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기가 고장으로 회항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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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전용기가 고장으로 회항하다니?
  • 정우택
  • 승인 2011.03.15 2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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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이륙 후 고장으로 회항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겼다.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실제로 벌어졌다. 청와대는 대한항공 관계자를 불러 원인을 따지고, 대한항공은 몸을 확 낮추고 있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번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명박 대통령이 탄 전용기는 지난 12일 성남공항을 이륙했다. 아랍에미리트 (UAE)로 가서 석유, 가스 유전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였다. 성남 공항을 이륙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비행기 뒷부분에서 덜커덩 거리는 소리가 났다. 가꿈 쿵 쿵 거리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놀랐다. 경호팀은 더 놀랐다.

 
바로 경호팀과 조종사는 회의를 가졌다. 경호팀은 회항해서 비행기를 손 본 후에 다시 이륙하자는 것이었고, 조종사는 괜찮다며 그냥 가자고 했다. 한 참후 인천공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비행기는 항공유를 쏟아냈다. 쏟아낸 기름은 무려 60,000리터. 금액으로는 5천600만원이나 된다. 대통령이 타고 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비행기가 이런 사실을 알리고 인천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서해 앞바다를 빙빙 돌자 승객들은 다 놀랐다. “잘 착륙할 수 있을 까?” 모두 큰 걱정을 했다. 얼굴색이 변하고, 가슴은 두근거렸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대통령이라고 왜 무섭지 않을까?

대통령 전용기가 하늘에서 항공유를 쏟아내고 착륙을 시도하자 인천공항은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수십 대의 소방차와 구급차, 많은 의료진이 긴급 대기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행히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하고, 고장 부분을 손질하고 다시 UAE로 날아갔다. 급박한 순간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청와대 경호팀은 대통령 전용기의 정비 감독을 맡은 공군과 정비 실무를 맡은 대한항공 관계자들을 불러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조사하고 있다. 잘못이 있을 겨우 책임을 묻고 처벌도 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생각이다. 재발을 막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 전용기의 정비를 맡은 실무자는 물론 정비 책임자, 더 나아가 최고 책임자까지도 엄중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 전용기가 이륙 몇 십분 후에 고장으로 다시 회항한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무 사고 없이 잘 착륙했으니 말이지, 만에 하난 무슨 사고라도 났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떨리기도 한다. 이번 일은 안전불감증이 원인이라고 보면 된다. 아무리 강조하고, 아무리 철저하게 해도 부족한 게 비행기 점검이다. 하지만 이번에 대한항공은 큰 허점을 보였다. 정비 신뢰에 먹칠을 했다.

일부에서는 예전처럼 비행기에 해당 항공사의 오너나 최고경영자 (CEO)를 태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의 조 회장과 아시아나항공의 박 회장을 태우자는 것이다. 이전에는 실제로 이렇게 했다. 비행기 정비를 더 철저히 하라는 묵시의 압력이었다.

하지만 5년씩 계약제가 되면서 항공사가 나태해졌다는 지적도 많이 있다. 일단 계약을 맺으면 5년간은 경쟁 없이 지낼 수 있어서 그럴 것이다. 경쟁을 도입해 대통령이 외국에 나갈 때마다 비행기를 바꿔 타는 것도 모양은 좋지 않다. 이제 경쟁을 도입하는 방안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항공사와 승무원들은 긴장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기상 이변이나 천재지변으로 대통령 전용기가 회항했다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정비 불량으로, 작은 고장으로 이미 이륙해 하늘을 날던 비행기가 다시 착륙한 것은 어이가 없다는 말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대통령이 타는 데도 이런데 일반 비행기는 어떨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돈과 신분의 차이를 가장 실감하는 곳이 비행기 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 걱정이 된다.

정우택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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