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의 참석으로 유럽에 머물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5일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과 관련해 논평하던 중, 엘리엇이 현대자동차 사외이사로 추천한 인물에 대해 "개별적으로만 본다면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평가해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 사외이사로 추천한 인물 가운데 로버트 랜들 매큐언 밸러드파워시스템스 CEO는 현대차의 수소차 개발 현황과 핵심 기술 등의 기밀 정보 등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어 논란이 됐던 후보다.
매큐언이 CEO로 있는 밸러드파워시스템스는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해 생산·판매하는 캐나다 업체다.
현대차의 수소차 관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
전기차와 수소차를 놓고 전 세계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엘리엇의 매큐언 CEO 추천은 현대차의 기술력을 외부로 빼내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 여러 곳에서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현대차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엘리엇의 이번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대해 "엘리엇 추천 후보는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다"며 현대차 추천 후보 3명을 찬성한다고 14일 밝혔다.
또, 글로벌 양대 자문사 중 하나인 글래스 루이스와 국내 의결과 자문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엘리엇의 제안에 반대를 표명했다.
한편, 김상조 위원장은 이번 현대차 주총 안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는 "과거 한국은 기업 입장에서 유리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곤 했지만, 이번에 현대차는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해 후보를 제안해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 엘리엇의 현대차에 요구한 배당 규모에 대해 "시장은 엘리엇이 무리한 카드를 내놨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우회적으로 평했다.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은 현대차 보통주 1주당 2만1976원, 현대모비스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 등 총 7조원에 육박한다. 엘리엇의 요구에 대해 이례적으로 현대차 노조도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