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IT노동자' 보호 사각지대, '25% 초과 근무'...최근 1년간 자살시도 2.8%, 일반 성인의 28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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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IT노동자' 보호 사각지대, '25% 초과 근무'...최근 1년간 자살시도 2.8%, 일반 성인의 28배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10.2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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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의원, IT노동실태조사결과 발표...응답자의 48.3%, 회사에 근무시간 관리시스템 없어

'보호의 사각지대에서 오늘도 밤새는 IT노동자들'이 바로 IT강국, 우리나라의 현주소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비례대표)은 26일, 지난 9월 12일부터 10월 3일까지 IT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IT노동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IT산업노동조합과 함께 진행한 것으로, 총 503명이 응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심각한 장시간 노동, ▲파견 및 하도급 관행, ▲허울뿐인 ‘프리랜서’의 노동실태, ▲건강도 전망도 잃은 IT노동자로서의 삶, 이 네 가지로 요약된다.

응답자 중 25.3%가 주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한다고 응답했고,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인 40시간을 준수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12.4%에 불과했다. 52시간 상한제 적용 이후 실제로 근로시간이 단축되었다는 응답은 17.4% 뿐이었다.

응답자들은 이러한 연장근로의 발생 원인에 대해 대체로 ‘하도급 관행’, ‘무리한 업무일정’, ‘비율적인 업무배치와 조직의 의사결정’을 이유로 꼽았다.

더 큰 문제는 초과근로시간이 아예 기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응답자 전체의 57.5%, 300인 이상 사업장 정규직의 26.1%가 근로시간이 집계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아예 출퇴근 및 근무시간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8.3%였다. 근무시간의 확인이 가능한 출퇴근 관리시스템. 출입카드를 사용한다는 응답은 43.6%에 불과했다.

10시 이후까지 연장근무를 하더라도 야간수당을 지급받지 못한다는 의견이 전체의 52.6%였고, 초과근로수당을 근로기준법에 기준하여 지급한다는 의견은 5.4%에 불과했다.

IT 업계에 파견 및 하도급 관행이 만연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입증되었다. 응답자 중 201명이 ‘원청·발주업체에서 일한다’고 답하였지만, ‘원청·발주업체와 계약했다’는 것은 100명에 불과했다. 즉 절반이 (하)도급업체와 계약한 것이다.

IT업계에는 일명 ‘프리랜서’들을 하도급업체들과 연결해주고 커미션을 받는 속칭 ‘보도방’ 즉 인력거래소가 암암리에 운영되고 있다. IT프리랜서들은 원청 또는 2, 3차 하도급업체의 채용절차를 거쳐 이들 인력거래소와 용역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은데, 사고 발생시 소속사업장은 인력거래소가 된다. 이들 인력거래소는 정식 사업장이나 정규직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 경우 아예 산재보험 등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응답자 중 25%를 차지하는 프리랜서의 처우도 큰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프리랜서라고 한 응답자의 91.2%가 자택, 카페 등 원하는 장소가 아닌, 사무실 등 지정된 장소에서 근무하고, 79.8%가 월급제로 임금을 지급받는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유로운 ‘프리랜서’의 모습이 아니다.

프리랜서 응답자의 62.4%가 계약기간이 1개월 ~ 6개월 미만이라고 답했다. 1년 이상 장기계약은 12%에 불과했다. 65.6%는 프로젝트 수행 중 그만 둔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프리랜서들의 근로 안정성이 매우 취약한 것이다.

프리랜서로서의 이들의 삶은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다. 32.6%만이 프리랜서의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나머지는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희망했다. 그 이유는 ‘고용의 안정성(75.8%)’이었다. 자발적으로 프리랜서로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 프리랜서로 활동하냐는 질문에 ‘정규직으로 면접을 봤는데 해당업체에서 프리랜서 근무를 권해서’ 프리랜서가 되었다는 응답도 있어 이를 뒷받침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들 IT 노동자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위험수위에 있다는 점이다. 응답자 중 최근 1년간 자살을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응답은 48.71%로 절반이 안 되었다. 그 중 거의 매일 자살을 생각한다는 응답자가 19명(3.78%)이었고, 실제로 최근 1년간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14명(2.78%)이나 되었다. 우리나라 성인 일반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최근 1년간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0.1%임을 고려할 때, 자살시도율이 일반 성인의 약 28배에 달한다. 

이철희 의원은 이번 실태조사와 함께 두 가지 사건을 언급했다. 

하나는 2016년 3월 3일, M증권회사의 모바일 앱 구축 프로젝트 중에 사망한 고 장원향씨의 사건이고, 또 하나는 올해 초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 장민순씨 사건이다. 이 두 사건에서 보이는 IT근로자들의 삶이 이번 실태조사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이다.

고 장원향씨는 M종금(발주사)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2차 하도급업체인 E사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본 후, 3차 하도급업체(인력거래소)인 B사와 용역계약을 맺었다가, 프로젝트가 끝나가던 2016년 3월 3일, E사의 이사와 계약연장 논의를 위한 회식자리에서 사망했다.

M사에 상주하며 근로하던 장원향씨는 계약연장을 이야기하자는 E회사 이사의 부름에, 식사를 마치고 야근할 생각으로 저녁 자리에 나갔다가 만취해 인근 호텔에 끌려가 객실에서 도망쳐 나오던 중 비상계단에서 굴러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E사의 이사는 술에 많이 취해 쉬게 해 줄 생각이었다고 검찰 조사에서 밝혔었다. 

장씨는 소속사업장이 정식직원이 하나도 없는 인력거래소 B사이고,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프리랜서라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했다. 유족들은 E회사의 L이사를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M사와, E사, B사까지 고용주라 볼 수 있는 회사가 3개나 되었지만, 그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했던 웹디자이너의 허망한 죽음이었다.

한편 에스티유니타스에서 2년 8개월 간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고 장민순씨는, 스트레스와 과로를 이기지 못하여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 출퇴근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기에 장시간 노동을 입증하기 위해 자신의 교통카드를 언니에게 남긴 채.

이철희 의원은, “90년대 말, 2000년대 초 IT 기술자를 꿈꾸며 공대로 진학했던 많은 인재들이 한참 일할 나이인 30대 중반, 40대 초반에 이른 지금 그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 채 현실과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고 하면서, “IT 강국, 소프트웨어 강국을 표방하며, 4차 산업혁명의 선두에 서겠다면서도 정작 우리는 그 대열에 설 인재를 키우는데 실패하고 있다. 키우기는커녕 보호조차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이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하여 전수조사 등을 통해 제대로 파악하고, 제대로 된 보호ㆍ육성ㆍ진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답자들의 84%는 은퇴연령이 넘어서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은퇴연령이 넘어서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57.68%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참고로, 이번 조사 응답자의 70%가 정규직이었다. 노조를 중심으로 조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인 IT근로자들의 실태를 고려했을 때, 실상은 이 조사 결과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짐작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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