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10대그룹 관계는?... 文대통령 어록과 정책으로 알아보니 우등생은 한화·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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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10대그룹 관계는?... 文대통령 어록과 정책으로 알아보니 우등생은 한화·SK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8.09.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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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GS 소원... 삼성은 이재용 재판이 관건
문재인 정부와 가장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을 듣는 한화그룹.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2월 1일 한화큐셀을 방문해 직원들과 포즈를 취한 모습.

정권과 기업의 관계는 늘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른다.통상 친 정권적인 기업은 혜택을 봐 왔고, 정권에 밉보인 기업은 과거에는 존폐 위기까지 처하는 등 한국 경제사에 정권과 기업의 관계는 늘 큰 변수로 작용했다.민주화 이후, 정권과 기업의 관계에 따른 흥망성쇠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선험적으로 경제인들은 정치권력의 변화에 민감해 왔고, 현재도 혹시나 우리 기업이 정부 눈 밖에 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하고 있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은 공식적으로 기업의 경영과 투자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원칙적인 뜻을 밝혔으나, 호사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나 정부 정책에서 10대그룹의 서열이 정해졌다고 보고 있다.업계가 바라보는 문재인 정부와 10대그룹의 친소관계를 알아봤다.

 

2월 2일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자율주행 수소차를 시승한 문재인 대통령.

‘일자리 대통령’에 도움 준 한화 극찬... SK, 현대차, LG도 상위권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만큼은 확실히 해결하는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는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출범,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일자리를 만드는데 기업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10대그룹은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는 데 결정적인 협조자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 10대그룹 중 세 개의 기업을 방문하거나 행사에 참석해 일자리 창출 성과를 격려했다. 지난 2월 1일 방문한 한화큐셀, 2월 2일 현대 자율주행 수소차 시승, 4월 20일 찾은 LG사이언스파크 개장이 그것이다.

특히 한화큐셀을 찾은 자리에서 대통령은 “한화큐셀을 업어주고 싶다”는 말을 해 화제를 모았다. 이는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한화그룹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들어보지 못한 극찬이다.

이후 한화그룹은 8월 12일 ‘5년간 22조원 투자와 3만5000명 고용’이라는 중장기 계획 발표로 대통령의 극찬에 화답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계획을 두고 “예상을 넘어서는 규모”라며, 문 정부와 한화그룹의 밀월관계가 무르익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SK그룹 역시 문재인 정부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독대설이 나왔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특유의 사회적 가치 강조와 통 큰 투자 계획으로 정부와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SK그룹 행보가 너무 친 정부적이라고 반발하면서 역으로 SK그룹과 현 정부의 좋은 관계를 반증해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2월 28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요즘 최태원 회장이 문재인 정권의 일이라면 사족을 쓰지 못하고 협조하고 있다고 한다"며 "최태원 회장의 앞으로 행보를 눈여겨 지켜보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도 현 정부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수소차를 시승하는 자리에서 차량의 성능에 놀라움을 표하면서 “세계 정상 가운데 고속도로에서 자율차를 탑승한 것은 제가 처음이고, 세계에서 수소차로 만든 자동차는 현대가 최초”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5년간 23조원 투자, 4만5000명 고용 계획을 8월 17일 발표했다. 특히 고용효과가 타 산업에 비해 높은 자동차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그룹 특성으로 인해 투자금액에 비해 고용인원이 높은 것이 눈에 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공정위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현대차의 대응에 따라 향후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기도 했다.

LG그룹은 구본무 전 회장의 별세로 구광모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며 현재까지 정부와 큰 마찰을 빚지 않아 정부와의 관계에서 상위권에 있다는 업계의 평을 듣고 있다.

지난 4월 문 대통령은 LG 사이언스 파크 개장식에서 구본준 부회장을 비롯한 LG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혁신성장의 모범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일찍부터 지배구조 ‘모범기업’이라고 불릴 만큼 투명한 경영체계를 만들어 놓아 공정위 등의 공격에서도 자유롭다는 점도 상위권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LG 사이언스 파크 개장식에 참석해 민간 주도 혁신성장을 격려했다.

‘일감 몰아주기’ 눈총받는 GS그룹, ‘오너 수감’ 롯데그룹은 불편

반면, GS그룹과 롯데그룹은 현 정부와의 관계에서 불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특히 GS그룹은 71개 계열사 중 29개사가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관련 규제를 받게 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수차례 일감 몰아주기 기업들을 정리하라고 재계에 경고를 보낸 바 있으나, GS그룹은 타 그룹에 비해 이를 정리하는 속도가 확연히 느려 정부의 눈 밖에 났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또 복잡한 지분 소유 구조로 인해 지배구조 개편에서도 정부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뒤늦게 GS그룹은 5년간 20조원을 투자하고 2만1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8월 27일 발표했으나, 상반기 고용이 오히려 작년보다 줄어, 다른 그룹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 역시도 현 정부와 관계가 불편한 대표적 기업으로 손꼽힌다. 경제인 중 유일하게 그룹 오너가 국정농단 혐의로 수감 중이라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0월 중 신동빈 회장의 2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2심 판결에서 신 회장의 혐의가 인정된 만큼 석방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오너 구속으로 인해 롯데그룹은 중장기 투자계획도 발표하지 못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심 선고를 앞두고 롯데그룹의 투자계획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 것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하지 못한 10대 그룹 중 하나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선 등 주력산업의 침체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만큼, 정부가 이해하고 있는 분위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문재인 정부 들어 근로시간을 줄인 1호 기업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복합쇼핑몰 출점 규제 등으로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등 정용진 회장의 코드가 문재인 정부와 잘 맞는다는 이야기도 있어 향후 관계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원자력사업이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관계가 좋지 않은 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연료전지 분야에서 선두 자리에 오르는 등 현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인도 노이아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공장을 둘러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애매한 삼성그룹... 초대형 투자 계획에도 이재용 재판 변수

10대 그룹 중 압도적 1위인 삼성그룹은 현 정부와 애매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 7월 9일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준공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약 5분간 단독 접견을 하며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는 요청을 한 바 있다.

삼성그룹은 이에 화답하듯 ‘3년간 180조원 투자’라는 타 그룹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중장기 계획을 내놓았다. 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으로 사망한 유가족 모임인 ‘반올림’과의 협의도 완료하는 등 현 정부가 중요시하는 사회적 가치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2심 재판에서 삼성의 뇌물공여 범위가 넓어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로 보인다.

물론 정부가 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지만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복귀에 난기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는 중이라 정부와의 불협화음은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양현석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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