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도마에 오른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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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마에 오른 ‘4대강 사업’
  • 편집부
  • 승인 2013.01.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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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섭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명박 정부의 최대 역점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기어코 도마에 올랐습니다. 임기 만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감사원으로부터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을 받은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야권과 환경단체들로부터 줄곧 졸속공사에 환경훼손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표적이었습니다. 무려 22조 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국책사업이라는 점에서도 논란을 피할 수가 없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감사원 발표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 환경부가 즉각 반박 해명에 나섰지만 여당인 새누리당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들까지 문제를 깨끗이 정리하고 넘어가자는 입장이어서 해법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잘못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해온 인수위원회와의 밀월관계도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닌가 여겨집니다. 이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일단 감사원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문제는 심각합니다. 전체 16개의 보 대부분에서 바닥 보호공이 물살에 휩쓸려 사라졌거나 침하됨으로써 보수공사를 했는데도 6개 보에서 여전히 물이 새고 있다는 것입니다. 달성보, 함안보, 고령보 등 3개 보에서는 허용 폭을 넘어선 균열이 여러 군데 발견됐으며 12개 보는 수문 개폐 때 발생하는 유속의 변화로 인한 충격을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다고도 합니다.

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국토해양부의 대응 태세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감사원의 발표대로 보의 연결 부분에 균열이 생긴 것은 인정하면서도 구조적인 하자는 결코 아니라는 것이지요. 강바닥의 흙을 파내고 암반까지 뚫고 내려가 그 위에 보를 세웠으므로 안전이나 기능엔 문제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오히려 지난해 가뭄과 태풍 때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국토해양부의 이런 반박은 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는 것임은 물론입니다. 이 대통령이 이미 후보 시절부터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의욕을 밝혔었고, 그것이 4대강 사업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청계천 복구공사로 인기를 얻었던 터라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더없는 애착을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건설회사 최고경영자를 지내지 않았더라도 욕심을 부릴 만한 토목사업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더 나아가 태국 정부가 발주한 차오프라야강 정비사업 공사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던 참이었습니다. 우리의 4대강 사업처럼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류 곳곳에 댐과 저수지를 만든다는 것이므로, 우리 기업체가 공사를 맡게 된다면 저절로 자신의 치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 테니까요. 바로 며칠 전에는 우리 민간운동단체(NGO)들이 태국 현지에서 국내 기업의 공사 수주를 반대하는 운동을 벌인다며 역정을 냈던 마당이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덜컥 총체적 부실공사라는 지적에 부딪치고 말았으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감사원의 발표에도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지난해 5월부터 두 달 동안 현장을 찾아다니며 감사를 벌였다는 것인데, 왜 발표를 지금껏 미루고 있었는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대선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 했다고는 하지만 정권 말을 틈탄 눈치보기 행태라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제기된 만큼 사실 여부가 정확히 가려져야 합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부실공사가 이뤄졌다면 누군가는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고도 지나치게 흠집을 잡힌 것이라면 다시 명예회복을 시켜줘야 합니다. 논란으로 인해 국민들이 품게 된 의혹과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도 조속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강을 깨끗하게 만들어 환경을 아름답게 가꾸겠다는 본래의 취지가 흐려지게 된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한편으론 이번 논란을 시발점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로 세계 7위 경제국을 만들겠다는 747공약은 진작 무너져 버렸고, 종합주가지수를 5000포인트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약속도 물거품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물가는 물가대로 올랐고,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다짐도 한낱 구호로 그쳤습니다.

4대강 사업이 눈총을 받는 것도 자신의 임기 중에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과욕 탓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손대야 하는 공사였건만 한꺼번에 시작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공사가 모두 마무리되고 나서 이 대통령이 직접 돌아보았던 자전거길도 벌써 곳곳이 끊어진 채 부실의 흔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실을 외면한 공약과 지나친 의욕은 반드시 폐해를 남기는 법입니다. 지도자 개인의 명예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 국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4대강 사업의 부실공사 논란은 박근혜 당선인에게도 타산지석의 교훈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에 겨눠지는 화살이 5년 뒤에 다시 박근혜 정부에 겨눠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과거 정부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실패는 절반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패를 줄일수록 성공할 수 있는 기회도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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