. 

쌍용차 옥쇄파업.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

첫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쌍용차는 첨예한 노사 갈등을 겪었다. 2009년 구조조정에 반대한 노동조합은 77일간 경기도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옥쇄 파업’을 벌였다.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당시 그나마 팔리고 있는 차량은 각 영업소에서 보유 중이던 물건뿐이었고, 생산이 완전히 멈춘 상태이기 때문에 쌍용차 위기에 기름을 끼얹고 있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 때 한상균 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64명이 구속됐다. 해고자 160여 명을 포함해 17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쌍용차는 2010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게 된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74.6%를 인수하며 대주주가 됐다. 마힌드라는 상하이차와의 갈등을 의식한 듯 초반부터 "먹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 마힌드라가 미국 SUV 시장 진출을 위해 쌍용차 인수에 나선 만큼 발전을 위한 투자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마힌드라는 4~5년 이내로 9억 달러의 기술 개발 투자를 약속했다. 

안정을 찾게 된 쌍용차는 2010년 들어 생산이 정상화된다. 결국 2011년 3월, 법정관리를 졸업한다.

2013년 1월에 무급휴직자 455명이 복직에 합의했다. 3월엔 455명이 일괄 복직하며 회사가 좋아진다면 희망퇴직자 1900여 명과 해고자 200여 명 등 나머지 퇴직자들도 단계적 복직이 이뤄졌다.

2013년 14만5649대를 판매해서 매출 3조4849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올렸다. 영업손실이 89억 적자였지만 2011년 1412억 원 적자, 2012년 990억 적자를 보던 상황에서 매년 적자를 축소했다. 2014년 770억원, 2015년 358억원 등 연간 적자가 이어졌지만 드디어 2015년 4분기 8분기만에 218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한다. 

쌍용차 부활의 선봉장이었던 티볼리 2015년형.

마힌드라 투자를 통해 쌍용차는 2015년 1월 티볼리라는 신차를 내놓는다. 당시 전세계 시장은 SUV 열풍이 불고 있었다. 국내 자동차 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내 승용차 10대 중 4대를 SUV가 차지하고 있을 만큼, SUV 비중이 늘고 있었다. 

소형 SUV 시장 역시 여성 소비자들을 필두로 굳건한 수요층을 확보했다. 이러한 국내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것이 바로 쌍용차의 티볼리다. 쌍용자동차는 SUV 전문 완성차업체답게 소형 SUV부터 대형SUV는 물론 픽업트럭 시장까지 시장 고객을 창출하는 선두주자 역할을 했다.

티볼리는 지난 2015년 1월 첫 출시 이후 티볼리 아머를 새롭게 선보이는 등 지속적인 흥행을 보였다. 출시된 첫 해에만 내수에서 총 4만5021대가 판매되며 국내 소형 SUV시장 흥행에 선구자 역할을 했다. 다음해인 2016년 5만6935대, 2017년 5만5280대로 2년 연속 5만 대 이상 판매돼 ‘신차효과’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꾸준한 판매량을 보여 왔다.

2030세대가 소형 SUV로 갈아탄 결과였다. 길거리에서 쉽게 보이는 소형 세단보다는 개성 있는 소형 SUV를 선택하자는 심리가 발동했다. 거친 외양의 다른 SUV와 달리 날렵하면서 귀여운 디자인을 가졌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였다. 

티볼리의 활약에 쌍용차는 2016년 305억원의 깜짝 흑자를 낸다. 지속적인 연간 적자 속에서 9년 만의 흑자전환으로 드디어 희망을 본 것이다. 2018년에는 한국GM이 철수 논란으로 시끄러운 데다가 르노삼성자동차도 주춤하면서 내수시장 3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 그후

티볼리로 인한 부활, 경쟁자들의 진출로 너무 짧았던 전성기

하지만 이러한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쌍용차는 2016년 4분기 적자전환 이후 1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다. 음에는 R&D투자로 인한 경영정상화 과정에서의 적자라고 설명을 했으나 결국 2019년 8월, 임원 감축에 들어가면서 심각한 실적부족에 시달리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쌍용차 위기를 촉발시킨 원인 중 하나로 '티볼리'를 꼽는다. 회사 회생의 1등 공신인 소형 SUV 티볼리가 역설적으로 쌍용차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티볼리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자 경쟁사들이 모두 소형 SUV 시장에 뛰어들었고, 그 결과 독식하던 시장을 잠식 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쌍용차 내부의 문제도 있다. 티볼리 흥행 이후 쌍용차는 티볼리를 모든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고,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볼리가 탄생한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에 소형 SUV는 르노삼성자동차의 QM3가 유일했다. 당시 SUV는 레저용 차량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SUV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어느 정도 덩치가 큰 모델을 선호했다. 젊은 세대는 생애 첫 차로 SUV보다는 소형 또는 준중형 세단을 선택했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하나둘 나타나면서 티볼리 판매량은 줄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기아자동차가 니로를, 2017년엔 현대자동차가 코나를 내놓았다. 2018년 티볼리는 코나에 소형 SUV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2019년엔 현대차 베뉴, 기아차 셀토스가 등장했다. 2020년 들어서는 르노삼성자동차의 XM3, 한국GM의 트레일블레이저까지 추가됐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티볼리가 인기를 끌자 다른 업체 경영진들은 '하루라도 빨리 소형 SUV를 만들라'고 지시했고, 그 결과 티볼리가 독점하던 시장은 다른 회사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혹평을 받았던 코란도 2019

이 과정에서 쌍용차의 악수도 있었다. 쌍용차는 지난 2019년 준중형 SUV 코란도의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2011년 이후 첫 완전변경 모델 출시에 소비자들은 많은 기대를 걸었다. 간만에 오프로드 주행에 걸맞는 거친 SUV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많았다. 

코란도는 1990년대 한국 SUV를 대표하던 모델이다. 하지만 공개된 신형 코란도는 기대와 정반대였다. 티볼리와 디자인이 크게 다르지 않고 다소 뚱뚱해 보이는 외형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코란도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월 판매량은 2000대 수준에 머물렀다. 

쌍용차가 비슷한 시기에 티볼리 에어(길이가 긴 롱보디 모델)을 단종시킨 것을 두고도 소비자 불만이 컸다. 쌍용차는 단종시켰던 티볼리 에어를 2020년 10월 부활시켰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어 있었다. 

주 구매층이라 볼 수 있는 준중형 SUV는 소형 SUV보다 3~40대 남성 고객 비중이 더 많은데도 티볼리를 여성에 마케팅 포인트를 맞추는 악수도 저질렀다. 티볼리 성공에 고무된 나머지 자사 전 차량에 적용할 패밀리룩을 티볼리에서 착안한다는 오판까지 한다.

누적된 적자로 경영위기를 맞이한 2020년 1월 쌍용차가 믿을 것은 마힌드라 뿐이었다. 2020년 1월 1월 중순에는 마힌드라 임원이 직접 내한하여 시찰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과 면담했다. 이 면담 자리에서 마힌드라가 2300억원 가량을 순투자할테니 은행과 정부에서 금전적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2020년 2월, 마힌드라 내한 임원단에게 쌍용자동차와 노조가 경영 안정화를 위해선 5000억원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힌드라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고, 산업은행 역시 마힌드라 결정 없인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원칙적 입장만 드러냈다고 전해졌다.

2020년 4월에는 마힌드라가 특별 이사회에서 추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안건을 의결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찾을 수 있도록 3개월간 400억원 긴급경영지원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당장 7월 만기인 대출금만 200억원이고, 산업은행에서만 2000억원에 가까운 대출이 이뤄졌다며, 마힌드라 자금 지원이 없다면 추가 대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0년 4월 8일 예병태 사장은 평택시 지역 정치인들과 간담회에서 "유동성 경색으로 실질적으로 회전시킬 수 있는 현금이 0원에 가깝다"며, "4월 급여 지급을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4월 급여는 일부만 지급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쌍용자동차는 PIA자산운용 그룹에 서울서비스센터 부지와 건물을 1800억원에 매각했고,부산 물류센터도 263억원에 매각했다. 안성 연수원, 대전서비스센터도 줄줄이 매각했다. 

2020년 6월 13일에 대주주 마힌드라가 결국 지배권 포기 선언을 하고 만다. 마힌드라도 인도의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인해 경영난에 시달리며 쌍용차에 적극 투자할 여력이 사라진 것이다. 2020년 8월 마힌드라는 현재 보유한 쌍용차 지분 상당수를 매각하여 전체 50%미만을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12월 15일 경영악화로 대출 상환자금이 부족해 대출원리금 상환을 연체했다고 공시했다. 대출원금은 600억6100만원, 이자는 6177만원으로 대출원리금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2020년 12월 21일에 11년 만에 법정관리를 다시 신청했다. 2020년 12월 22일부로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면서, 증권거래소에 의해 쌍용자동차 유가증권 거래가 정지됐다. 자금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부품 납품사들이 납품대금 지급을 월간 어음 정산이 아닌 즉납 현금 결제로 요구하며 차량 생산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20년 12월 기준 부채 비율이 1627%로 알려졌는데, 이는 반년만에 90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2021년 3월 31일이 지났음에도 쌍용자동차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HAAH가 투자의향서를 끝내 제출하지 않으면서 상장폐지 위기가 커지게 되었으며, 결국 2021년 4월 1일, HAAH 오토모티브가 정해진 기한인 3월 31일까지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예병태 사장
연 사퇴한 예병태 쌍용차4월 7일 돌연 사퇴한 예병태 쌍용차 사장

4월 2일, 서울회생법원이 쌍용자동차 측에 법정관리 구상의 개략적인 사항을 구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법정관리를 통해 쌍용자동차의 기업 규모를 대폭 줄여 국내 업체가 외부 자금 도입 없이 인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인수 의향을 지닌 국내 기업은 3~4곳 정도로 추려진다. 4월 7일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투자자 유치 지연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돌연 사퇴해 버린다. 

4월 15일엔 법원이 쌍용자동차의 기업회생절차를 승인하면서 10년 만에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1년의 개선기간을 받아 당장의 상장폐지는 면했다. 

◆ 그리고 앞으로 

'연명'으로 가닥...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갯속 미래에서 다시 부활할까

서울회생법원 회생1부는 4월 8일 쌍용차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를 개시하며 제3자 관리인으로 정용원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전무)을, 조사위원으로 한영회계법인을 각각 선임했다.

조사위원은 쌍용차의 재무 상태에 대한 정밀 실사에 나선다. 조사보고서 제출 시한은 6월 10일까지다. 조사위원이 '존속' 의견을 내면 관리인은 회생계획안을 작성하고 이행한다. 이때 고강도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 있다. '청산'을 결정하면 공장 매각 등을 통해 채권단에 대한 채무 변제가 시작된다.

업계에선 쌍용차의 공익채권 규모가 3700억원에 달하는 등 기업을 유지하는 것보다 청산했을 때의 가치가 더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쌍용차의 법정관리 돌입은 처음부터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다수였다. 법정관리·구조조정 등의 절차 없이 3700억원을 떠안을 인수자는 없었다.

하지만 쌍용차의 파산을 결정하기엔 산업‧경제적 가치를 뛰어넘는 맥락이 개입된다. 약 5000명의 임직원과 일가족 등 적게는 2만명, 많게는 수십만에 달하는 판매망·하도급 업체 관계자들의 고용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파산과 대규모 실직'이란 사회·정치적 문제로 직결된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일단 연명시키는 쪽으로 귀결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오는 7월이 시한인 회생계획안 제출까지 쌍용차를 파산시키는 결정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쌍용차는 빠르게 법정관리에서 탈출하기 위해 회생계획안이 인가되기 전에 인수합병(M&A)부터 추진할 계획이다. 새 투자자의 투자 계획을 회생계획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쌍용차를 인수할 의향을 밝힌 업체는 기존 HAAH를 비롯해 국내 전기버스 제조사인 에디슨모터스, 전기차 충전기 개발 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 6~7개 법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내 딜러사에 불과한 HAAH뿐만 아니라, 다른 법인들도 중견기업 수준도 못 되는 영세한 규모의 업체들로 자금력과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쌍용차는 임원 수를 줄이고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본격적인 조직 슬림화에 나선 상태다. 기업회생 과정에서 쌍용차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수순인 만큼 조직과 임원 수를 먼저 축소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으로 풀이된다.

쌍용차는 유사 조직을 통폐합할 뿐 아니라 회생절차와 M&A 관련 업무를 위한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신차 개발과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조직을 통합해 관리 체계를 일원화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으로 쌍용차는 기존 '9본부 33담당 139팀' 체계에서 본부 단위 조직 2개, 임원 단위 8개, 팀 단위 33개를 줄인 '7본부 25담당 109팀'으로 재편해 전체 조직의 23%를 축소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상근 임원수(관리인 및 등기·사외이사 제외)는 현재 26명 수준에서 16명으로 38% 감축한다. 쌍용차가 본격적인 자구안을 마련한 2019년 말 3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4% 감소한 수준이다.

노조는 "일방적 구조조정은 납득하지 못한다"며 구조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기업회생 과정에서 구조조정은 예견된 수순이지만 노조에도 고통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져 향후 노사 간 대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쌍용차 임직원들 사이에선 12년 전 대규모 구조조정의 악몽도 재차 거론되는 분위기다. 2009년 법정관리 당시 전체 임직원의 36%인 2600여명이 정리해고되면서 노조가 평택공장을 점거하는 이른바 '쌍용차 사태'가 일어났었다. 

쌍용차 전기차 이미지
쌍용차 전기차 이미지

관건은 ‘신차개발투자→판매→수익 확보를 통한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다시 만들 수 있을지 여부다.

쌍용차는 현재 자사 최초의 전기차 E100(프로젝트명)을 개발해 놓은 상태다. 당초 올해 초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경영난으로 P플랜(단기 법정관리·Pre-packaged Plan) 신청에 나서는 등 혼란 상황을 고려해 출시를 미루고 있다.

이미 시장에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테슬라 모델Y 등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전기차 보조금 조기 소진이 예상되고 있어 쌍용차가 뒤늦게 E100을 내놓는다고 해도 높은 의미 있는 판매량을 기대하긴 힘들다.

현 상황에서는 신차 투입으로 사업을 이어갈 만한 동력이 소진된 상태다. 신차 개발에는 3000억원가량의 비용이 투입된다. 새로운 투자자가 쌍용차 인수 이후에도 신차 개발 선순환 재진입을 위한 마중물을 지원해 줘야 앞으로 정상 운영이 가능하단 의미다.

하지만 연 매출이 250억원에 불과한 HAAH를 비롯해 국내에서 거론되는 인수 의향 업체들도 인수 자금까지는 어떻게 마련하더라도 쌍용차의 ‘돈맥경화’까지 해결해주기엔 버거워 보인다. 독자적으로 신차를 개발해 판매하던 기존 완성차 업체로서의 사업구조에는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쌍용차는 저력이 있는 업체다. 2009년의 트라우마를 안고 티볼리를 히트시켰다. 회생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지난해에는 개인당 2000만원가량의 연봉을 스스로 삭감하는 모습도 보였으며, 최근에는 이 어려운 와중에도 신형 렉스턴 스포츠를 출시하며 회생의 의지를 보였다.

1954년 하동환자동차제작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이어지는 쌍용차의 역사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역사이기도 하다. 국산 토종 자동차 업체가 현대차, 기아 외에는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쌍용차의 부활을 바래본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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