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한국이 미국 앞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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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 한국이 미국 앞서 간다
  • 조원영
  • 승인 2013.01.2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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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 성과 주목…5년간 총 1,866건 해결

“규제개혁은 한국이 미국을 앞서 간다” (크리스토퍼 귀스 미국상의 본부장)
“한국의 규제개혁 사례를 배우고 싶다. 조언을 부탁한다” (그렉 두로셔 캐나다 캠브리지상의 회장)

지난 2011년 ‘경제계 UN’이라 불리는 세계상공회의소 총회(WCC)에서 나온 한국의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에 대한 평가다. 이 회의에서 추진단의 규제개혁 활동은 전세계 5대 기업지원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가 인정한 추진단의 5년 성과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2008년 4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출범시킨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은 24일 “지난 5년간 기업활동을 저해한 굵직한 대못규제부터 손톱 밑 가시규제까지 총 1,866건을 빼냈다”고 발표했다.

추진단이 기업애로를 발굴하기 위해 공식 개최한 간담회는 지역별 125회, 업종별 330회. 이동거리만 54,218㎞로 지구 한 바퀴 반에 육박한다. 20여명의 추진단 전담인력이 하루평균 규제 1건을 푼 셈으로 매일 판 발품만 30㎞에 달한다.

규제해소를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한 과제는 총 3,076건. 이 중 1,866건이 받아들여져 60.7%의 수용률을 달성했다.

5년간 개선된 규제를 분야별로 보면 ‘창업·입지규제’가 28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노동·안전’(257건), ‘주택·건설’(232건), ‘금융·세제’(199건), ‘환경’(161건) 순이었다. 규제를 가장 많이 개선한 부처는 ‘국토해양부’(300건), 건의 대비 수용률이 가장 높은 부처는 ‘관세청’(75.7%)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규제개혁추진단은 “추진단 출범 초기에 창업·공장입지나 환경·건설 관련 규제 건의가 많았고 이중 상당수가 개선됐다”면서 “최근에는 유통물류, 관광, 금융 등의 서비스업 건의나 전업종을 포괄하는 노동관련 건의가 늘고 있는 만큼 새정부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추진단에 가장 많이 건의한 과제는 ‘외국인근로자의 최저임금 차등적용’(21회)이 꼽혔다. 현행 최저임금은 국적 불문 모든 근로자에 적용되고 회사가 부담하는 외국인근로자의 숙박비용은 제외되고 있어 중소기업에게는 고질적 부담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근로자의 낮은 생산성과 미국·일본 등 선진국이 숙박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현실을 감안해 최저임금 차등적용 혹은 외국인근로자에 한해 숙박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건의했지만 개선되지 못했다.

다음으로는 ‘공장 건폐율 제한 완화’(16회, 개선), ‘외국인근로자 고용인원 확대’(15회, 미개선), ‘플라스틱 폐기물부담금 인상에 대한 기업부담 완화’(12회, 개선), ‘기간제 및 파견제 근로자 사용기간 확대’(11회, 미개선) 등이 뒤를 이었다.

# 사례 : 플라스틱 폐기물부담금 인상에 대한 기업부담 완화

2008년 겨울, 소규모 플라스틱 제조업체 A사 사장이 격앙된 목소리로 추진단에 전화를 걸어왔다. “2007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부담금으로 매년 2천 5백만 원씩 냈는데 부담금이 1년새 5배나 올라 올해는 1억여 원을 납부해야 한다”며 “2012년에는 부담금이 더 올라 5억 원 가량을 내야 하는데 우리같은 영세업체는 더 이상 장사하지 말란 소리”라며 불만을 토했다. 환경부가 2007년까지 kg당 7.6원이었던 부담금을 단계적으로 올려 2012년에는 20배에 달하는 kg당 150원까지 인상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다른 중소기업의 비슷한 하소연이 12차례에 걸쳐 건의됐다.

추진단은 이들의 의견을 즉시 환경부에 전달하고 네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환경부는 처음에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실제 처리비용을 근거로 부담금 인하에 난색을 표했지만 회의를 거듭하면서 당초 부담금 인상의 목적과 부과대상의 92%인 중소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협의점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2010년 12월, 관련 법 시행령이 개정돼 매출액 200억 미만의 중소 플라스틱 제조업체(전체 부과대상 업체의 72%)에게는 ’11년부터 ’13년까지 폐기물 부담금액의 50% 감면조치가 취해졌다. 약 1,200여개의 기업이 2013년까지 절감한 비용은 380억 원에 달한다.

부처와 가장 많이 협의한 건의과제는 ‘공장입지 이후 녹지지역으로 지정된 공장의 소음기준 합리화’(8회), ‘공장증설시 연접개발규제 개선’(6회), ‘정수기통과수의 수질기준 개선’(5회), ‘민간주택건설공사 감리자 선정기준 개선’(5회), ‘플라스틱 폐기물부담금 인상에 대한 기업부담 완화’(4회) 순으로 나타났다.

# 사례 : 공장입지 이후 녹지지역으로 지정된 공장의 소음기준 합리화

자동차 제조업체 B사는 1968년 경기도 광명에 공장을 지었지만 이후 개발제한구역(’71년)과 녹지지역(’73년)으로 지정돼 엄격한 소음기준을 적용받았다. 2008년에는 개발제한이 풀리면서 공장주변지역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고 공장소음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졌다. 이에 대한 조치로 공장은 소음저감시설을 설치했지만 엄격한 소음기준을 초과, 광명시로부터 여러차례 개선명령을 받았으며 급기야 조업정지처분이 우려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2010년 8월 B사측 애로를 접수한 추진단은 국토해양부, 환경부, 경기도, 광명시 등과 수차례 협의를 진행했다. 공장입지 후 녹지지역으로 지정된 상황임을 감안해 국토해양부와는 공장의 용도지역 변경을, 환경부와는 소음 기준 완화를 논의했고, 경기도·광명시와는 민원과 행정처분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 또한 국경위 주재로 모든 관련기관이 모여 5차례 심층협의를 진행한 끝에 건의 접수 2년만인 2012년 9월 환경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소음기준을 차등화·세분화하기로 결정했다. 광명시 역시 B사 공장이 소음저감노력에 최선을 다하는 조건으로 환경부 조치가 나오기 전까지 조업정지 대신 개선명령 처분을 내렸다.

서울을 제외하고 건의과제를 많이 낸 지역은 ‘광주’(135건), ‘울산’(105건), ‘부산’(104건), ‘대전’(68건), ‘대구’(63건) 지역 순이었고, 서울에서 소상공인이 건의를 많이 한 지역은 ‘중랑구’(38건), ‘강남구’(25건), ‘성북구’(12건), ‘도봉구’(12건), ‘구로구’(9건) 순이었다. (이상 중복과제 제외)

광주의 경우 타지역에 비해 중소건설사·주택업체가 많아 부동산경기 침체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울산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분야의 중소 부품업체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많은 기업애로가 접수된 것으로 풀이된다.

추진단의 규제개혁 활동은 실제 기업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추진단에 기업애로를 건의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난 5년의 규제개혁 활동이 경영활동에 도움이 됐는지’를 물은 결과, 75.5%의 기업이 ‘그렇다’고 답했다. <‘도움이 안 됐다’ 24.5%> 규제개혁 만족도도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져 2009년 38.9%에서 2010년 41.6%, 2011년 46.4%, 2012년에는 47.3%로 상승했다.

대한상의 규제개혁추진단은 “민간 주도로 규제개혁이 이루어져 기업들이 부담없이 접근하게 된 것은 물론 기업현장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돼 효과가 높았다”며 “특히 체계적·개별적 규제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동근 규제개혁추진단 공동단장(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역시 “현 정부에서 시범적으로 설치 운영된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이 많은 기업과 전문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새정부에서도 민간합동규제개혁추진단이 계속 존속되어 기업들이 현장에서 겪는 손톱 밑 가시를 빼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원영  jwyc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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