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군인 사망 원인, 세가지 '은폐 의혹' 의문 제기되는 이유...조사 결과 발표 왜 늦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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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군인 사망 원인, 세가지 '은폐 의혹' 의문 제기되는 이유...조사 결과 발표 왜 늦어지나?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11.1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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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병이 탄약 장전 소총 경계근무, 화장실서 머리에 소총으로 자살 가능(?) 등 의문점 제기

강원도 양구군 중동부전선 최전방 군부대에서 총기 사고가 발생해 군인 1명이 사망한 이후 군 당국의 발표가 미뤄지고 있어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당초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신속한 조사와 현장감식 등 결과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현재까지 군 당국의 조사 결과 발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사망한 청년에 대한 안타까움과 '군 당국은 사건·사고만 나면 무조건 은폐 축소하려고 한다'는 불신이 더해져 관련 뉴스 댓글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 온라인에는 각종 의혹이 무성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8일 현재 이번 양구 군인 사망 사고와 관련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글이 60여개나 올라와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양구 군인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가 60여개에 이른다.

청원인들은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려 한다", "네이버에서 실시간 검색어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은폐와 조작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각종 의혹이 쏟아지자 육군은 간단한 설명을 내놨다. 육군 관계자는 18일 "부대 내 통합보관중이었던 (김 일병)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결과 포털 사이트를 통한 'K2 총기자살, 군인 총기자살' 등 자살 관련 검색 기록이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육군은 전날 유가족 입회 하에 현장감식 등을 했고 1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육군에 따르면 현장감식 결과 김 일병은 사망 당일인 16일 야간경계근무조로 편성돼 '통문'에서 실탄을 지급받은 뒤 근무에 투입됐다.

그런데 군 전문가에 의하면 GP는 통문을 통해 근무에 나서는 곳이 아니라 GP 내 외곽 경계근무이기에 군 당국 설명에 의문을 제기한다. 통문은 GOP(일반초소)에서 비무장지대 안으로 투입될 때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

군 당국은 GP에 도착한 김 일병은 '상황실(TOD)'로 가기 전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혼자 간이화장실로 걸어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고 전했다. 

이 또한 의문이다. GP 내에서 경계근무를 서는데 왜 GP에 도착하고 TOD로 이동하기 전에 소총을 휴대한 채 화장실로 갔는지 명쾌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육군 측은 "화장실 안에서 사망자(김 일병)의 K2 총기 1정과 탄피 1개를 발견했고 그 외 다른 사람의 총기와 실탄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6일 오후 5시경 강원도 양구군 21사단 백두산부대 GP(Guarg Post, 최전방초소) 내 화장실에서 김모 일병(21)이 머리에 총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GP는 비무장지대(DMZ) 내 위치하는 감시초소이며 전초 수색중대 임무 지역이다. GP 중에서도 양구 21사단이 가장 힘든 곳이다. 

최전방 GP에서 병사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사진은 자료 DB)

김 일병과 함께 근무에 투입된 분대장(하사)는 “총성을 들은 후 화장실로 가 확인해보니 김 일병이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연대 군의관(대위)에 의해 사고 발생 38분 만인 오후 5시 38분쯤 사망 판정을 받았다. 군 관계자는 “머리 총상에 의한 사망사고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일병을 국군홍천병원으로 후송 중 사망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어 사망 시점에 대해 명쾌하지 않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김 일병은 지난 7월 27일 해당 부대로 전입해 8월 22일부터 감시방비운용(TOD)병으로 파견 근무 중이었다. 해당 GP는 시설물 보강 공사 중이었다.

일반 대중들이 합리적 의문 제기에 대해 군 당국은 투명한 조사와 결과를 통해 알려줄 의무가 있다. 

김 일병은 총기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GP 외곽 철책 야간경계 근무조로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야간 근무는 2인 1조이기 때문에 함께 경계를 선 선임 병사에 대한 조사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GP에 근무하는 전초 수색대는 수색 매복 등 가장 위험한 임무를 수행한다.

첫번째 의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김 일병은 TOD 운용병이라는 점에서 소총에 탄약을 장전하고 경계근무에 투입된 것이 맞는지 의혹이다. GP 병사가 주로 GP 철책 경계를 서는 것이 일반적인데 TOD병이 어떻게 소총에 탄약이 장전된 상태로 근무를 섰는지, 그리고 경계근무 후 탄약과 소총 등을 반납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많은 대목이다. 

부대 간부는 "사망자는 외향적인 성격으로 대인관계가 원만하여 GP근무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GP파견인원으로 파견했고, 파견 전(8월21일) 실시한 신인성검사에서도 '양호'판정에서도 특이사항이 없었던 병사였다"고 전했다.

군 당국은 헌병 수사관이 오후 7시 44분 현장에 도착해 정확한 사고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며 육군 중앙수사단이 추가로 투입돼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GP장 및 GP병력을 대상으로 사건 경위를 조사한다.  

당초 군 당국이 '17일에는 유가족이 참여하는 현장감식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군 당국은 조사 결과 발표를 늦춰왔다. 

군 당국은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는 철저한 진상 규명이 먼저'라며 유가족과 함께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 

군 관계자는 "우리도 너무 안타깝다.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유가족들이 먼저기에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고 한 매체는 보도한 것이 전부다. 

군 당국은 사고 발생 당시부터 현재까지 북한군 지역에서의 특이 활동은 관측되지 않고 있으며 대공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양구 군인 사망 사고 전날 15일, 군 당국이 북한과의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철원 지역의 GP를 폭파·철거하고 있는 모습

두번째 의문이다. 사망한 김 일병이 왜 사망했는지 원인 파악이 먼저인데 북한 동향부터 서둘러 발표한 군 당국에 대한 의문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자살인지 타살인지 판가름나지 않았는데 대공 혐의점이 없다고 발표한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GP 근무 및 수색 매복 등 임무를 담당하는 21사단 DMZ 수색대는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가장 위험한 군대 생활을 하고 있다.

GP근무 수색대 출신 군 전문가 A씨는 "GP는 콘크리트로 구축된 내부 단체생활 공간이기 때문에 화장실에서 총기 사고라면 GP에 근무하는 30여명 병사들이 모두 총성을 들었을 것"이라며 "화장실에서 스스로 머리에 소총을 겨누고 자살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소총으로 쏜 총알이 머리를 맞게 되면 즉각 사망하게 되는데 40여분이나 늦은 후송 중 사망이라는 발표도 의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세번째 의문이 제기된다. GP 구조와 소총 길이 등을 감안할 때 화장실에서 머리에 소총을 대고 자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는 네티즌도 다수여서 이 부분에 대해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열악한 격오지 환경 속에서 비무장지대 수색 및 매복 등 가장 위험하고 힘든 임무를 수행하는 전초 수색대 특성상 김 일병과 같이 외부에서 파견된 TOD병은 기존 수색병들의 군기와 조직생활에 동화돼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군 전문가 A씨는 "김 일병 사망 원인에 대해 군 당국은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밝혀야 한다"면서 "만약 사망 사고를 감추거나 속이려 할 경우 사안의 특성상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최근 남북군사합의서에 따라 비무장지대 내 GP 철거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GP 윗 부분 구조물에 TNT 폭약을 설치한 뒤 300미터 떨어진 곳에서 폭파 스위치를 누르는 방식이다. 

GP는 남북한 전방부대의 경계선인 철책 안 DMZ에 위치하고 있어 정전협정상 한미연합사령부의 일부 지휘를 받는다. DMZ 내 북한 GP와 관측소(OP)는 282개이며 우리 군은 100여개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간 남북한 군대는 DMZ 내 민정경찰(북한의 '민경대') 이름으로 군대를 투입해왔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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